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배우로 '부활'한 키 호이 콴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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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에 배우로 '부활'한 키 호이 콴의 메시지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3.03.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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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키 호이 콴. (사진=AP/뉴시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키 호이 콴. 사진=AP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그리고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양자경이었다.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녀조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며 '모든 걸 가진' 작품의 등장과 함께 동양인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양자경의 존재감이 빛났던 하루였다. 

양자경이 세계 여성들을 향해 던진 "여성 여러분,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마세요"라는 메시지의 울림은 강렬했다. 한국의 한 방송사가 '여성 여러분'을 자막에서 빼면서 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것이 옥의 티가 되기는 했지만.

그리고 또 한 사람의 등장을 이야기해야한다.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키 호이 콴. 양자경의 남편 역할을 맡은 그는 세 명의 각기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영화의 재미를 한껏 살렸다. 그는 지난해부터 주요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휩쓸었고 마침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의 이름을 잘 모르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80년대 영화팬들 중에는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바로 해리슨 포드와 출연한 <인디아나 존스 2>와 <구니스>의 아역 배우가 그다. 특히 <인디아나 존스 2>에서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분) 옆을 항상 지키는 귀여운 소년으로 많은 팬들이 기억하고 있다.

베트남계 화교인 그는 어린 시절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난민이 됐고 온갖 고생 끝에 1979년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주해 살게 됐다. 그리고 두 편의 영화를 통해 불과 13세의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아역 배우의 한계, 그리고 헐리우드에서 입지가 넓지 않은 동양인 배우의 한계가 드러나며 점점 과거의 배우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지만 배우가 아닌 영화 드라마 제작 스태프로, 스턴트맨으로 근근이 영화와 인연을 이어갔다. 영화 <엑스맨>에서는 무술 담당 스태프로 참여했고 왕가위 감독의 <2046>(2004)의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그였기에 배우로 돌아간다는 것은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다시 배우의 기회를 준 것은 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대니얼 콴, 대니얼 쉐이너트 감독이었다. 아무도 어울리지 않았기에 배우 찾기에 난항을 거듭했던 '웨이먼드 왕' 역할이 그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각종 상으로 대표되는 '대배우의 부활'이었다. 그는 84세인 어머니를 향해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외쳤다. "엄마, 나 오스카상 받았어!"

"나는 난민 캠프에서 오래 지냈다. 보트를 타고 시작한 여정을 통해 이 큰 무대에 올라왔다.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면서 그는 이런 소감을 남겼다. 

"인생에서 한 번 누릴까 말까 한 영광을 누릴 수 있어서 감사하고, 지금까지 희생해준 어머니께 감사하다. 모두에게 당신의 꿈을 계속 꾸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계속 꾸라'. 그 역시 전 세계에 자신의 눈물이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각종 시상식에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고 이번에도 '감사'를 연발했다. 꿈을 간직한 자에게 찾아온 기회와 영광을 확인시킨 순간, 현실의 온갖 문제들로 우리의 삶이 피폐해졌다고 하지만 어디선가는 분명 그 현실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에게 희망이 된 이야기가 이렇게 펼쳐졌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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