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寸鐵活人(촌철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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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寸鐵活人(촌철활인)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20.03.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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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사진=pixabay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촌철살인(寸鐵殺人)이 맞죠. 하지만 짧지만 좋은 말 한마디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촌철활인’이라고 제목을 붙여봤습니다.
   
옛 중국사람 나대경이 여러 사람들과 갖가지 분야의 토크를 나누고 재미있었던 부분을 모아 쓴 책이 <鶴林玉露(학림옥로)>인데요, 당대 최고 인텔리 대혜선사의 말이 들어있습니다.

“한 수레 가득 칼을 싣고 와서 이 칼 저 칼 휘둘러 봤자 명검 없으면 말짱 꽝. 짧은 쇠붙이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여기서 ‘살인’의 원 뜻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마음속에 뭉쳐있는 속된 생각을 완전히 쫓아 없애는 것이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말이 단 짧은 한마디이지만 정곡을 찔러, 남을 감동시키거나 사물의 이치를 좔좔 설명하는 걸까요? 여기 ‘으뜸 촌철활인’으로 꼽히는 한 할머니의 말을 전할까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의 한 학술단체에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주제는 ‘하느님은 없다’.

먼저 천문학자, “얼마 전 고성능 망원경을 갖게 돼, 천체를 살폈습니다. 아무리 봐도 하느님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수긍, ‘정말로 하느님이 있다면 망원경에 옷깃이라도 보였을 거야.’

두 번째 발표자는 의학자였습니다. “나는 평생 많은 사람을 수술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준 영혼이 몸 안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 영혼을 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하느님도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참석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을 할뿐 누구도 반론을 펴지 못했습니다.

사회자가 “그러면 하느님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므로...”라며 토론을 마치려 하는 순간, 뒷줄의 한 할머니가 급히 뛰어나왔습니다.

할머니: 그런데 바람은 있잖습니까? 먼저 천문학 박사에게 묻죠. 당신이 갖고 있는 고성능 망원경으로 바람도 볼 수 있습니까?

천문학자 :  바람이야 원래 안 보이는 겁니다.

할머니 : 그런데 바람은 있잖습니까?

장내는 물 끼얹은 듯 잠잠. 할머니의 말이 이어집니다. 

할머니 : 의학박사님, 당신 속엔 아내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겁니다. 그쵸?

의학박사 : 그럼요! 큰 사랑을 갖고 있습니다.

할머니 :  해부를 해보셨나요? 사랑이 어떻게 생겼던가요?

의학박사 :  (~ 또잉)

할머니 : 사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있듯 당장 하느님은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 살아계십니다. 알겠어요??!!”

할머니의 촌철일갈에 더 이상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가 지독합니다. 생활의 불편 정도가 아니라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고 우리 모두의 불안과 공포를 더욱 높여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총선까지 다가오니 정치권은 물론 각계각층 사람들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를 대며 심각성을 설명하는 말들이 분수처럼 치솟습니다. 방역당국을 모질게 비판하는 말도 토왕성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관련된 고급정보랍시고 의학용어가 포함된 말과 글들도 장마철 논두렁 물 넘치듯 합니다.

그런데 대개가 겁을 더욱 느끼게 할 뿐 위안이 되는 말은 흔치 않습니다. 누군가가 ‘두려움은 가끔은 단순하고 무식한 용기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고 외치던데, 차라리 그게 마땅한 해답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어디 어느 현자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 버금가는 말을 해서 공포에 질려 무력해 있는 우릴 일으켜줄 수 없을까요? 아니면 하느님의 존재를 명쾌히 밝힌(?) 할머니가 좀 오셔서 촌철활인의 한 말씀을 들려주시면 이 끔찍한 사태를 이길 힘이 될 것 같습니다.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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