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현실판이 된 '정순신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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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현실판이 된 '정순신의 하루'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3.02.2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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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신 변호사. (사진=경찰청)
정순신 변호사. 사진=경찰청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전국 경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사임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부실 문제와 더불어 학폭을 저질렀음에도 서울대에 진학하는 등 '특혜'가 드러나며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지난 24일 경찰청은 정순신 변호사를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경찰청은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수사 전문가"라면서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으로 경찰의 책임수사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후 검찰 출신이 경찰을 지휘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정 변호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민주당은 그를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이라 지칭하며 "전직 검사를 임명한 건 경찰을 검찰 아래 두겠다는 얕은 수이자 수사권 조정을 퇴행시키는 비열한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임명되자마자 바로 아들이 학교 폭력을 저질렀다는 전력이 드러났다. 또 정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 폭력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진술서 내용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강제 전학에 불복해 '학폭 소송'을 제기한 것도 드러났는데 당시 그가 인권감독관으로 재직 중이었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폭으로 강제 전학을 당했던 아들이 서울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아빠 찬스' 논란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보다 더 좋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은 즉시 "<더 글로리>의 현실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여당 내에서도 사퇴 압박이 가해졌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자녀의 학교폭력 자체도 부적절하지만 학교폭력위원회의 전학 처분에 불복해 수차례 소송을 내고 모두 패소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이런 사람에게 대한민국 수사경찰을 지휘, 감독하는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사퇴를 촉구했다.

정순신 변호사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 두고두고 반성하며 살겠다"면서 임명 하루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정순신 변호사와 그의 아들을 둘러싼 논란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공정'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과 더불어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의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부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 개선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25일 'KBS 뉴스 9'는 2018년 정순신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보도했다고 전했다. 당시 KBS는 정 변호사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검사'라는 사실을 언급했고, 언론 보도까지 나왔음에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면서 '부실 검증'을 지적했다. 

또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과 검증 핵심 라인이 모두 검찰 출신이라는 점도 부실 검증의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불과 하루, '정순신의 하루'는 이처럼 큰 상처를 남기고 지나갔다. <더 글로리>를 보면서 학교 폭력의 후유증과 잔혹함에 분노하던 이들은 현실로 다가온 정순신의 논란을 보며 '공정은 없다'는 허탈한 표정까지 짓고 있다. 더 엄격한 인사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해 학생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생채기를 내는 인사가 나왔다는 것은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신속하게 처리해서 다행'이 결코 아니다. 상처를 생각한다면 말이다. SW

hcw@econom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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