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식물이 병원균의 공격을 기억하고 강력하게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의 유전적 비밀을 국내 연구진이 풀었다.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교 황일두·서울대학교 황대희·이화여대 노태영 교수 공동 연구팀이 식물이 병원균의 침입을 기억해 빠르고 강한 병저항성 반응을 갖는 기작을 규명해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했다고 12일 밝혔다.

식물은 고정된 장소에서 생애를 마치기 때문에 다양한 스트레스에 저항성을 갖는 것이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식물은 이전의 병원균 공격을 기억하고 이후 더 빠르고 강력한 방어반응을 일으키도록 진화했다.

병원균 공격을 기억하기 위해 식물은 후성유전학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런 방어반응에서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 역할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DNA 메틸화는 후성유전학의 대표 기전으로 DNA 염기에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대사물질인 '메틸기'가 달라붙는 현상이다.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화학적 변형의 하나다.

연구팀은 병원균 공격의 기억과 방어반응에서 식물이 DNA 메틸화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식물 돌연변이체에서 병저항성을 측정, DNA 메틸화와 식물 병저항성 사이의 연관관계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해 있는 식물은 병원균에 대해 높은 저항성을 갖고 있어 DNA 메틸화가 변화된 유전자군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유전자들을 포함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한 유전자의 경우 병원균 침입 시 유전자 발현이 크게 증가한게 관찰돼 이 유전자들은 다른 유전자들과 차별화된 염색질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어 연구팀은 이 같은 DNA 메틸화가 여러 식물 개체군에서 DNA 메틸화 수준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것도 규명했다.

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성과는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에 지난달 5일 게재됐다.(논문명:DDM1-mediated gene body DNA methylation is associated with inducible activation of defense-related genes in Arabidopsis)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감소할 경우 식물은 병원균 공격에 대해 더 빠르고 강력한 방어 반응을 일으키는게 확인돼 친환경, 무농약 농업 촉진 및 병저항성 강화를 통한 작물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황일두 교수는 "기존에는  기능이 불분명하고 가설로 존재하던 유전자 부위의 DNA 메틸화가 유전자의 발현조절과 연관돼 있음을 밝힌 것"이라면서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이용한 병저항성 향상을 통해 친환경·무농약 및 수확량이 증대된 작물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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