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준법투쟁에 속타는 공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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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준법투쟁에 속타는 공사현장
  • 유진경 기자
  • 승인 2023.03.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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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월례비 안 받고, 초과 근무·위험 작업 거부 '준법투쟁'
건설업계 "공기 지연될까 우려···대체 인력 구하기 쉽지 않아"
정부, 이달부터 월례비 받은 크레인 기사 최대 1년간 면허정지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유진경 기자] 과도하게 금품을 요구하거나 비상식적인 실력 행사는 없어졌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어요."

지난 6일 경기도 과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소장은 "타워크레인 작업 중 근무시간이 끝났다며 작업을 중지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에 마찰을 빚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근무시간과 안전 등 갖가지 이유로 태업 수준으로 일을 하다 보니 공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기 지연으로 입주일자가 늦춰져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고, 지체보상금 지출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른바 '월례비' 등 관행적으로 이뤄진 건설현장의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나서면서 건설현장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이달 1일부터 월례비를 받거나 공사 방해, 태업을 한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면허를 최장 1년간 정지하기로 하면서 이에 반발한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받지 않고, 초과 근무·위험한 작업을 거부하는 등 일종의 '준법투쟁'에 나서고 있다. 월례비는 공기 단축과 위험한 작업에 대해 관행적으로 지급된 근로의 대가라는 게 건설노조의 전언이다.

익명을 요구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그간 공기를 맞추기 위해 주 52시간 넘게 일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도 작업을 이어갔는데 지금은 파렴치한으로 치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 52시간을 비롯해 점심시간 등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비나 눈이 올 때는 작업을 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노조가 준법투쟁에 나서자, 건설현장은 공기를 맞추지 못할까 애를 태우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달부터 전국의 각 현장마다 매일 공사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당장은 큰 지장이 없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계속 이렇게 작업이 늦어지면 공기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경기도 안양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소장은 "월례비나 무리한 요구가 많이 사라졌으나, 태업에 가까울 정도로 작업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크레인 기사들과 마찰을 빚을까 조심하고 있지만,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인력 확대와 비용 증가 불가피한데, 대체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가 기사들이 태업을 하면 대체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실제 전국 건설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약 4600여대로, 이 중 4000여대 넘는 크레인을 노조원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관계자는 "월례비나 불법적인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하지만 실제 건설 현장에서 대체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사들 대부분 이미 건설노조 소속이고, 크레인 임대회사에서 문의해봐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전했다.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소장은 "이번을 계기로 월례비 등 불법 행위들이 근절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공기가 자꾸 늦어지면 그 피해를 건설사가 모두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부당행위는 건설업체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공기를 연장시키며,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며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를 활용한 뿌리 깊은 불법 행위와 악성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SW

y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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