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신유진 기자] 명절에는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가족·친지들과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한복이 가진 전통적 모습을 점점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명 ‘퓨전한복’이라 불리는 한복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경복궁은 최근 설을 맞아 무료 개방을 실시했다. 한복을 입고 궁궐을 관람하는 국내인과 외국인들이 많이 보였다. 광화문 앞에 위치한 한복대여점 또한 설날에도 정상 영업했다.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인도 한복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문화가 젊은 층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멀게 느껴졌던 한복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입고 있는 한복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한복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복은 일반적으로 차분한 치마의 모습과 조화로운 단색으로 이뤄진 저고리, 단아함과 무거운 분위기를 동시에 풍기는 것이 전통한복의 모습으로 불린다. 그러나 몇 해 전부터 한복 디자인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논란은 시작됐다.
이에 경복궁, 창경궁, 종묘 등 서울 고궁 주변과 인사동, 북촌한옥마을, 전북 전주시의 한옥마을 등 관광지 주변에는 많은 퓨전한복점이 들어서게 됐다. 물론 대여점에서 개량한복과 전통한복 또한 대여한다.
여성 퓨전한복을 보면 화려한 형형색색과 반짝이 무늬가 치마에 새겨져 있고, 치마 안에는 서양식 드레스에 들어가는 페티코트(Petticoat·치마 안에 받쳐 입는 빳빳한 속치마)를 입어 볼륨을 강조했다. 저고리 같은 경우는 고름이 없거나 짧은 저고리 혹은 리본을 묶어 화려함을 표현했다.
퓨전한복에 대해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임모(60·여)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퓨전한복으로 인해 딱딱한 한복의 이미지가 좋게 나가는 것이 괜찮은 거 아닌가?” “요즘 한복도 신세대가 많이 입는데 그들에게 맞아 좋으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복진흥센터 한복문화팀 관계자는 “전통한복을 어디까지 볼 수 있는가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퓨전 한복은 체험용도이며, 한복의 전통을 훼손 했다기보다 새로운 놀이체험 및 문화 콘텐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NS가 활발해지면서 젊은 사람들 사이에 한복이 과해진 면도 있지만 한복을 입는 주체가 젊은 사람이 반을 넘게 차지하면서 그들이 많이 선택하고 있다”며 “관광지에 있는 한복 대여점에는 퓨전한복 뿐 아니라 전통한복도 함께 대여하고 있다. 즉 전통한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안 하는 것일 뿐”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현재 퓨전 한복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시대가 변했고 퓨전 한복 자체가 한복에서 온 것이며 현시대에 맞게 변화한 것이다. 이것을 전통성 훼손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지 않나 라는 생각과 퓨전 한복을 한국의 전통한복으로 오인하기 쉬울 수 있어 대중화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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