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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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4.0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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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투명성센터 회원들이 지난해 3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종교인과세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60년 동안 세금을 내지 않던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이번엔 퇴직소득세에 대한 과세여부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국회가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를, 종교인 과세를 시행한 20181월 이후의 퇴직금에 한정하여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때문이다.

종교인 소득세 납부 문제는 2006년에 종비련(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이라는 단체로부터 촉발된 종교인 소득세 납부 범국민 서명운동이 그 발화점이다. 당시 종비련은 종교인들의 소득세 탈세에 대해서 지적하면서 헌법에 명시된 납세의무가 종교인들에게만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국세청장을 직무유기죄로 고소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2017년 말 국회의 벽을 넘었다. 무려 10년이 넘게 걸려 겨우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리 뜯기고 저리 뜯겨 누더기요 빛 좋은 개살구에 다름 아니었다.

개정안에는 종교인 소득 중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급받는 종교활동비는 비과세로 하도록 되어 있다. 그 내역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기만 하면 되는데 종교활동비인지 비종교활동비인지 판단 내리기가 쉽지 않다. 또 종교인 회계와 종교단체 회계를 구분해 기록하고 관리할 경우 종교단체 회계는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비과세 항목의 경우 종교단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무제한 비과세가 가능하다. 세무조사 대상일 경우에도 다른 비영리법인과는 다르게 해당 장부를 세무서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이리저리 빠져 나갈 구멍이 많다는 이야기다.

일부 사찰이나 교회는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주고 뒷돈을 챙기는가 하면 종교단체를 이용한 정치인이나 기업의 비자금 세탁도 과거에 드물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기업인들 상당수가 불교,개신교 등 종교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속한 교회나 사찰이 있다.

세탁은 아주 쉽다. 자신이 나가는 교회나 절에 100억 원을 기부했다고 신고하고, 나중에 99억 원을 돌려받으면 된다. 경찰에 덜미가 잡혀도 기부했다고 오리발을 내밀면 그만이니 소도(蘇塗)가 따로 없었다. 과거 D그룹 회장에 대한 비자금 수사결과에 따르면 무려 15억 원을 절에 시주했다. 이런 경우, 자금추적은 바로 벽에 부딪친다. 절의 입장에서야 자신들의 장부를 공개할 의무가 전혀 없고, 심지어는 장부를 없애버렸다고 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었다.

일부 종교인의 연봉은 상상을 불허하고 있으며 종교계 소유의 사학, 병원, 복지시설 등 비영리 단체의 재산과, 종교계의 영리사업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드러난 것이 없다. 당연히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런 저런 수법과 핑계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두루 널렀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종교인들이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이리저리 빠져 나갈 구멍이 많다. 사정이 이럴진대 또 다시 퇴직금 과세 범위를 현재보다 줄이자고 하는 것은 일반인과 종교인 간의 형평성 문제에 눈 감겠다는 발상이다. 이는 지난 60년 간 받아온 혜택을 또 다시 받자는 것으로 이런 주장을 받아 들인다면 정치계가 종교계의 표를 의식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마침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5.8%가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종교인 세력보다 국민의 마음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이라도 되돌일 일이다. 세금은 의무사항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 예수님도 말씀 하셨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마가복음 12:13~17)’.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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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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