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김정은이 ICBM 발사장에 딸을 대동한 이유
상태바
[뉴스분석] 김정은이 ICBM 발사장에 딸을 대동한 이유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2.11.22 08:53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핵이 백두혈통의 고유한 상징이며 권한’ 의미
남성중심 사회에 여성 인물 내세워 후계 포석
김정은 건강 안 좋아...9·9절 무대는 다른 아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장에 김주애로 보이는 딸을 대동해 후계구도에 불을 당긴 것으로 보인다. 사진=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장에 김주애로 보이는 딸을 대동했다. 사진=조선중앙TV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장에 딸 김주애(10)를 데리고 나왔다.

내외신들은 신형 ICBM 보다 딸에게 더 관심을 쏟으면서 김 위원장이 왜 딸을 데리고 나왔을까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첫째는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 여성 인물론 내세워 일찌감치 후계 구도에 공들이는 포석이다. 둘째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보기보다는 안 좋다는 판단에 따라 백두혈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지난 9·9절 정권 수립일에 무대에 나왔던 여자아이는 딸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대동했을 수도 있다.

ICBM을 뒤로한 채 딸의 손을 잡고 걷는 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ICBM을 뒤로한 채 딸의 손을 잡고 걷는 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 핵이 곧 국체=백두혈통

북한 관영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자 1면에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를 표제로 김 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에서 지도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김 총비서가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 중요 전략무기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함께 나왔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하얀색 점퍼를 입은 김 총비서의 딸이 아버지 손을 잡고 발사 전 과정을 참관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앞에서 전혀 긴장한 모습 없이 밝은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자녀는 북한의 후계 및 권력구도와 직결되는 인물로, 북한은 과거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권력 구도가 확정되기 전까지 자녀들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 주석은 1942년생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1980년 노동당 6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했고, 김 국방위원장 역시 1984년생인 김 총비서를 2010년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번에 딸을 대동하고 ICBM 발사장에 나타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김 총비서 부부는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두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을 둔 것으로 전해졌는데 구체적인 신상 명세나 이들의 출생 순서는 각종 만 무성하고 정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이번에 공개된 딸이 첫째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역시 단언하기 어렵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직계 가족은 백두혈통으로 불린다. 또 북한은 백두혈통의 남성에게만 최고 권력을 이양해왔다.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딸이 김 총비서의 자리를 물려받기는 쉽지 않겠지만 후계 및 권력구도와 직결되는 ‘1호 가족의 모습을 공개하는 데는 선명한 정치적 이유가 담겼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를 두고 김 총비서가 자신의 딸을 국가 핵무력의 위력을 과시하는 ICBM 시험발사장에 데리고 나온 이유는 북한이 최근 핵이 곧 국체라는 주장과 언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시 백두혈통으로 북한의 대외 사안을 총괄하는 김 총비서의 동생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8월 담화에서 핵을 우리의 국체라고 묘사했다.

이후 99핵무력 정책의 법제화와 관련한 김 총비서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체의 의미는 보다 선명하게 표출됐다. 김 총비서가 당시 연설에서 핵무력은 곧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고 영원한 존엄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북한은 법제화한 핵무력 정책에서 공화국 핵무력은 국무위원장(김정은)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거나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라고 명시하며 국체의 결정권이 김 총비서에게 있음을 명시했다.

따라서 핵은 곧 국체라는 북한의 표현은 핵이 백두혈통의 고유한 상징이며 권한이라는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국가핵무력의 상징 중 하나로 여기는 ICBM, 그것도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되는 최고 성능의 ICBM 시험발사장에 김 총비서의 딸을 데리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긴장되고 어려운 정세하에서 최고지도자 일가가 모든 에너지를 쏟아 국력 강화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공개된 딸이 향후 권력의 중심에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 총비서가 딸을 공개한 것은 앞으로 국가핵전략무력 강화 노선을 꿋꿋이 이어갈 것임을 천명한 셈이다. 이미 김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당 중앙의 핵심과, 궁극적으로는 국정의 핵심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게 하는 부분이다.

딸의 손을 잡고 걷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김주애로 추정되는 딸의 손을 잡고 걷는 김정은 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 4대 세습은 딸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딸을 대동한 것은 향후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리는 형식이라는 분석이다.

누이인 김여정 부부장 같은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국가 지도자로 인정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자신의 혈통을 내세워 고도로 가부장적인 체제에서 여성이 남성 중심의 지도부에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장벽을 일찌감치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강력한 가부장적 문화에도 불구하고 왕비가 왕족을 통해 권력을 물려받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혈통이 가부장제보다 우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이 건강 문제에 직면해 있을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는 종종 북한의 미래에 대한 많은 추측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204월 말 3주간의 부재는 그가 의료 시술을 받은 징후와 함께 결국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 심각한 건강 문제에 대한 소문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64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며 약 한 달 만에 부쩍 살이 빠진 모습으로 등장해 건강이상설이 제기됐다. 당시 의료계에선 당뇨합병증 혹은 이로 인해 수반되는 갑상선중독증에 걸리면 체중이 급감한다고 진단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928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비공개로 진행한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체중 관리를 잘해 (몸무게를) 많이 줄였다가 최근에 130~140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됐지만, 현재 말투나 걸음걸이에서 건강 자체에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으로 지칭될 만큼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의 가족력에 어려서부터 담배와 술을 달고 살았다는 분석이 있고 보면 후계구도는 벌써 점화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SW

ysj@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