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원 번다더니' 택배차 강매 기승···'차팔이' 사기 뿌리 뽑는다
상태바
'월 500만원 번다더니' 택배차 강매 기승···'차팔이' 사기 뿌리 뽑는다
  • 이보배 기자
  • 승인 2023.06.15 06:58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달부터 '택배기사 구인 전용 플랫폼' 도입
원 장관 "사회초년생 울리는 강매 사기 근절"
택배차 강매 사기는 고수익 보장, 유명 택배업체 취업 등 거짓 조건을 내걸고 중고차업체가 택배기사 고용을 맡은 대리점 행세를 하거나 대리점과 모의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시스
택배차 강매 사기는 고수익 보장, 유명 택배업체 취업 등 거짓 조건을 내걸고 중고차업체가 택배기사 고용을 맡은 대리점 행세를 하거나 대리점과 모의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국토교통부가 내달부터 사기 위험 없는 '택배기사 구인 전용 플랫폼'을 도입한다고 14일 밝혔다.

해당 플랫폼이 도입되면, 실제 택배사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 중인 업체만 구인 공고를 올릴 수 있고, 사기 업체는 택배사와 재계약 과정에서 퇴출이 권고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택배차 강매 사기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피해사례를 청취하고 강매 사기 예방을 위한 기관별 역할을 논의한 뒤,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택배차 강매 사기는 주요 구인 사이트에 △유명 택배업체 취업 △월 500만원 이상 고수익 보장 등 허위 조건을 내걸고 피해자를 유인해 차량을 고가에 판매하는 사기를 말한다.

원 장관은 지난 3월 중고차 허위 매물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 청년 유튜버들로부터 택배차 강매 사기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뒤, 국토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었다.

실제 피해사례를 살펴보면, 올해 초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월 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택배기사 일자리에 지원한 20대 남성 A씨는 1종 대형면허와 화물운송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면접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문제는 공고를 낸 알선 업체가 택배차를 구입을 취업 조건을 내세운 것. 택배차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결국 A씨는 업체가 내세운 캐피털 업체를 통해 2180만원을 대출해 택배차를 구입했다.

뒤늦게 알고 보니 중고 택배차의 시세는 1300만원이었고, A씨는 허위광고·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업체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되레 위약금 600만원을 더 내라는 말을 들었고,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2800여만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택배차 강매 사기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피해사례를 청취하고 강매 사기 예방을 위한 기관별 역할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택배차 강매 사기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피해사례를 청취하고 강매 사기 예방을 위한 기관별 역할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20대 남성 B씨 역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보고 택배 업체를 찾아갔다가 비슷한 일을 당했다. 계약서를 쓴 지 1시간 만에 자신의 이름으로 2300만원가량의 자동차 담보대출이 된 것을 알고 계약 취소를 요구했지만, 해당 업체는 연락을 끊었다.

택배차 강매 사기는 위 사례처럼 고수익 보장, 유명 택배업체 취업 등 거짓 조건을 내걸고 중고차업체가 택배기사 고용을 맡은 대리점 행세를 하거나 대리점과 모의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사회 초년생, 청년 구직자가 타깃으로 관련 피해자 모임 카페 가입자 수는 300여명에 이른다. 회원 가입을 하지 않은 피해자를 포함할 경우, 실제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 같은 수법의 택배기사 취업 사기가 급증했지만, 구직 희망자들이 사기업체인지 구별하기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사기 피해를 보더라도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 힘든 구조라는 데 있다.

심지어 사기를 친 회사 측에서 계약서 작성 과정을 녹음·녹화한 뒤 이를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된 증거"라고 제시하며 맞소송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택배차를 넘어 1300만원짜리 청소 차량을 3600만원에 넘기는 새로운 수법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택배차 강매 사기 근절 방안에 따라 한국직업정보협회·구인 업체 등과 협업해 구인 사이트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인 사이트 내 택배차 강매 사기 관련 유의 사항 및 피해사례를 공지 또는 팝업 형태로 노출하고, 허위광고 또는 택배차 강매 사기업체로 판명된 곳은 광고 노출이 즉시 차단된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차량 금액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도록 캐피털 업체의 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뉴시스
이날 간담회에서는 차량 금액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도록 캐피털 업체의 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진=뉴시스

또 국토부 물류신고센터 내에 택배차 강매 사기 예방 및 피해 신고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센터에 신고해 실제 사기업체인지 정확히 판별 받은 뒤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돕는다는 계획이다.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센터를 통해 법률 자문 등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센터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위법 사실이 있는 경우 경찰청 등 관계기관 통보 역할도 맡는다.

원 장관은 이날 "택배차 강매 사기는 성실히 일하고자 하는 사회초년생을 빚의 수령에 빠뜨리는 악질 민생사기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면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년 구직자의 입장에서 취약점을 찾아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매 사기 예방은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구인 사이트, 택배 대리점, 택배사, 관련 협회 등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면서 "강매 사기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를 마친 원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재차 글을 올렸다.

원 장관은 "일명 '차팔이'들이 사회초년생들에게 택배업체 취업과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차량을 강매한 사실을 파악했다"면서 "사회초년생들을 빚의 수령에 빠뜨리는 악랄한 민생사기인 택배사 강매 사기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캐피털 업체의 대출 한도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량 금액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도록 캐피털 업체의 한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이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과 논의하기로 했다. SW

lbb@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