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2세 시대 한 사기꾼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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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찰스 2세 시대 한 사기꾼의 종말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03.1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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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1678년은 영국에서 이성이 히스테리에 압도당한 해였다. 왕을 비롯한 많은 영국인들이 이 집단 히스테리에 정신을 잃었다. 타이터스 오아테스라는 천하의 사기꾼이 나라 전체를 뒤집어 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기행각에 능숙했던 그는 돈을 주지 않고 코트를 사취했고 학교(케임브리지)에서는 퇴학당했다. 그러다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교구 목사가 됐다가 쫓겨났다. 도둑질도 서슴지 않았고 남색도 저질렀다. 학교 교장이 되고 싶은 욕심에 멀쩡한 교장을 음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력을 위조해 군종 목사로 부임했다. 여기서도 남색을 탐하다가 걸렸다. 교수형에 처해질 뻔하자 예수회로 숨어들어간다. 그는 여기서 왕(찰스 2세) 암살 음모를 듣게 된다. 그는 추밀원으로 달려가 이를 고발해 신임을 얻었다. 그런 후에는 가톨릭 교도 소탕 사건에 한 몫 단단히 한다. 찰스 왕은 이 사내가 사기꾼에다 능숙한 거짓말로 세상을 속이고 있다고 봤지만 권력 싸움에 말려들어 어물쩍 넘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왕비가 의사와 짜고 왕을 독살하려 한다고 직소했다. 조사 끝에 거짓임을 알게 된 왕이 그를 감옥에 가뒀으나 의회가 반대해 풀려난다. 올리버 크롬웰이 주름 잡던 이 시기에 왕은 무력했다. 이들은 위증 전문가, 혁명에 도취되어 있던 판사, 배심원 등을 동원해 이른바 천주교 음모 사건을 진행해 무고한 자들을 수없이 처형한다.

이 사건의 혁혁한 공헌자인 오아테스는 국가의 구세주로 불리며 승승장구한다. 몸종을 하사 받았고 궁궐 같은 화이트 홀에서 살았다. 그는 이 와중에도 암살자들이 상처가 생기면 절대 회복할 수 없는 특이한 모양을 한 은제 탄환으로 왕을 죽이려 하고 있다면서 여론몰이를 계속했다. 이러는 동안 각종 유언비어가 퍼졌고 예수회 수도사들은 곳곳에서 처형당했다. 오아테스는 살생부를 가지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할 것으로 여겨지는 자는 모조리 제거해 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대중들의 취향은 포화상태에 가 있었고 심문관들에게도 지나치다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해 8월말 왕은 오아테스를 화이트홀에서 쫓아냈다. 그러자 그는 왕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2세가 취임하면서 그의 거짓 인생은 종말을 맞게 됐다. 그는 발가벗겨져 마차 뒤에 묶인 채 채찍을 맞으며 시내를 돌아 다녔고 3년 간 감옥에 갇혀 있다 출소해 1705년 숨을 거뒀다.

누군가가 이런 글을 남겼다.

‘한 때는 세 명의 왕이 나를 숭배했고 세 의회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으며 말 한마디 눈짓 하나로 귀족들의 목을 매달았고 선서 한 번으로 왕좌를 흔들었으며 무슨 짓을 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인사 한마디 건네는 사람이 없고 이 망할 놈의 송판 두 개 사이에 끼여 구덩이로 목을 내놓는 신세가 되고 말았구나.’(조프리 리건의 ‘세계사의 대실수’ 중)

역사는 거짓과 기만 그리고 사기술로 무장한 한 인간이 대중들을 어떻게 속이고 나라를 망치는 지, 그리고 그 결말은 어떠한 지 보여주고 있다. 이 실화는 단순히 한 나라, 한 집단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어느 집단에서도 일어난다. 우리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이런 류의 인간에게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경계심을 높이자.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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