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전쟁 1년] “종전···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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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전쟁 1년] “종전···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02.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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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러시아 철군 요구 결의안 채택
영토 분할형식 ‘코리안 시나리오’도 제기 
우크라 전쟁으로 ‘북핵 해법’은 어려워져 
24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24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김판호(조진웅)가 맞고 있는 나이트클럽을 접수하기 위해 최익현(최민식)이 최판호(하정우)를 꼬드기자 “대부님!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하고 말한다.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러시아의 기습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발발 1년을 맞았다. 이번 전쟁은 수많은 인명 피해와 인도주의적 재난을 낳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모두 전쟁을 끝낼 명분이 없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남북한으로 나뉜 한반도처럼 우크라이나도 영토 분할 형식으로 종전을 모색하는 이른바 ‘코리안 시나리오’를 제기하지만 이마저도 구상에 불과하다. 한편으로는 이번 전쟁으로 북한 핵 문제 해법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소집된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사진=트위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소집된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사진=트위터

◇ 유엔 회원국들 ‘러 철군 요구 결의안’ 채택  

유엔 회원국들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찬성 141표, 반대 7표, 기권 32표로 가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중심이 돼 추진한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원칙 관련 결의안’에는 한국 정부도 공동제안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총회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당사국인 러시아가 이 결의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북한과 시리아, 니카라과, 벨라루스, 에리트레아, 말리도 반대표를 던졌다. 중국과 이란, 인도 등은 기권했다.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법적인 책임까지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 양상이다. 사진=시사주간 DB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많은 사상자를 내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 양상이다. 사진=시사주간 DB

◇ 전쟁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 양상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1년을 맞아 미국 워싱턴에서는 이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도 충격적이지만, 전쟁 과정도 예상을 뒤엎었다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그동안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의 결속력과 대응이 강력했다는 분석도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주를 이뤘다.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신미안보센터’의 안드레아 켄달-테일러 선임연구원은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협상에 관심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며 “타협할 명분도, 전쟁을 멈출 동기도 없다”고 진단했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과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할 능력도, 그렇다고 타협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기까지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를 연구하는 미 하버드대학 데이비스 센터의 알렉산드라 바쿠르 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4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 △정전협정이나 휴전을 맺는 것 △양측이 모종의 협상에 합의하는 것 △갈등의 장기화 지속 등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어느 쪽도 목표에 달성했거나, 협상에 나설 명분이 없기 때문에 전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고위직에서 한반도식 영토분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 러-우크라 고위직 한반도식 영토분할 언급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고위 관리로부터 ‘코리안 시나리오’, 즉 한반도식 영토 분할이 언급됐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처럼 민주주의 국가로 남고, 돈바스를 비롯해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은 러시아 영토로 분할된 채 종전하는 방식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가 서방 동맹국이 제안한 한국식 시나리오를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C) 서기도 같은 날 자신의 인터넷 사회연결망인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는 한국이 아니다”라며 “38선이나 다른 분계선, 외부에서 주장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한반도식 영토 분할’에 분명한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알렉산드라 바쿠르 센터장도 양측이 ‘한반도식 분할’에 합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반도식 분할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을 하고, 한국처럼 비무장지대를 두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가정한다”며 “하지만 양측 모두 ‘시간은 여전히 자기편’이라 믿기 때문에 어느 쪽도 전쟁을 멈추겠다는 선의의 합의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미국은 주권 국가들이 그들의 안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양보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국무부는 나아가 “러시아가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에서 최대한 지렛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미화 5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번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키이우를 깜짝 방문했다. 사진=시사주간 DB

◇ 미-러 해결책 내놓지 않으면 장기전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많은 전문가의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분단이란 말은 좀 그렇지만, 분열된 양상으로 장기간 존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그 상태가 ‘분단’이라는 용어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제성훈 교수도 “우크라이나에서 ‘분쟁 상황의 동결’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정치권의 경우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도 감지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완전히 밀어내고 옛 영토를 되찾겠다는 목표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느냐’, ‘이쯤에서 끝내자’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종전을 압박하진 않을 것이라고 바쿠르 센터장은 예측했다.

바쿠르 센터장은 “모든 것은 결국 우크라이나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한반도식 분할’을 받아들인다면 미국도 동조하겠지만,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영토 일부를 포기하도록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미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센터장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히 두 나라의 갈등이 아닌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패권 전쟁인 만큼 미국이 쉽게 물러설 수 없으며,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크라이나를 계속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길어질수록 북핵 해법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시사주간 DB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길어질수록 북핵 해법에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사진=시사주간 DB

◇ 우크라 전쟁 길어질수록 북핵 해법에 악영향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난 일 년 동안 우크라이나가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에서 최우선 순위가 된 반면, 북한은 관심에서 더 멀어졌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미중 갈등 등에 집중하는 사이, 당장 해결 가능성이 없는 북핵 문제는 현상 유지도 괜찮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또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도발도 미국에는 일상적인 현상처럼 여길 만큼 익숙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북한, 중국, 러시아 간 협력 강화도 점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쟁 1년 동안 러시아군 최대 20만명-우크라이나 군인 15만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시사주간 DB

◇ 우크라 민간인 희생자 4만명-어린이 500명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이 6만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왔다.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국방부의 발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러시아군이 최대 20만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 사망자는 최대 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의 피해도 커 “우크라이나에서 약 1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사상자가 최대 15만명에 이른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개전 이래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자국군의 사상자 수를 발표하고 있지 않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민간인 수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전쟁으로 사망한 민간인수는 최대 4만명으로 파악됐고 이중 어린이가 약 500명으로 전해졌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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