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해도 사형 위기' 이란 축구 대표팀이 세계에 전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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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해도 사형 위기' 이란 축구 대표팀이 세계에 전한 메시지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2.11.28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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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스를 꺾고 기뻐하는 이란 축구 대표팀. (사진=AP/뉴시스)
웨일스를 꺾고 기뻐하는 이란 축구 대표팀.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 칼리파 국제경기장.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에서 이란 선수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바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의 여대생 마샤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된 후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란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죽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란 정부는 '건강 상 사망'이라고 하면서 강경진압으로 맞섰고 이는 곧 전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줄리엣 비노쉬, 마리옹 꼬띠아르, 이자벨 아자니 등 배우들은 자신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이란 반정부 시위에 연대의 뜻을 보였다. 이란 내에서도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히잡을 불태우는 등의 행동으로 정부에 맞서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있으며 현재 100여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역에서 이란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발포하고 시위에 참여한 여성을 구타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이란 축구의 전설로 불려지는 알리 다에이와 자바드 네쿠남이 FIA의 초대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월드컵 참석을 거부했다. 알리 다에이는 1996년 아시안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축구팬들에게 각인된 선수다.

이란 대표팀 주장인 에산 하지사피는 지난 20일 "이란의 현재 상황은 옳지 않다. 이란 국민들이 즐겁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우리는 지금 카타르에 있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거나 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모든 힘은 이란 국민에게 나온다"며 반정부 시위 지지와 연대를 표했다.

이것이 바로 이란 선수들이 자국 국가를 부르지 않은 이유다. 현장에 있던 이란 축구팬들도 국가를 부르는 대신 야유를 했고 '여성, 생명, 자유'라고 적힌 팻말을 들며 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에 항의했다.

이란은 21일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는 2-6으로 참패했지만 웨일스와의 2차전에서는 후반 인저리 타임에 2골을 몰아넣으며 2-0으로 승리해 16강 진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웨일스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외신에서는 이란 대표팀이 자국에서 사형을 당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국의 더 선 등은 지난 25일 "이란 선수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징역은 물론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더 선은 "대표팀은 국가를 거부한 것에 대해 징역이나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고 이란 관료들은 선수들에게 은밀하게 처벌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5일 이란 정부는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인 부리아 가푸리를 체포했다. 그는 선수로 뛰면서 축구 경기에 여성 입장을 금지시킨 것을 비판했고 이란 서부 쿠르디스탄 지역 시위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 중단을 촉구했으며 마샤 아미니의 죽음을 애도하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정부는 '축구 대표팀을 모욕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선전을 했다'며 그를 체포했다.

국제적인 비난 속에서도 이란 정부의 강경 대응은 끝내 국가를 대표해 세계와 당당히 겨루던 이란 선수들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한때 '침대축구'라는 비야냥과 '주먹감자의 굴욕'으로 우리에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이란 축구 대표팀이었지만 그들이 외치는 '인권 평등'의 목소리는 우리의 선입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 세계는 이란의 16강 진출 못지않게 이란 대표팀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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