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 동화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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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 동화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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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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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동화집, 잡지, 그림책 등 188건 207점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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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영화기자]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 동화 100년’이 8일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전래 동화집, 잡지, 그림책 등 188건 207점을 선보이는 국립한글박물관 기획특별전이다.

‘한글 전래 동화의 발자취’, ‘한글 전래 동화의 글쓰기’, ‘한글 전래 동화, 더불어 사는 삶 이야기’로 이뤄졌다.

개화기~1990년대 한글 전래 동화의 발전상으로 출발한다. 최초의 한글 전래 동화집인 심의린(1894~1951)의 ‘조선동화대집’ 초판본(1926), 최남선(1890~1957)이 서문을 쓰고 이상범(1879~1972)이 삽화를 그려 한충(?~?)이 편찬한 ‘조선동화 우리동무’(1927), 민속학자 송석하가 서문을 쓴 박영만(1914~1981)의 ‘조선전래동화집’(1940) 등을 볼 수 있다.
 
조선총독부가 식민지배를 위해 전국의 신화, 전설 등을 조사한 보고서 ‘전설동화조사사항’(1913), 조선총독부가 간행한 최초의 전래 동화집 ‘조선동화집’(1924), 다카하시 도루(1878~1967)의 ‘조선물어집’(1910) 등 일본어 자료도 있다.

개화기 선교사 윌리엄 엘리엇 크리피스(1843~1928)의 ‘코리안 페어리 테일스’(1922 재판본), 호머 B 헐버트(1863~1949)의 ‘엄지 더 위저드-코리안 포크 스토리스’(1925) 등 외국에서 간행된 영문 전래 동화책도 소개한다.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은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침략과 일본의 식민 지배라는 불안한 여건에서 싹을 틔웠다. 민족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를 교육하는 어린이 문학이 주목받게 됐고, 한글 전래 동화 또한 같은 흐름에서 발전했다.

민족의 지혜와 정서가 담긴 옛이야기의 가치는 최남선이 앞서 깨달았다. 1913년 당시 23세 최남선이 발행한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를 공개한다. 이 책에 실린 ‘바보 온달이’는 한글 전래 동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같은해 최남선은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 2호에 옛이야기를 모집하는 광고를 처음 게시하는데, 전래 동화 모집 운동은 향후 한글 전래 동화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한 두 편씩 모습을 드러내던 전래 동화는 1920년대 방정환(1899~1931)에 의해 다시 주목받는다. 1922년 ‘개벽’ 26호에서 방정환은 ‘동화는 그 민족성과 민족의 생활에 근거하고 그것이 다시 민족근성을 굳건히 하고 새 물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해송(1905~1966), 주요섭(1902~1972), 연성흠(1902~1945) 등 1920~1940년대에 활동한 동화 작가들의 작품을 수록한 ‘어린이’, ‘아이생활’, ‘신소년’, ‘동화’, ‘조선아동’ 따위의 어린이 잡지와 단행본도 만날 수 있다.

3대 한글 전래 동화집이라 할 수 있는 ‘조선동화대집’(심의린 1926), ‘조선동화 우리동무’(한충 1927), ‘조선전래동화집’(박영만 1940)에 담긴 전래 동화 171편의 원문은 디지털 자료로 전시한다.
 
‘조선동화대집’에는 ‘착한 아우’, ‘떡보의 성공’ 등 옛이야기 66편이 조선어 학습을 위한 담화 재료로 실려 있다. ‘조선동화 우리동무’는 조선어, 조선의 마음, 조선의 전승에 힘쓴 전래 동화집이다. 해학과 풍자가 담긴 ‘욕심쟁이’, ‘참새와 파리’ 등 30편이 있다. ‘조선전래동화집’은 직접 채록한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한 ‘열두삼천’, ‘계수나무 할아버지’ 등 75편을 게재했다. 전시에나온 것은 일본 가나가와근대문학관 소장본이다.

전래 동화 글쓰기는 옛이야기의 입말을 살린 글맛이 특징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처럼 시간과 장소를 모호하게 하거나, ‘착한 콩쥐와 못된 팥쥐’처럼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다. ‘집채만 한 구렁이’, ‘아홉 번 죽여도 시원치 않은 놈’처럼 상황과 심리 묘사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전래 동화를 잘 쓰고 바르게 전하는 방법에 관한 동화 작가 서정오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또 김복진(1909~1950)의 구연동화 ‘혹 뗀 이야기’(콜럼비아레코드 1934), 윤석중(1911~2003)이 작사한 동요 ‘흥부와 제비’(빅터레코드 1937), 강태웅 감독의 애니메이션 ‘흥부와 놀부’(1967) 등 다른 분야와 글쓰기 비교를 통해 전래 동화의 글맛을 살피도록 했다.
 
오랜 세월 전해온 전래 동화는 민족의 삶과 슬기를 담고 있다. ‘남의 것을 탐내지 마라’가 아니고 ‘남의 것을 탐내면 벌을 받는다’와 같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스스로 깨우치게 한다.

‘효’, ‘우애’, ‘사랑’, ‘지혜’, ‘모험’, ‘보은’, ‘동물’, ‘도깨비·귀신’ 8가지 주제별로 대표적인 전래 동화를 소개한다. 해와 달이 뜨고 밤낮이 바뀌며 전래 동화 속의 주인공과 문장이 펼쳐지는 연출 영상으로 동화 속 이야기를 체험토록 했다.

김철민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 전래 동화는 단순히 어린이 문학의 한 분야가 아니다. 우리 민족의 소중한 옛이야기를 후대에 전하는 문화 전승자 노릇도 함께 하고 있다.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 무궁무진한 유무형 유산은 향후 한글 전래 동화의 올바른 발전에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 옛이야기의 보존과 전승에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한글이 우리 문화의 보존과 발전에 기여했던 구실을 인식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 동화 100년’은 내년 2월18일까지 계속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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