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치통'에 딸 시신을···3년간 왜 아무도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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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치통'에 딸 시신을···3년간 왜 아무도 몰랐나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2.11.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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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5개월 딸이 사망하자 캐리어·김치통 등에 시신을 유기한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시사주간DB
생후 15개월 딸이 사망하자 캐리어·김치통 등에 시신을 유기한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시사주간DB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15개월 딸이 사망하자 친부모가 딸의 시신을 김치통에 숨겨 3년간 유기한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A씨(34·여)를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현재 A씨와 이혼한 친부 B씨(29)는 사체 은닉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2020년 1월 초 경기 평택시의 자택에서 15개월 된 딸 C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남편의 면회 등을 이유로 장시간 아이만 남겨놓고 집을 비우는 등 상습적으로 아동을 방임하고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딸이 사망했음에도 관계 당국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집 안 베란다에 시신을 방치했으며, 이후 시신을 캐리어에 옮겨 친정집에 임시 보관했다. 

또 딸 사망 당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B씨는 출소 후 딸의 시신을 김치통에 옮겨 담아 자신의 서울 본가 옥상으로 옮겼다. 

김치통에 담긴 시신은 옥상에 설치된 캐노피 위에 숨겨져 있어 지금까지 다른 가족을 포함한 남들의 눈에 발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아무도 모르게 사체가 유기된 배경으로 만 3세가 안 된 어린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어려운 제도적 미비점이 거론된다. 

또 부모와 아동의 등록주소가 다른데다 아동의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다 보니 지자체나 지역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친모 A씨는 평택, 친부 B씨는 서울에 주소를 두고 있었고, C양만 포천시민으로 등록돼 있었다. 

완전히 은폐될 줄 알았던 이들의 범행은 C양이 살아있었다면 만 4세가 됐을 시점에 행정당국에 의해 세상에 드러났다. 

C양의 안타까운 죽음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사업 전수조사 덕분이었다. 

이 사업은 복지부가 예방주사 미접종 등 정보를 활용해 위기 아동을 발굴하는 조사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상시 실시된다. 

하지만 전수조사는 매년 10월 만 3세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올해는 C양과 출생 연도가 같은 2018년생을 대상으로 했다.  

만 3세가 되면 대부분 어린이집 등에 다니게 되고, 이때까지 아이를 키우면 영유아 검사 등 병원 진료나 건강검진도 여러 차례 할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 이 같은 사항이 파악되지 않으면 중앙정부에서 명단이 내려오고, 지자체 담당자가 조사하는 구조다. 

실제 포천시 측은 C양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차례 A씨에게 연락했으나 제대로 응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물론, 만 3세보다 어린 아동이라도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가 신체·정신적 어려움이 있으면 별도 신고가 있는 경우, 복지부나 지자체 등 기관에서 별도로 발굴해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만 3세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전수조사 같은 강제성이 없고, 이번 C양의 사례처럼 부모와 이아의 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모두 다른 경우에는 작동되기 힘든 시스템이다. 

부모의 아동방임 등 범죄를 이웃이나 지역 공동체에서 먼저 눈치 채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C양의 사례에서는 역시 주소지 문제로 인식되지 못했다. 

결국, 올해 10월 이전까지는 C양의 사망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동방임 등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나 지역 아동복지 기관에서도 최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려는 추세이지만, 이번 사례는 전수조사 전까지 아이의 존재조차 인지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이 남는다. 

특히, 생후 15개월 생때같은 자식을 먼저 보내고 그 시신을 캐리어, 김치통에 옮겨 가며 유기하고도 양육수당을 챙겼다는 부모의 비정함에 치가 떨린다. 

부모 손에 가로 35㎝, 세로 24㎝, 높이 17㎝ 좁은 김치통에 갇혀 하늘나라 구경도 제대로 못했을 C양의 명복을 늦게나마 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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