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데믹(Triple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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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데믹(Tripledemic)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2.12.0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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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 백신 맞으세요” 코로나 사령관의 권고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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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지난 2020년 코로나(COVID-19) 미국 유입 이후 대응 사령탑 역할을 해 ‘코로나 사령관’으로 불린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1940년生) 박사가 지난 11월 22일 백악관 연단에서 마지막 브리핑을 하면서 개량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겸 대통령 의료고문인 파우치 박사는 12월에 54년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코로나19 대응 사령탑 역할을 했던 파우치 소장은 NIAID를 38년간 이끌어온 미국 내 전염병 권위자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대통령과 종종 반대되는 발언을 해 지지자들의 비난을 사기고 했다. 이날 브리핑은 겨울철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동시에 파우치 소장에 대한 작별인사 성격도 있었다. 

파우치 소장은 “이 연단에서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메시지는 자신과 가족,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개량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는 것”이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백악관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로 이어지는 휴가철을 맞아 앞으로 6주간 BA.4, BA.5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 코로나 백신 접종을 독려할 예정이다. 

파우치 박사는 이날 “백신은 안전한가”에 대해 “전 세계에 130억 회분의 백신이, 미국에는 수억 회분이 배포됐다. 그리고 강력한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라며 “광범위한 정보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이 효과적인가”라고 물은 뒤 “두드러진 자료를 들여다본다면, 특히 중증 질병과 사망 예방 측면에서 백신의 효율성이 압도적으로 드러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간이 가면 면역이 약화하기 때문에 부스터(추가접종)가 필요하다. 

파우치 소장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방향이 공중보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코로나19로 사망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을 우선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산업·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그 다음으로 18-59세, 마지막으로 60세 이상 순으로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 이에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또한 코로나19 봉쇄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버는 용도가 아닌 맹목적이라고 꼬집었다. 파우치 박사는 “일시적인 락다운(lockdown, 움직임·행동에 대한 제재)이 백신 접종을 위한 시간 벌기를 위해서라면 말이 될 수 있지만 중국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파우치는 “중국에서는 사람들을 집에 가두기만 하는 매우 엄격한 락다운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백신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코로나19 TF담당관도 “락다운과 제로 코로나는 지속되기 매우 어렵다”며 “중국은 고령층 백신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일단 감염자가 발생한 곳의 지역봉쇄와 대규모 PCR 검사, 밀접접촉자의 철저한 격리 등 조치를 결합시켜 대응하고 있다. 중국 방역당국은 감염이 미발생한 지역에서도 방역 경고를 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淸零, 칭링)’ 정책은 14억 인구 중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해 온 고강도 방역 대책이다. 특정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아예 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출입을 통제한 채 전 주민을 상대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PCR 검사를 실시한 후 봉쇄를 해제하는 방역조치이다. 

3년째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여 역대 최고치에 근접, 중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국가질병통제국은 11월 22일 “유동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감염자가 확산하고, 방역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예방과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 악화를 인정했다. 

베이징 16개 구(區) 가운데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차오양구는 11월 14일부터 자체적으로 PCR 검사 주기를 24시간으로 줄이면서 열흘 가까이 시민들이 한 시간씩 줄을 서서 검사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고 있다. 도시 간 인적 교류도 사실상 중단됐다. 청두시는 24일부터 도시를 떠나려면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1953년生)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 바이러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24일 중국 방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3만1444명으로, 종전 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2만9217명)를 7개월 만에 넘어섰다. 또한 방역 장기화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번지고, 취업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내년 중국의 신규 대학졸업자 수는 올해보다 82만명 증가한 1158만명에 달할것으로 예상되어 취업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중국 대학에서는 룬쉐(潤學) 즉 ‘도피유학’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중국의 내수시장도 얼어붙었으며, 중국의 10월 수출은 2983억달러(약 39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규모가 마이너스 성장한 것은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이다. 

요즘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毒感),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세 가지 전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염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창궐하는 가운데 그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춤했던 다른 계절성 전염병들이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파고들면서 엎친데 덮친격이 된 것이다. 

미국에선 지난 11월 26일 기준 코로나 신규 감염자와 사망자가 2주 전에 비해 각각 14%, 5% 증가했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500여 종에 달해 추적조차 어려워지고, 미국 전역에서 하루 평균 300명이 코로나로 숨지는 실정이다. 올가을부터 배포 중인 오미크론 특화 백신의 접종률은 ‘백신 피로감’ 탓에 기존 백신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방역 조치가 모두 해제된 상태에서 대면 모임과 행사가 대대적으로 재개된 것도 코로나의 빠른 확산과 변이 발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선 통상 겨울철 독감 첫 환자가 11월쯤 발생하는 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10월 초부터 보고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미국 독감 환자는 440만명으로 작년보다 3배 많았다. 3만8000명이 입원했고,어린이 7명을 포함해 2100명이 사망했다. 연령별 독감 환자 입원율이 ‘65세 이상’에 이어 ‘5세 이하’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과 유아가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보다 빨리 유행하기 시작한 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는 RSV(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상황도 심각하다. 매년 미국 노인 1만4000명, 유아 300명을 사망케 하는 RSV(respiratory syncytial varus)는 1956년 처음 발견됐지만 아직까지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전염병이다. RSV는 코로나 방역이 지속되던 2020-2021년 잠시 주춤했지만, 올 들어 환자가 2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성인들은 약한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2세 이하 영아가 걸리면 중증이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면 일단 다시 마스크를 쓰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지난여름만 해도 ‘코로나는 끝났다’며 마스크를 벗어던졌던 뉴욕에서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다시 챙겨 쓰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11월 19일 기준 한국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는 세계 35번째다. 확진자 수(2655만8765명)가 세계 6번째인 반면, 사망자 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누적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107만7031명)이며 이어 브라질(68만8907명), 인도(53만570명) 등이다.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수는 579.57명으로, 세계 평균 830.11명보다 낮다. 

2020년 2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사망자 발생 후 누적 사망자가 5000명(2021년 12월 23일)이 되기까지는 약 1년 10개월, 5000명에서 1만명(2022년 3월 12일)이 되는 데 약 3개월, 다시 1만명에서 2만명(4월 13일)으로 늘어나는 데 한 달, 이후 3만명이 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월 20일 0시 기준 코로나 사망자 41명이 나와 누적 사망자 수가 3만31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코로나 사망자 중 81%(2만4468명)가 올해 나왔다. 

하루 사망자 수는 지난달 10월 18일(6명) 한 자릿수까지 감소하기도 했지만 최근 ’7차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하루 40-60명대로 늘었다. 국내 재유행 양상이 이어지는데도 국민들의 겨울철 추가접종 의향은 저조하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11월 3-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겨울철 추가접종은 필요하다’는 항목에 응답자 36.3%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즉 10명 중 3명 이상이 추가 접종을 꺼리고 있는 셈이다. 그 이유로는 63.0%가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 백신을 통한 3차 접종을 완료하면 접종 후에 확진 되더라도 중증 진행 위험이 95% 감소됐다. 하지만 최근 나온 미국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3차 접종 보호 효과는 접종 4-5개월이 지나면서 83%에서 46%로 약해진다. 이에 지금까지는 2·3·4차 코로나 백신 마지막 접종일 혹은 확진일부터 4개월(120일)이 지나야 접종이 가능했으나, 11월 24일부터는 18세 이상 성인은 마지막 접종일 혹은 확진일부터 3개월(90일)이 지나면 누구나 맞을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KMA) 코로나19 대책 전문위원회가 2가 백신 추가 접종을 촉구하는 코로나 재유행 대비 동절기 권고문을 11월 23일 발표했다. 의사협회는 “위중증 환자 중 60세 이상이 88%로 고령층은 치명률이 높다”며 “60세 이상, 감염 취약 시설 입소자 등 고위험군은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받으라”고 말했다. 이번 동절기 추가 접종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주를 기반으로 제조된 화이자(Pfizer)나 모더나(Moderna) 2가백신으로 받으라고 권했다. 

전문가들은 65세 이상 고위험군이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갖추고 치료제 복용도 병행한다면 현재 40명 안팎 나오는 하루 사망자를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60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접종률을 현재 17%에서 50-60%까지 끌어올려야 겨울철 코로나 대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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