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현 부장판사가 400m 지하갱도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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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현 부장판사가 400m 지하갱도에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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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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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주간=-사회팀]

8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광업소.

지상으로부터 깊이 400m, 경사면 길이 2.5㎞ 아래 탄광의 지하 갱도에서 재판 심리가 열렸다.

화순광업소의 탄광개발로 농지에 피해를 입었다며 인근 농지 소유주 50여명이 광업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찾아가는 법정' 심리였다.

재판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민사25부 장준현 부장판사는 이날 하루 법관복 대신 탄광 작업복을 입고 장화를 신고 헬멧을 썼다.

똑 같은 복장에 누가 재판관인지, 누가 탄광 직원이고 토지 소유주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심리의 핵심은 광업소의 탄광개발로 인해 주변의 지표수가 감소했는지와 이로 인해 토지 경작이 불가능해졌고 토지 소유주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는가였다.

토지 소유주들은 "1980년 이후 지표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해 토지 가치가 떨어지는 등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탄광 관계자들은 "갱내 여러 곳에 지하수 집수시설과 배수펌프를 설치해 지하수를 배출해 오고 있기 때문에 지표수가 줄어든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장 부장판사 등 재판부는 갱도에 설치된 집수시설과 배수펌프를 둘러보면서 지표수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봤다.

장 부장판사는 양측의 주장과 현장검증 상황을 녹음했으며 좌우 배석판사들은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거나 오고가는 대화를 메모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물이 고여 있는 복암2사갱 16편 갱도의 집수시설 폭을 놓고 원고와 피고 측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집수시설의 폭은 3.3m"라고 주장하는 회사 측에 토지 소유주들은 "3.3m가 훨씬 더 돼 보인다. 만약 폭이 더 넓다면 회사 측이 제시한 양보다 훨씬 많은 지표수가 갱도 안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며 이는 탄광 개발과 지표수 감소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장 부장판사가 나서서 "재판부에 발언요청을 한 뒤 말씀하세요", "언성을 높이지 말고 주장만 하세요"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날 '찾아가는 법정'은 약 3시간 동안 복암2사갱 15~18편, 복암 1사갱 6편에 있는 저수조와 펌프 기계실 등 모두 5곳에서 진행됐다.

장 부장판사는 "현장을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양측의 주장을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번 소송의 핵심이 탄광개발과 지표수 감소의 연관성이 만큼 이번 '찾아가는 법정'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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