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의 ‘감경’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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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의 ‘감경’ 문제는 국민 모두의 문제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3.05.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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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철환
사진=김철환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농인들과 수어통역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작은 논쟁이 있었다. 어느 농인이 농인들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혜적인 정책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예로 “형법”에서 농인이라는 이유로 형량을 줄이는 문제를 들었다. 하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시기상조이다.”, “필요한 내용이니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등 반대를 하기도 했다.

현행 “형법”에는 청각과 언어장애인에 대하여 형을 줄여주는 감경조항이 있다. 동법 제11조인데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한다.”라고 하고 있다. 농인이나 수어통역사들 사이에 간간히 이 조항을 구대로 두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논의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2017년 농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사기사건 터진 것이 있었다. “행복팀”이라는 사기사건으로, 농인들이 같은 농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다. 당시 많은 농인들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이 500억이 넘는다 한다. 

34명이 넘는 조직원들은 수어로 소통을 하면 농인들이 신뢰를 더 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조직적으로 접근 해 원금의 3배 이상 돌려준다는 등 큰 이익이 생긴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대부분 피해 농인들은 금융 지식이 없어서 그대로 넘어갔다. 자신의 금융자산을 맡기거나 부동산을 처분해 돈을 맡겼다. 제2금융권에서 담보를 받아 투자를 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많은 농인들이 파산하고, 자살하는 농인까지 생겨났다. 

결국 ‘행복팀’ 가담자 대부분이 검거되었다. 이 사건은 청주법원에서 진행되었는데, 사기단 총책의 경우 사기만이 아니라 범죄단체 조직의 결성을 했다는 죄목이 더해져 높은 형량이 나왔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농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가해자들에 대한 처별이 가볍다는 것이다. 형이 가볍게 나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형법”의 감경 조항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후 “형법”의 농인 감경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상당수가 이에 동조를 했다. 그리고 분위기를 반영하여 공청회가 열리고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당시의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는 이랬다. 시대가 바뀌었고, 평등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농인들에 대한 복지가 좋아졌고, 학력도 높은데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책임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논리이다. 

이에 반대를 하는 이들은 여전히 열악한 농인들의 현실을 들었다. 농인에 대한 차별이 여전하고, 상당수가 문장 해독력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조항을 그대로 두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달아오르던 “형법” 개정에 대한 논의들은 이제 사그라졌다. 국회에 올라갔던 “형법”개정안들도 회기를 넘기며 폐기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보호보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이 있는가 하면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들도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평등의 가치를 어디까지 두어야 하는지, 장애인에 대한 보호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장애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형법”에서의 감경 문제는 장애인만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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