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석수장이가 보내는 교훈
상태바
어느 석수장이가 보내는 교훈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10.30 07:35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지=pixabay
이미지=pixabay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어느 석수장이가 채석장에서 바위를 부수고 쪼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너무 힘이 드는 일이었다.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어 나가고 있으나 한여름의 태양의 열기, 한겨울의 북풍한설은 삶의 고통을 더해 줄 뿐이었다.

지친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강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이 된다면 이런 고통은 피할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최고의 권력자인 왕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매일 권력의 맛에 취해 살았다.

세상사람들이 자신의 발아래에 고개 숙이는 것이 익숙해져 갈 무렵, 영토를 순방하러 떠났다. 그러나 그런 여행도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순방 내내 강렬한 태양이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혔다. 땀으로 온몸이 범벅이 된 그는 물과 그늘 만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왕보다 더 강한 태양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이글이글 달아 올랐다.

그는 어느새 태양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 정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 아래서 생장을 하고 죽는 것을 보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만끽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 날 구름이 끼더니 자신을 막아버렸다. 구름은 태양마저 가려버릴 만큼 강했다. 그는 구름이 부러웠다. 그러자 어느새 구름이 되었다. 그는 바람을 만들어 지상의 모든 것을 휩쓸어 버렸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천하 제일 무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바라보니 그가 옛날에 일하던 채석장의 큰 바위는 꿈적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바람의 힘으로 그 바위를 힘껏 밀어봤으나 역부족이었다. 그가 실망을 하면서 큰 바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그는 이내 큰 바위가 되었다.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머 못가 과거 자신과 같이 일하던 석수장이 몇 명이 다가오더니 망치와 징으로 깨부수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다 부서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언제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내용이 대충 이런 이 우화를 읽고(이 글을 쓰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작가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제목은 ‘석수장이의 허황된 꿈’으로 추정된다) 작가의 상상력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기법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 이야기는 여러가지 교훈을 준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것이며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역시 화를 부른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을 요청하기도 한다. 또한 권력의 덧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권력도 영원하지 않으며 어떤 권력도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 정치인들이 새겨 들어야 할 금싸라기 같은 우화다. SW

jj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