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에너지가격↑·금리인상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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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에너지가격↑·금리인상 압박
  • 성재경 기자
  • 승인 2023.04.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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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선재경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4.2% 올라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4%대로 서서히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가 최근 원유 감산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물가가 또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에너지가격을 자극하는 데다, 공기업들은 이미 적자와 미수금이 심각해 연내 전기·가스가격 인상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일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100)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상승폭은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서서히 둔화하다 지난달 1년 만에 최저치인 4.2%를 기록했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은 14.2% 내려갔다. 이는 2020년 11월(-14.9%)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휘발유 -17.5%, 경유 -15.0%, 자동차용 액화천연가스(LPG) -8.8% 등으로 가격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면서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0.76%포인트(p) 끌어내렸다.

다만 전기료 29.5%, 도시가스 36.2%, 지역 난방비 34.0% 등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28.4% 오르며 전월(28.4%)에 이어 2020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석유류 등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을 제외한 지수인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지난 1월(5.0%)보다는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 높은 건 2021년 1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월과 3월 소비자물가는 최근 국제유가가 떨어져 석유류 때문에 주로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OPEC+에서 원유를 감산하게 되면 국제유가가 오르고, 순차적으로 국내 물가에 반영돼 향후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OPEC+가 감산을 예고한 지난 3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6.27% 상승한 84.77 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3월21일(7.12%)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OPEC+의 갑작스러운 자발적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 선을 웃돌고 있는 것이다. 

OPEC+는 이날만 116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예고한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 달부터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는 등 115만 배럴을, 아랍에미리트(UAE)도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하루 14만4000 배럴을 감산한다. 

이번 결정은 국내 물가와 경기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국내 에너지가격에 반영되고,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배제할 수 없어 연쇄적으로 우리나라의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달 2분기(4~6월) 인상이 유력했던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잠정 보류됐지만, 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에너지가격 상승을 또 미루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와 미수금 누적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전의 전기요금을 통한 원가회수율은 70%로,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판매하면서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구입대금은 사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원가회수율은 62.4%에 불과해 미수금이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원료비 미수금은 올해 말 12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근원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최근 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 오름세, 국제에너지 가격 연동성 등을 고려하면 아직 물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올해 2분기 물가상승률이 3%대까지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유가가 올라가면 석유류 가격을 중심으로 우리 물가의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는데, 얼마나 올라갈지가 문제다. 지금은 80달러 중반쯤으로, 지난해 연평균 90달러 정도보다는 낮다. 이 영향이 없었다면 물가가 더 빨리 내려갈 수 있었을 텐데, 그 속도가 좀 느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유가격이 오르면 에너지 가격이 전기 생산 단가를 올리고, 그게 전기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등 공기업의 적자 요인이 있어 인상에 대한 압력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OPEC+의 감산 결정은 우리 물가에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경기 자체에 대한 영향과 금리 인상 요인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사실 우리 물가는 지금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공공요금에 반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기 부진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국제 가격을 반영하면 물가 압력이 생겨 유동성 회수에 대한 요구 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반영하지 않으면 전기 공급상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감산 결정은 미국에서도 금리 인상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우리 금리 정책에 상당한 유의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3월 물가가 4%가 넘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4.8%로 안정됐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SW

s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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