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끝난 프리고진의 반란, 끝나지 않은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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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끝난 프리고진의 반란, 끝나지 않은 긴장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3.06.2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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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 (사진=AP/뉴시스)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 사진=AP

[시사주간=이정민 기자] 민간용병기업으로 러시아를 대신해 우크라이나와 싸우던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이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러시아 측은 일단 유혈사태를 면한 것에 만족하는 모습이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위상에 큰 상처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고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가 국민과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와 나토가 러시아를 공격할 것'이라고 거짓 경고를 하면서 지난해 2월 '특별 군사작전'이 시작됐다"면서 러시아 국방부 장관 축출을 위한 무장 반란을 요구했다. 그는 국방부가 바그너를 속였다면서 "이것은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프리고진 체포령을 내린 뒤인 24일, 바그너그룹은 총구를 돌려 러시아의 남부군 사령부가 있는 로스토프를 장악했다. 프리고진은 "비행장을 포함해 군사시설을 우리가 통제하고 있다"면서 "국방부 장관 등이 찾아오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외식사업을 하면서 그의 식당을 즐겨 찾았던 푸틴 대통령과 연이 닿았고 크렘린궁의 연회까지 맡아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바그너그룹을 만들어 돈바스 등에서 전투를 펼쳤고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때도 동부 최전선에 투입되어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장악하기도 했다.

최근 러시아 국방부가 탄약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불만을 지속적으로 표했고 러시아 국방부가 통제 강화를 위해 바그너그룹과 정식 계약을 하려하자 이에 따르지 않으면서 갈등이 표출됐지만 푸틴과의 관계를 볼 때 '무장 반란'은 러시아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푸틴은 "무장 반란을 준비하고 협박과 테러를 택한 모든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모스크바와 보로네시 일대에 일종의 계엄령인 '대테러 작전 체제'를 도입했다. 그가 "무장 반란은 러시아에 대한 치명적 위협이다. 러시아의 뒤통수를 치는 배신과 반역이다"라고 비판하지 프리고진은 "우리는 부패와 기만, 관료주의 치하에서 살고 싶지 않다. 우리는 애국자"라고 맞받아쳤다.

이 반란은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나고 크렘린 궁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바그너그룹은 철수를 했고 러시아 국방부는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바그너 용병들과 계약을 체결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게 무장 반란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마무리가 됐다.

비록 일단락이 되기는 했지만 푸틴의 지도력에는 큰 상처를 남겼다. 24일(현지시간) ISW(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반란은 러시아 보안군의 약점을 노출시켯고 푸틴이 내부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 적기에 군을 사용하지 못함을 보여줬으며 나아가 그의 군 독점권이 손상됐음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의 20여년 통치 중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면서 "무장 단체가 (수도) 모스크바 200㎞까지 도달한 것은 꽤 심각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푸틴이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은 물론 벨라루스와의 합의를 깨고 프리고진을 건드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국방부가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용병들과 계약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들이 합류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전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의 유혈 사태는 면했지만 숙청, 그리고 반란의 씨앗은 아직도 남아있다는 의미다. SW

ljm@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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