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최고의 승자' 스비톨리나의 '기적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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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최고의 승자' 스비톨리나의 '기적의 여정'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3.07.17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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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에서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엘리나 스비톨리나. (사진=AP/뉴시스)
8강전에서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엘리나 스비톨리나. 사진=AP

[시사주간=이민정 기자] 16일(현지시간) 폐막한 2023 윔블던 테니스 대회는 20세에 남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차세대 테니스 에이스'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세계 42위로 시드도 없었던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특히 여자부는 경우 시드 배정이 되지 않은 본드로우쇼바와 최초의 아랍권 선수 우승에 도전한 온스 자베르(튀니지)가 맞대결을 펼치면서 '누가 이겨도 새 역사'로 관심을 모았고 남자부 역시 '신성' 알카라스와 '관록'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의 신구 맞대결이 진행되면서 테니스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전 세계 팬들의 응원을 받았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전쟁 피해국인 우크라이나 선수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세계 76위의 엘리나 스비톨리나다. 그 역시 낮은 순위에도 불구하고 이번 윔블던에서 4강에 진출하며 '기적의 여정'을 일궈냈다.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테니스 선수인 스비톨리나는 2017년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고 WTA 투어에서 단식 우승을 17회나 차지했다. 2021년 남자 테니스 선수 가엘 몽피스(프랑스)와 결혼했고 지난해 10월 딸을 출산한 스비톨리나는 올 4월 코트에 복귀, 5월말 프랑스 WT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건재를 알렸다. 

이 대회에서 스비톨리나는 단식 3, 4회전에서 러시아 선수들을 잇달아 만났고 8강전에서는 벨라루스 국적을 가진 세계 2위 아리나 사발렌카와 맞붙었다. 이 대결에서 그는 상대 선수와 악수를 하지 않았고 특히 8강전 승리 후에는 사발렌카가 악수를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무시해 관중의 야유를 듣기도 했지만 그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와 악수를 하지 않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우승 상금을 모두 전란에 신음하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위해 기부했다.

윔블던 16강에서 그는 역시 벨라루스 국적인 세계 20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를 만났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나를 응원할 것이다. 벨라루스 선수를 상대하는 것을 승리를 위한 큰 동기부여로 받아들이겠다"며 결의를 가졌고 결국 아자렌카에 승리를 거뒀다. 물론 그 경기에서도 그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그의 '승리를 향한 열망'은 8강전에서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꺾는 파란을 만들어냈다. 2시간 51분의 대접전 끝에 4강 티켓을 거머쥔 스비톨리나는 "전쟁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면서 "어린이들이 휴대전화로 경기를 보는 장면을 담은 영상들을 인터넷으로 볼 때마다 내 마음은 녹아내린다. 국민들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의 여정은 4강전에서 대회 우승자가 된 본드로우쇼바에게 패하면서 끝이 났다. 하지만 관중들은 일제히 스비톨리나를 응원했고 주 영국 우크라이나 대사 부부가 로열박스에서 직접 응원에 나서면서 힘을 실어줬다.

그는 준결승전 후 눈물을 흘리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쭉 나와 함께 해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그래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응원이 그에게 승리를 향한 열망을 불어넣었지만 전쟁 피해국 선수로 주목받는다는 부담감 역시 숨길 수가 없었다. 그는 "동기부여가 됐지만 책임감도 크고 긴장도 많이 된다.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 했지만 가끔은 과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말했다. "부담감을 패배의 핑계로 삼고 싶지는 않다".

올해 윔블던 테니스는 역사적인 결말로 막을 내렸지만 테니스 팬들은 스비톨리나를 '대회 최고의 승자'로 평가하고 있다. 대회는 끝났지만 '승자의 여정'은 분명 계속될 것이다. 그 여정의 진정한 마지막이 해피엔딩이 될 지 테니스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SW

lm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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