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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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의 계절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1.11.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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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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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인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기상학적으로는 보통 9-11월을 가을(autumn)이라고 하나, 천문학적으로는 추분(秋分, 9월 23일경)부터 동지(冬至, 12월 21일경)까지를 말하고, 24절기상으로는 입추(立秋, 8월 8일경)부터 입동(立冬, 11월 8일경) 사이를 일컫는다. 

단풍(丹楓)은 9월 말에 시작하여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또한 가을의 상징은 수확(收穫)의 계절로 거두어들일 풍성한 것들이 우리 곁에 다가온다. 

한편 가을은 탈모(脫毛)가 악화되기 쉬운 계절이다. 습도가 낮고 기온 차가 커지면 모낭(毛囊) 세포가 활발히 활동하지 못해 모발 성장 주기가 변한다.

또한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두피(頭皮)의 유·수분 밸런스가 무너져 탈모의 원인이 된다. 환절기에는 모발의 성장이 완전히 멈춘 휴지기(休止期) 모발 비율이 증가하면서 갑자기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급성 탈모에 시달릴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身體髮膚受之父母(신체발부수지부모)’라 하여 모발(毛髮)을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신체의 일부로 소중히 여겨왔다. 또한 두발(頭髮)을 존엄과 긍지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이에 성인이 되면 남녀가 모두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거나 쪽을 찌는 관습이 있었고, 친상(親喪)을 당하면 머리를 풀어 근신의 뜻을 표하였다. 

탈모(alopecia)란 빠지는 머리털이 새로 나는 머리털보다 많거나 두피가 드러날 정도로 모발이 빠진 경우를 말한다. 즉 비정상적으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없는 상태,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부분적으로 많이 빠져 대머리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모(굵고 검은 머리털)가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인은 평균 약 10만 50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있으며, 하루에 50-100개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으로 본다. 서양인의 금발(金髮)인 경우에는 모발이 가늘고 밀도가 높아 약 14만개의 머리카락이 있다. 인간의 머리카락은 1일 0.35mm 정도 자라며, 머리카락의 표면에는 비늘 같은 무수한 표면가죽인 큐티클(cuticle)이 붙어있다. 큐티클은 머리카락 내부를 보호한다. 

탈모로 인하여 야기되는 상태를 탈모증(脫毛症)이라 한다. 두피에 뚜렷한 변화 없이 머리카락이 진행성으로 빠지는 탈모는 안드로겐(androgen)탈모증, 원형(圓形)탈모증, 휴지기(休止期)탈모증 등이 가장 흔하다. 탈모 종류에 따라 치료법 또한 달라지므로 탈모 치료에서는 정확한 진단과 원인 감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모는 임상적으로 흉터가 형성되는 것과 형성되지 않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흉터가 형성되는 탈모는 모낭이 파괴되므로 모발이 재생되지 않으나 흉터가 형성되지 않는 탈모는 모낭이 유지되므로 증상이 사라진 후에 모발이 재생된다. 

탈모는 크게 급성과 만성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급성 변화는 평소와 다르게 머리가 많이 빠지거나 특정 부위의 털이 없어지는 증상이다. 만성적 변화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것 같지는 않으나 머리카락이 서서히 가늘어지거나 밀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경과는 남성형 탈모의 경우 탈모의 진행 속도는 개인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대머리가 이른 나이에 빨리 시작된 경우 심한 대머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원형 탈모반은 치료가 잘 되지만 재발하는 경우도 있고, 온머리 탈모증(전두탈모증)이나 전신 탈모증의 경우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 휴지기 탈모는 가역적인 질환으로 원인이 제거되면 6-12개월에 걸쳐 서서히 회복된다. 

안드로겐탈모증(脫毛症)이란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서 머리의 앞쪽과 정수리에 존재하는 털뿌리에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활성이 높아져서 생기는 탈모를 말한다. 남성에서는 남성형탈모, 여성에서는 여성형탈모라고 불리기도 한다.

남성형 탈모증의 발생은 유전적 원인과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중요한 인자이며, 여성형 탈모에서도 일부는 남성형 탈모와 같은 경로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임상적으로 그 양상에 차이가 있다. 

국내 50대 남성의 경우 세 명 중 한 명꼴로 안드로겐탈모증이 나타나므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여성에서도 비교적 흔하며, 여성 몸에도 안드로겐이 존재하기 때문에 비슷한 기전으로 탈모가 진행된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과 달리 앞머리선에는 큰 변화 없이 정수리 쪽의 모발이 점진적으로 가늘어지고 밀도가 떨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여성 탈모는 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월경(月經)이나 임신, 출산, 폐경(閉經) 등으로 호르몬 변화가 심해 외부의 자극에 민감해지면서 탈모를 유발하기 쉽다.

특히 폐경 이후 더 자주, 급격히 발생할 수 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이 여성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원형탈모증(圓形脫毛症)은 자가 면역질환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나 감기 몸살 같은 급성질환 이후 몸에 면역학적 변화가 생기는 자가면역반응에 의해 머리털의 뿌리 부분이 손상을 받아 발생한다. 

원래 면역세포는 외부 병원체나 암세포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면역에 이상이 생기면 머리털 뿌리 부분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머리카락이 자라지 못하고 갑자기 끊어지는 현상이 머리의 특정 부위에서 발생하므로 동전 모양으로 탈모가 시작되고, 심해지면 머리의 넒은 부위로 진행된다. 

휴지기탈모증(休止期脫毛症)은 생장기의 모발이 몸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탈모로 모발의 일부가 갑자기 성장을 멈추는 휴지기로 변해 한꺼번에 빠지는 탈모를 말한다.

심한 다이어트나 큰 수술을 받았을 때 흔히 나타나며, 만성빈혈 또는 갑상선질환이 있는 환자. 출산(出産) 여성 등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탈모도 휴지기탈모의 한 유형이다. 

개개의 머리카락은 수명이 있다. 하나의 모낭(毛囊)에서 털이 3-7년 정도 자라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뿌리가 만들어지면서 자라던 모발은 빠지고 새로운 주기의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나는 현상이 평생 반복된다.

휴지기탈모는 건강하게 잘 자라던 생장기의 모발이 몸의 이상에 의해 갑자기 성장을 멈추는 휴지기로 변하는 현상이다. 휴지기로 바뀐 모발은 2-3개월 내에 빠진다. 한꺼번에 휴지기로 변한 털들은 한꺼번에 빠지게 된다. 

남성형 탈모는 대머리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서 20대나 30대부터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며 탈모가 진행된다. 이마와 머리털의 경계선이 뒤로 밀리면서 양측 측두부(옆머리)로 M자 모양으로 이마가 넓어지며 머리 정수리 부위에도 탈모가 서서히 진행된다.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와 비교하여 이마 위의 모발선이 유지되면서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는 특징이 있다. 탈모의 정도가 약하여 남성형 탈모에서처럼 이마가 벗겨지고 완전한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원형 탈모증은 다양한 크기의 원형 또는 타원형의 탈모반(모발이 소실되어 점처럼 보이는 것)이 발생하는 점이 특징이다. 주로 머리에 발생하며, 드물게 수염, 눈썹이나 속눈썹에도 생길 수 있으며 증상 부위가 확대되면서 큰 탈모반이 형성되기도 한다. 머리카락 전체가 빠지면 온머리 탈모증(전두 탈모증), 전신의 털이 빠지면 전신 탈모증이라 구분한다.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 자극 발생 후 2-4개월 후부터 탈모가 시작되어 전체적으로 머리숱이 감소하게 되며, 원인 자극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휴지기 모발이 정상으로 회복됨에 따라 모발 탈락은 감소하게 된다. 탈모증 중에서 빈도가 가장 높은 것은 원형 탈모증과 대머리이고, 이들은 모두 흉터가 발생하지 않는다. 

탈모증 진단은 일반적으로 환자의 임상 양상과 병력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각각의 특징적인 임상 양상으로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원형 탈모증을 진단할 수 있다.

휴지기 탈모증은 탈모의 원인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 영양결핍증이나 내분비 질환 등 의심되는 원인 질환이 있을 때는 해당 질환을 찾아내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는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은 탈모 초·중기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바르는 탈모약 미녹시딜(minoxidil)은 모발의 성장 촉진, 부피 증가, 성장기 연장, 혈류량 증가 등의 기전을 통해 탈모를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크라넬(ell-cranell)은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고 모낭세포의 증식을 촉진해 여성형 탈모에 효과 있다고 알려져 있다. 

먹는 탈모약에는 피나테드(Finated), 프로페시아(Propecia), 아보다트(Avodart) 등이 있으며 남성 호르몬의 기전에 관여하며 가임(可妊) 연령기 여성의 경우 금기다. 또한 간(肝)대사를 통하므로 간 기능 이상이 있는 사람은 신중한 복용이 필요하다.

원형탈모증 치료는 스테로이드(steroid) 제제, 면역요법 등이 이용되고 있다.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제거되면 모발이 회복되므로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발이식(毛髮移植)은 주로 후두부의 공여부(供與部) 모발 뿌리인 모낭(毛囊)을 보통 500-5000모 사이에서 필요한 만큼 채취하여 이마나 정수리 때론 눈썹, 음모와 같은 수혜부(受惠部)에 식모기, 슬릿 등을 이용해 옮겨 심는 시술이다. 

슬릿(SLIT)은 가는 바늘과 같은 도구로 모발이 심어질 곳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 후 분리된 모낭을 하나씩 심는 것이며, 식모기(植毛機)는 마치 샤프펜슬과 같이 생긴 기구에 모낭을 끼워 구멍을 냄과 동시에 모낭을 심는 방식이다. 

시술 직후에는 이식 부위에 울긋불긋한 붉은 딱지들이 남아서 혐오스럽지만, 며칠 지나면 딱지는 떨어진다. 심은 털이 생착하는데 약 2주가 걸리므로 최소 1주 동안에는 이식부위에 물리적인 자극을 피해야 한다.

약 2주-3개월 사이에 이식한 모낭의 줄기인 머리카락은 빠지고 뿌리는 자리 잡게 되는데 이후 머리가 자라는 속도에 따라 3-4개월부터 연모를 발견할 수 있으며 최종 경화는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1년 정도 지켜보게 된다. 

탈모증은 조기에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남성형 탈모에 콩, 두부, 된장, 칡, 채소 등과 같은 이소플라보노이드(isoflavonoid) 함유 식품이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은 두피로 공급되는 혈류 양을 줄일 뿐 아니라 담배연기 자체가 탈모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간접흡연도 피하는 것이 좋다. 급격한 영양섭취 제한과 다이어트, 급격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휴지기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 

음식은 모발을 건강하게 해주는 성분인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영양 불균형과 더불어 비만도 탈모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평소 당류나 지방 섭취가 잦으면 탈모에 노출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수면이 부족하거나, 운동이 부족한 경우도 탈모가 악화되기 쉽다. 

현재 의학적으로 입증된 탈모 예방법은 없으며, 시중에 판매되는 탈모 관련 제품들 역시 탈모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 많다. 또 일부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강식품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탈모를 치료하는 기능성 식품은 없다. 

두피가 너무 젖어 있으면 미생물 번식이나 두피 피부염 악화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세발(洗髮) 후에는 충분히 말리는 것이 좋다. 두피가 과도하게 건조하다면 세정력(洗淨力)이 약한 샴푸나 두피용 보습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름철과 같이 강한 자외선은 두피나 머리카락에 좋지 않으므로, 두피 보호를 위해 외출할 때는 모자를 잠시 쓰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하루 종일 모자를 쓰고 밀폐하는 것은 두피의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탈모가 의심되면 원인과 두피 상태, 진행 정도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악화를 막는 길이다. 탈모는 증세와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과 상담 후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SW

pmy@sisa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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