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치 못했던 '세계 4강', 이를 만든 '김은중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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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치 못했던 '세계 4강', 이를 만든 '김은중 리더십'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3.06.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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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은중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우리 선수들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운동장에서 해준 것만으로도 감독으로서 매우 고맙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 세계 4강. 비록 준결승에서 이탈리아, 3·4위 결정전에서 이번 대회 돌풍의 주역인 이스라엘에 패하기는 했지만 사상 최초로 2회 연속 U-20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은 분명 우리를 기쁘게 한 일이었다.

이 결과를 만들어 낸 이가 바로 김은중 감독이다. 올해 대회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U-20 대표팀이 최고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승우나 이강인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없었고 선수들 역시 프로 무대에서 많은 경기를 뛴 선수들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골짜기 세대'라는 달갑지 않은 말이 따라다녔다.

설상가상으로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이현주와 올해 U-20 아시안컵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성진영이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고 갑작스런 개최지 변경으로 인한 컨디션 조절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김은중호는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프랑스를 꺾었고 이어진 온두라스, 감비아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과 선수들의 끈끈한 팀워크로 무장된 김은중호는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16강전에서는 남미의 강호 에콰도르를 꺾었고 8강전에서는 아프리카의 강호인 나이지리아를 연장 접전 끝에 물리쳤다. 그리고 4강전인 이탈리아전은 휴식일 부족, 체력 저하,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등 악재 속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쳐 4강 진출이 운이 아니었음을 세계에 증명했다.

김은중 감독은 나이지리아를 꺾고 4강을 확정지은 후 "21명의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선수들이 잘 버텨줘 좋은 성과가 나왔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인데 주목받지 못하고 인정 못 받아 마음이 아팠다"면서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고 우리 선수들에 대해 잘 몰라서 속상했는데 나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이 고맙다. 정말 대단하고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것 같아 고맙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선수 시절 '샤프'라는 별명으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김은중이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인 대전 시티즌을 FA컵 우승으로 이끄는 등 프로축구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그였지만 지난 1999년 이동국, 이관우 등 당시 최고의 유망주들과 함께 뛰었던 U-20 월드컵에서 기대와 달리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신 적이 있었다. 지도자로 세계 정상에 도전하려했던 그였지만 주변에서 나오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런 경험이 선수들을 다독이며 그들의 장점을 드러내게 만드는 '김은중 리더십'을 만들어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골키퍼 김준홍(김천)과 배준호(대전), 이영준(김천), 이승원(강원), 강상윤(전북) 등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등장은 분명 한국 축구의 청신호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 주역들이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만들어냈고 2019년 월드컵 준우승의 영광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일구어낸 것을 확인한 축구팬들은 이들이 앞으로 K리그, 그리고 A대표팀에서 펼칠 활약과 이들이 이루어 낼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U-20 월드컵팀의 선전은 이른 더위와 계속되는 불편한 소식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청량감을 준 사건이었다. 올해 6월이 행복하다고 느꼈다면 바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선전을 이끈 '김은중 리더십'의 성과 역시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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