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들썩이는 환율…원화 약세 장기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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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들썩이는 환율…원화 약세 장기화 되나
  • 유진경 기자
  • 승인 2023.02.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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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이번달 5.2% 절하, 달러는 1.82% 절상
원화가치 하락 속도 전세계 주요국 1위
한미 금리차 2.0%p로 확대 가능성
무역적자 지속에 원화 약세
전문가들 "당분간 1300원 수준 지속"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유진경 기자] 미 긴축 장기화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다시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 확대, 국내 무역적자 등 어두운 경기 전망 등으로 당분간 1300원대 수준의 환율이 이어지는 등 원화 약세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4.7원 오른 129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300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9일(1302.9원)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이번 달 들어 67.6원이나 올랐다. 같은 기간 원화는 달러화 대비 5.2%나 절하됐다.

최근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 물가, 고용, 소매판매 등 경기 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6.4%, 전월대비 0.5% 올라 예상치(각각 6.2%, 0.4%)를 상회했다. 반면 긴축 지속에도 지난 5~1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대비 1000건 감소한 19만4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20만건을 밑도는 수준이다. 물가와 노동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높은 금리가 오래동안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지난달 말 101.915에서 103.780으로 1.82% 상승했다. 장중에는 104.605까지 오르는 등 지난달 6일(장중 고가 105.500) 이후 104선을 다시 넘었다. 달러 가치 상승폭은 같은 기간 원화 가치 하락폭 보다 상승폭이 2.8배나 가팔랐다.

원화 강세로 작용했던 유로화와 엔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는 달러대비 1.06달러 수준, 엔화는 134엔 수준으로 가치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말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이번 달 들어 원화 가치 하락폭은 일본 엔화(-3.86%) 보다도 크고 유로화(-2.68%), 영국 파운드화(-2.69%) 보다 더 가파른 등 전세계 주요국 중 가장 큰 폭 하락했다.
 
무역적자가 커지고 있는 점도 원화 약세를 가속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도 관련 통계 작성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무역적자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한국 수출 수혜가 적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은 중국 리오프닝이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금리인상에도 노동시장, 소비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미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노랜딩(무착륙)'시나리오가 급부상 하고 있다. 급격한 침체나 완만한 둔화 없이 미국 경제가 고공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월 미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3.0% 증가하며 전망치(1.8%)를 크게 웃돌았고, 지난달 미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이 물가를 끌어 내리기 위해 다음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84.9%로, 0.5%포인트 인상을 15.1%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2%로 봤으나 크게 높아진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고용경기 위축이 지연될 경우 물가 불안이 재고조 되면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연준의 최종 기준금리 레벨은 기존 금융 시장이 예상한 5.25~5.50%에서 추가로 상향돼 6%로 향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이번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은 동결할 경우 미 연준과의 금리차가 더 확대돼 달러 강세를 더 키울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 한국의 기준금리는 3.5%다. 시장은 연준의 최종금리 전망치를 5.25~5.50%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전망치 만큼만 올리고 한국은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번 주 발표되는 의사록과 물가 지표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주 22일(현지시간)에는 2월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발표되고, 24일에는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나온다. 2월 의사록에서 연준 인사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 내용에 따라 미 연준의 금리인상 폭 확대로 이어질 수 있고, 물가 역시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달러 강세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도 23일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 가능성에 달러화 강세 폭에 비해 원화 약세가 커졌는데 이번주 한은 금통위 결과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1300원대 안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준의 금리정책 불확실성으로 1300원 선을 중심으로 등락 장세가 이어지면서 133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통화 정책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는 쉬어갈 공산이 크지만, 원화가 추가 약세를 보이면서 1320원 내외까지 올라갈 수 있다"며 "그러나 원화가 이 수준을 계속 넘기 보다는 수 개월 내로 1200원 선에 안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SW

y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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