'정훈이 만화' 정훈 작가의 별세가 안타까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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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정훈 작가의 별세가 안타까운 이유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11.0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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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작가. (사진=유족 측 제공)
정훈 작가. 사진=유족 측 제공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남기남', '씨네박', '큰산 김똘만', '김꽃분', '욕쟁이 할머니'... 이 이름만 들어도 '아하'를 외친다면 그 사람은 24년간 영화 잡지 '씨네21'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정훈이 만화'의 광팬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영화팬들과 만화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정훈 작가가 지난 5일 향년 5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족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1년 말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훈 작가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자신이 그린 만화가 학교는 물론 시, 도 대상을 타게 되자 만화가가 되고픈 꿈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삼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군 입대를 하려 했지만 고졸이라는 이유로 방위병이 된다.

이 경험 때문인지 그의 작품에는 세상에서 이른바 '루저'라고 불리는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자신이 보아온 세상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시사 풍자가 담긴 만화를 그렸던 것이다. 

그가 대원씨아이 신인만화가 응모전에서 입상한 단편 <리모코니스트>는 백수인 주인공이 리모콘(리모트 컨트롤러)을 가지고 살면서 스스로를 '리모코니스트'라고 칭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1995년 만화 잡지 '영챔프'가 주관한 제2회 신인 만화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고 1996~1997년에는 영챔프에 삼국지 패러디인 만화 <트러블 삼국지>를 연재했다.

그러나 그가 오늘날 '정훈이'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은 바로 1996년부터 씨네21에 연재한 '정훈이 만화'였다. 당초 이 만화는 그 주에 개봉한 영화나 화제의 TV 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것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소재일 뿐, 이와 큰 관계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독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루저의 대표격으로 출연하는 주인공 '남기남'과 그의 멘토(?) 역할을 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영화광 '씨네박', 조폭 두목의 모습이지만 머리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 '김똘만', 일순간 광적인 힘을 보여주는 할머니... 이들이 영화 세계에서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고 씨네21을 사는 사람들은 다른 기사보다 먼저 마지막에 있는 정훈이 만화를 확인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그의 만화가 단순히 웃음만 준 것은 아니었다. 그의 만화에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풍자가 가득했다. 가령 이명박 정권 당시 그는 씨네21을 친정부 매체로 만들려는 편집장 '손5공'을 탄생시켰고 영화 <동주>를 소재로 한 만화에서는 흑백 배경에 윤동주의 시 '자화상'을 깔고 서로 다른 환경에서 고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점장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세상이 주는 아픔을 보듬어주던 것이 정훈이 만화였다. 

그의 죽음을 이번 '이슈 피플'에서 조망하는 이유는 최근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우울함을 대변할 수 있었던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위로와 웃음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이를 주었던 인물을 떠나보내야한다는 것은 우리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때 영화를 꿈꿨던 이들에게, 만화가를 꿈꿨던 이들에게 영감을 줬던, 그리고 20년의 추억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그의 죽음은 슬픈 소식임에 틀림없다. 추억과 위로를 안겨줬던 그의 부재가 정말 아쉽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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