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도 ‘눈먼 돈’...논란 터져도 관련법은 ‘밑 빠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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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도 ‘눈먼 돈’...논란 터져도 관련법은 ‘밑 빠진 독’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6.2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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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바른인권여성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보조금·기부금 사용처 공개 및 여성가족부의 정의연 지원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바른인권여성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보조금·기부금 사용처 공개 및 여성가족부의 정의연 지원 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시민단체의 기부금 횡령 등 소위 ‘기부 사기’가 번번이 일어남에도 이를 미연에 방지할 관련법은 국회와 정부 모두 십년 넘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기부금에 대한 유용·횡령 등 기부금 비리 논란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010년 10월 대한적십자사의 아이티 재난 성금 97억원 횡령 논란부터 2016년 사랑의 열매 국민성금 949억원 유용 논란, 월드비전의 해외아동후원금 유용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기부금 비리 논란은 그칠 줄 모르는 기색이다. 2017년에는 새희망씨앗의 기부금 128억원 횡령 사건이 드러나고,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살인사건’의 주범 이영학이 10년 가량 10여억원을 갈취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 5월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유용 논란까지 터졌다.

매해 반복되는 기부금 비리 논란으로 한국 시민사회 속 기부문화는 경제 불황과 함께 불신으로 얼어붙는 모양새다. 2019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개인기부자 수의 경우 전년대비 33.6% 줄어든 52만1540명인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로 인한 반면교사도 없진 않다. 사연 또는 사정이 딱하거나 불우할지라도 기부 등 후원 또한 투자처럼 자세히 검증해야하고, 기부자의 기부금도 본인이 원할 시 되돌려 받을 수 있어야 하는 등 합리적인 기부문화로의 각성이 그것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정의연 회계 사태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시민사회 여론과 달리 입법기관과 행정기관의 발맞춤은 뒤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 및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관련 법령 또는 시행령 개정은 지난 10여년 간 제대로 추진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조회한 결과, 지난 2008년부터 올해 2월 제20대 국회까지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관한 개정안은 총 70건이 발의됐으나, 이 중 가결된 법안은 단 3건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올해 초 정의연 사태로 기부금에 대한 투명성 강화 관련 법안이 이달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여야 대립으로 법안에 대한 상임위 심사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지난 2011년 말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기부금품 관련법 또는 시행령은 단 7건에 그친데다, 해당 법령 또한 보류 또는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1년 ‘기부나눔문화 확산’이란 명목으로 기부금품 모집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시행령 1건만 대통령령으로 국무회의를 통과·공포됐다.

정의연 사태에도 개선안 추진은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에 기부금품법 시행령 안건을 올렸다. 기부단체가 기부자들에게 기부금에 대한 상세한 사용명세 공개 요청을 받을 시 사용 용도 및 사용명세, 기부금 장부 등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신설규정이 더해졌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발 등으로 지난 15일 올라온 시행령에는 해당 조항들이 모조리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와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기치이자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한국 시민사회도 공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면 눈먼 돈으로 전락한 기부금은 밑 빠진 독으로 십여년 넘게 그 구멍을 메꾸지 않는 현실이다.

올해는 기부금 비리를 통한 시민단체의 정치집단화가 국회의원 당선이란 정치권력화까지 미친 것을 목격한 한 해다. 이를 관찰한다면 기부금의 의의 변질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을 수 있겠다. 기부문화, 공정가치 훼손을 비판하는 여론마저 냄비근성이 되도록 방관하는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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