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구정책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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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구정책 수립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3.01.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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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그리고 인구절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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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대응 예산을 편성해 16년간 28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出産率)은 더 떨어졌다. 작년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꼴찌다. 5년 전 1명 아래로 내려간 뒤 계속 내려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절벽’에서 추락 중이다. 

많은 나라들이 사회발전 과정에서 출산율 하락을 경험한다. 그러나 출산율이 아무리 나빠져도 1명대에서 반등하거나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도 15년 전 인구 감소가 시작되어 2005년 1.26명에서 소폭 올라가 1.3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은 급격한 출산율 감소세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출산을 막는 사회적 제약이 사랑스런 아기를 가지려는 인간의 본성까지 억누를 만큼 심각함을 말해준다. 인구 감소 문제는 가정에 수당을 얼마 더 주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문제는 질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집값은 평생 벌어도 내 집 마련이 힘들 만큼 오르고, 자녀 교육비에 부모의 허리가 휘고, 폭증하는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환경에서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을까? 

행정안전부가 1월 15일 발표한 ‘2022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44만명으로 1년 전(5164만명)보다 20만명(0.4%)이 줄었다. 2019년 5185만명을 찍은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감소폭도 크지는 추세로 2020년 2만명 감소, 2021년엔 19만명, 2022년 20만명이 감소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구 전문가들은 3년 연속 인구가 감소한 것은 본격적인 ‘인구 소멸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인구는 감소했지만, 전체 세대 수는 1년 새 2347만3000세대에서 2370만6000세대로 23만3000세대(1%)가 늘었다. 이는 ‘나 홀로 사는 1인 세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인 세대는 972만4000세대로 전체 세대의 41%를 차지했으며, 1인 세대와 2인 세대를 합하면 전체의 65.2%로 나타났다. 반면 3인 세대와 4인 이상 세대는 그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 세대의 평균 세대원 수는 2.1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녀 간 인구 격차는 지난해 여성 인구는 2580만2000명으로 남성 인구(2563만7000명)보다 16만5000명 많았다. 2015년 여성 인구가 남성 인구를 처음 추월한 이후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추세이며, 여자의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여초(女超)사회는 더 심화할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남아선호사상(男兒選好思想)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본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출생자 수가 25만4628명으로 처음 26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출산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진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는 2020년(30만7764명) 이후 지난해(37만2631명)까지 3년 연속 증가했다. 작년에는 코로나사태 등으로 1년 새 5만4208명이 늘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인구 감소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현재 60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사망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 인구 감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보통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 베이비부머)라고 하면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일컫는다. 베이비부머와 연관되는 가장 대표적인 단어는 ‘58 개띠’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의 9년 동안 출생아수가 급증했다. 출산억제정책으로 64년부터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68년 이후 다시 출생아수가 증가했고 이것이 1971년에 정점을 찍은 뒤 1974년부터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1968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2차 베이비부머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작년 한 해 동안 약20만명이 줄어, 202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65세 이상 인구는 9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8%를 넘었으며, 여성 인구는 이미 20%를 넘어섰다. 이대로 가면 2025년 전체적으로 20%를 돌파해 ‘초고령(超高齡) 사회’에 진입한다. 이는 65세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가 된 지 7년만이다. 일본은 11년 걸렸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17년 만인 2017년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으므로 더 강도 높은 인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UN)에서 정한 기준으로 볼 때 노인(老人)이란 65세 이상을 말한다. UN의 기준에 따르면 고령화사회(高齡化社會, aging society)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을 말한다. 고령사회(aged society)란 노인 인구가 14% 이상, 그리고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는 노인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6년 뒤엔 최고 비율을 차지하는 세대인 50대 861만명이 줄지어 노인 집단에 진입한다. 한편 매년 줄어드는 생산연령(15-64세) 인구가 부양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이에 국가 재정과 사회보장비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므로 국가 경제는 활기를 잃게 된다. 좋은 선례가 이웃나라 일본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던 일본은 고령화 재앙을 견디지 못하고 쇠락했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는 지방의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다.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남(65세 이상 25%), 경북(24%), 전북(23%), 강원(23%), 부산(21%), 충남(21%)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19.9%)과 경남(19.5%)도 내년에 초고령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군(郡) 지역은 전국 82개 군 중 76곳(93%)이 이미 초고령사회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기초연금 예산, 지하철 무임승자 요금 등 각종 사회복지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저출산으로 생산 가능 인구는 감소하는데 부양해야하는 인구는 늘어나 재정 압박이 커지고 경제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인구학 권위자 조영태 교수는 “전(前) 정부가 주도했던 핀셋 방식의 출산율 제고, 고령화 방지 정책은 눈앞에 닥친 현상을 무마하는 데 목적을 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현(現) 정부는 암울한 미래를 대대적으로 바꿀 새로운 정책들을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태 교수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원장이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구와 미래전략TF’에서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조영태 교수가 꼽은 ‘새로운 정책’의 예시는 정년 연장과 연령규범 완화, 지방 생활공간 개편 등이다. 현재 정책과 제도는 대부분 인구 규모가 커지던 고도 성장기에 마련된 만큼 인구 감소기에는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수 있다. 따라서 세수(稅收)를 확보하고 재정을 튼튼히 하며 지역·세대·집단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 제도를 선제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지 않으면 인구 문제 개선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필자가 최근에 조영태 교수를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박명윤 특지장학금’ 수여식과 보건대학원총동창회 친목모임에서다. 필자는 지난 1999년 12월 회갑을 기념하여 1억원을 서울대학교에 기탁하여 특지장학회를 설립하고 2000년 1학기부터 매학기 보건대학원 재학생 3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여 현재까지 장학생 138명에게 지급했다. 2022년 2학기 장학금 수여식은 보건대학원 조영태 부원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으며, 정효지 원장이 축사를 했다. 

그날 조영태 교수가 직접 서명한 <인구 Population 미래 Future 공존 Coexistence> 한 권을 필자에게 증정했다. 이 책의 저자 조영태 교수는 사람들이 태어나고, 이동해 다니고, 사망하는 인구현상을 통해 사회의 특성과 변화를 읽어내는 인구학자다. 고려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대학에서 사회학으로 석사를,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2015년부터 베트남 정부의 인구정책자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조영태 교수는 <인구 미래 공존>에서 우리나라의 인구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 해야 할 방안들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3가지다. 

첫째, 조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30만 명씩 태어나던 아이가 3년 만에 20만 명대로 떨어졌으니, 조만간 10만 명대로 추락하지 않겠냐고 걱정인데, 지금보다 합계출산율이 더 낮아져도 10년 정도는 20만 명대 출생아가 유지될 수 있다. 인구감소의 시간표는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앞으로 인구감소가 언제, 누구에게 얼마큼의 영향을 주게 될지 정밀하게 예측하고 미리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면, 2020년대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째, 안이하게 대처하지 말라는 것이다. 2030년이 오기 전 10년은 우리가 인구감소의 충격에 대비할 마지막 기회다. 저출산과 고령화 이슈가 15년 넘게 한국사회를 떠돌았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우리는 데드크로스(Dead Cross, 인구학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사망한 사람이 더 많을 때 쓰는 용어)를 맞았다. 마지막 기회로 주어진 2020년대를 또다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낼 수는 없다. 

셋째, 그래서 함께 살자는 것이다. 인구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흔히 ‘여성들이 아이를 더 낳으라’거나 ‘청년 일자리를 위해 장년들이 더 일찍 물러나라’는 누군가의 양보와 희생을 전제하곤 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희생이나 경쟁을 최소화하며 각 집단의 삶의 질을 더 높이는 공존(共存)의 방안이 있다. 인구학적 관점으로 생각하면 가능하다. 즉, 인구학적 상상력을 통해 어두운 미래를 공존의 미래로 바꿀 지혜를 모색할 수 있다. 

노년내과 전문의 정희원 교수(서울아산병원)는 “한국의 최대 위기는 자연 노화보다 빠른 ‘가속 노화’다”라고 말했다. 가속노화(加速老化, Accelerating Ageing)란 신체 기능의 노쇠화를 속도로 나타낸 생물학적 개념이다. 노화가 진행되는 정도는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정도와 같은데, 숫자 나이와 생물학적 나이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나이가 90대가 되어도 중년 정도의 신체·인지 기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60대에 요양병원·요양원에 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가 약 100만명 수준이며, 요양보호사는 약 50만명이다. 그런데 지금의 고령화 속도와 가속 노화 정도를 계산하면, 20-30년 후엔 요양보호사만 150만명이 필요하게 된다. 돌봄이 덜 필요한 사회가 될 때 장수(長壽)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된다. 

저출생·고령화는 아이들만 낳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미래의 노인들이 스스로 신체 기능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데도 불구하고, 노인의학(老人醫學)에 대한 관심이 적다. 영국은 1940년대부터, 미국과 캐나다는 1970년대부터 노화 문제 및 노인의 신체적 특성에 근거한 의료 행위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미국노인병학회(American Geriatrics Society)와 미국병원협회(American Hospital Association)에서 권장하는 ‘가속노화예방법’은 4M 건강법(Mobility, Mentation, Medical Issues, What Matters)이다. 가속노화를 피하고 노화지연 효과를 얻기 위해서 현대인들은 육체와 마음의 건강을 다각도로 관리하여야 한다. 

첫째 M은 이동성(Mobility)이다. 우리 몸은 처음부터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었다. 따라서 노년기에도 되도록 많이 움직여야 한다. 자신의 건강과 체력 조건에 맞는 운동 종목을 찾아 꾸준히 운동습관을 길러야 한다. 둘째 M은 마음·정신건강(Mentation)이다. 정신건강은 적절한 몰입 활동을 통하여 꾸준하게 두뇌 활동을 촉진하여야 한다. 마음건강은 치매(癡呆) 예방에도 중요하다. 

셋째 M은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이다. 가속노화를 피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지만, 좋은 방법은 건강한 생활습관과 균형이 맞는 식습관이다. 일상 속 좋은 습관을 지키면 나이가 들면 당연히 아플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지막 M은 나에게 중요한 것들(What Matters)이다. 나이가 들었을 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만 남기는 것이다. 젊었을 때나 인생의 전성기 때처럼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 

네 가지 축의 건강관리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면 큰 폭으로 좋아질 수 있다. 다만 연령대에 맞는 신체 관리가 중요하다. 노화는 요행을 기대할 수 없다. 지금이 잘 늙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가장 이른 때인 것을 명심하고 실천해야 한다. 사람이 100살까지 산다고 했을 때,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것인지, 아니면 오랜 기간 요양병원에서 누워 지낼 것인지를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가족의 축하를 받으며 100세 생일잔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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