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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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난장(57)
  • 시사주간
  • 승인 2017.07.0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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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고보이 그런네예. 집에 지 혼자 놔두고 며루치 배 들어오는데 가시가꼬 온종일 안오시가지 혼자심심해 산으로 갯벌로 싸다녔지예.”“하아 고 펄펄 튀는 며루치, 초고추장에 찍어 입안에 쏘옥 넣으마 세가 살살 녹제.”“어무이 언제 미조항으로 통발 며루치 한번 묵으로 가입시더. 며루치카마 미조항이 최고지예.”“하마.

그물친거는 비늘이 다 벗겨지고 떨어져 나가 하나도 맛 없데이.”“말하이 머합니꺼? 물살이 세서 힘을 줘서 다니는 괴기하고 가만있는 물에서 노는 괴기하고 우째 같십니꺼?”남해는 섬인 만큼 바다에서는 숱한 해산물이 나지만,

그 가운데서도 멸치는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로 꼽힌다. 이곳에서 멸치잡이가 봇물터지듯 일어나는 곳은 미조항으로 예부터 잘 알려진 곳이다. 보통 남해의 멸치잡이는 3월 초에 시작된다. 젓갈에 들어가는 액젓용 멸치는 3∼7월, 건조용 멸치는 3∼11월까지 잡는다.“우리야 옛날부터 멋 모르고 그저 자맥질이나 하거나 살(어살)을 가지고 묵고사는기 전부인지 알았제.

그렇게 물 흐르마 흐르는 갑다하며 자연을 안 거스리고 살아왔는데 요새는 무신 놈의 세상이 돈이라카마 눈까리가 뻘게 같고 못하는 짓이 없고….”그랬다. 어부들은 아버지 대로부터 물려받은고기잡이 기술과 수없이 거듭되는 경험으로 고기 습성을 마누라 엉덩이 품새보다 더 잘 알았다.

예를 들어 해, 달, 별, 바람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고 출어를 결정하며 해저의 높낮이나 암초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든지, 고기떼를 찾기 위해 속이 휑한 대나무통을 물 속에 넣고 고기의 소리를 듣는 재주 등은 전수되어온 지식과 경험의 산물인 것이다.

고기가 많은 어장은 공동소유였으므로 누구 집 숟가락이 몇개며 어젯밤 마누라 등쌀에 잠을 설쳤는지 아니면 갯가 작부집 각시 함하자하고 조개탕을끓이다가 눈이 충혈됐는지 다 아는 어부들은 서로 상부상조해가며 고기를 잡았다.

이들은 여러척의 배가 출어했어도 고기떼를 먼저 발견한 배에 양보하였으며 어장에 먼저 들어와 그물을 치고 있으면 방해되지 않게 콧방귀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런 식으로 지천으로 널린 고기를 건져 올려 먹고 살아오는데 요즘 고데구리(싹슬이 저인망어선)들이 나타나 하루잡아 하루먹고 사는 어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었다.

하여간 요즘 들어서 ‘어부사시사’라 할 만한 그런 고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로또 당첨금 내놓고 찾아 봐도 없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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