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만든 김예지의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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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민의의 전당'으로 만든 김예지의 26분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3.06.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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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사진=뉴시스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다. 환경에 따라 성장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코이의 법칙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은 어항 속에서는 10㎝를 넘지 않지만 수족관에서는 30㎝까지 그리고 강물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기회와 가능성, 성장을 가로막는 다양한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 이러한 어항과 수족관을 깨고 국민이 기회의 균등 속에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강물이 되어주시기를 기대한다"

지난 1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한 마무리 발언이다. 고성과 정쟁이 난무하던 국회지만 그가 대정부질문을 한 26 분의 시간은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가 오가는, 진정한 '민의의 대표기관'의 모습이 보였다. 성향을 떠나 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한 호평이 나온 이유는 바로 자신도 역시 겪고 있는 장애의 문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먼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서 "장애인 학대 사건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검수완박 결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게 왜 장애인 학대 피해 장애인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지 답해달라"고 말했다.

한동훈 장관은 "약자, 장애인 학대 범죄를 고발하더라도 경찰이 사건을 불송치하면 그 이후 검찰에서 스크리닝을 제대로 받을 수 없게 된다"며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자 이렇게 해야 할 어떤 공익적 이유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여러 법적 판단이라든가 기회가 다른 국민들과 동일한 보호를 받아야 되는데 그 기회가 법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지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장애인을 위한 실효성 있는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그는 "장애계에서는 장애인 권리 예산 1조억 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로서는 큰 규모의 증액으로 굉장히 부담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오늘의 대응이자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

이어 "총리께서 지금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지만 10년쯤 후 거동에 어려움을 겪으실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장애계가 요구하는 예산 증액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 핵심인 장애인 정책을 살펴봐달라"고 당부했고 한 총리는 "장애인 예산을 최대한 확충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맹비난했던 상황에도 경복궁역 집회 현장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그는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정치권을 대신해서 대표로 사과드린다"면서 무릎을 꿇었다.

성향을 초월해 격려를 받았던 김예지 의원의 지적과 당부가 현 정부에서 이루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가 참여했던 전장연 시위 역시 '불법'이라는 것이 국민의힘 내의 반응이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이 지났어도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을 지적하고 다시 공론화시키는 모습에서 다시금 약자를 위해 우리 정치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그의 지난 15일 행보였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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