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前 사망하면 남자가 더 적은 국가배상···개정 추진
상태바
군복무前 사망하면 남자가 더 적은 국가배상···개정 추진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3.05.24 13:0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세에 사망할 경우 최대 2600만원 차이
"복무예정기간, 취업기간에 포함하는 것"
故홍정기 일병 사건 등 불합리 개선 시도
"유족의 독자적 위자료 청구권 보장할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실에서 '법무부,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 추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법무부가 국가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남성의 군 복무예정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포함, 남성과 여성 사이 배상액 차이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전사 군경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배제도 개정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국가배상법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25일부터 7월4일까지다.

법무부는 국가배상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병역의무대상 남성의 국가배상 시 예상 군 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산입해 병역의무대상 남성에 대한 차별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현재는 일실이익 계산을 위한 취업가능기간에서 병역의무 남성의 군 복무 예정기간을 제외하고 있다.

'일실이익'은 손해배상 청구의 이유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익을 말한다.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근로 수입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2000년 4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역복무기간이 가동 기간에서 제외돼야 하고, 징집에 의한 병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국가배상만이 아닌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 공통으로 적용되던 판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병역의무자에게 군 복무로 인한 불이익을 야기하고 병역의무가 없는 사람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결과가 돼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사고 당시 9세인 남학생과 여학생이 사망한 경우, 남학생의 일실수익은 4억8651만원으로 여학생(5억1334만원)보다 약 2682만원 적다. 남학생 취업가능기간에서 군 복무예정기간(18개월)을 빼면서 발생하는 차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국가배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군 복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그 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전부 산입하는 취지로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고 나면, 유족들은 법원 등에 개정된 시행령을 바탕으로 복무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포함해서 계산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한 장관은 "최근에 있었던 여러 사회적 참사로 인한 피해 배·보상과 비교하면 불합리하다는 것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역의무 이행으로 인해서 불이익한 처우를 받는다는 것은 헌법 정신에 반한다. 그 자체로 정의와 상식에도 맞지 않다. 법무부는 병역의무대상 남성에 대한 국가배상액 차별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사망한 군인과 경찰의 유족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유족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다.

현재 시행 중인 국가배상법 2조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등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군인·경찰 등이 전투·훈련 등 직무 집행과 관련해 전사·순직하거나 공상을 입은 경우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보상을 지급 받을 수 있을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 조항 때문에 유족의 별도 권리인 위자료 청구권까지 이중배상금지를 이유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1967년 한국전쟁과 베트남파병으로 인해 전사·공상자의 국가배상 소송이 폭증하자 이 조항이 도입됐다. 대법원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는데, 당시 정부는 1972년 7차 개헌을 통해 본인에 대한 이중배상 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유족의 위자료 청구까지 금지한 이중배상금지 조항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이어졌고, 헌법재판소에도 복수의 사건이 접수됐다. 헌재는 헌법 조항은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8번 각하 결정했다. 다만 헌법 개정 필요성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故(고)홍정기 일병의 유족들은 군에서 적시에 진단·치료를 받지 못해 홍 일병이 사망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500만원 등 지급과 사과 등을 담은 화해권고를 내렸지만, 정부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국가배상법이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상황을 보고 받고 법무부는 장관 주재로 여러차례 심도 깊은 회의를 했다. 그러나 입법이 아닌 저희 법 해석으로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과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은 고인과 별도로 고유한 것(위자료 청구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족에게 독자적 위자료 청구권을 위한 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부칙으로 소송 계속 중인 사안에도 적용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부칙에 '법 시행 당시 배상심의회 또는 법원에 계속 중인 국가배상신청 또는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대해서는 개정규정을 적용한다'고 경과조치를 둘 계획이다.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유족들도 위자료를 받을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한 장관은 헌법상 이중배상금지 원칙 수정을 위한 개헌 검토 여부에 대해 "헌법적 쟁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 태도를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만, 헌법 규정에는 없지만 국가배상법에만 확대해 둔 유족 부분만 개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유족의 위자료 청구권 배제와 같이 병역의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을 적극 찾고, 이번 기회에 개선해보자고 판단했다"며 "이번 두 가지 개선은 불합리한 제도를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앞으로도 열심히 찾아 고치겠다"고 했다. SW

lmj@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