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장기근속자, 실적부진 해소 조치없는 해고는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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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장기근속자, 실적부진 해소 조치없는 해고는 부당"
  • 박지윤 기자
  • 승인 2023.11.2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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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이유 없이 업무 바뀐 후 직권면직
사측은 "실적 부진" 주장…법원은 "부당"
法 "실적 부진 해소 위한 조치 취했어야"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법원이 장기 근속한 직원에 대해 실적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 없이 회사가 해고를 통보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지역 한 조합의 전직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03년 조합에 입사했다 2003년 퇴사한 A씨는 이듬해 재입사 후 2013년 상무직까지 올랐지만 2017년 연구위원직을 맡게 된다.

2016년 이 조합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연구위원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실적이 부진하거나 근무에 문제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연구위원직은 지정연구위원·특별연구위원으로 나뉘는데 A씨에게 부여된 업무는 특수채권 회수였다.

하지만 2020년 11월 조합은 A씨에 대해 직무수행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고 근무성적이 불량하다며 직권면직 조치를 내렸다. A씨는 이듬해 1월 면직이 부당하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특수채권의 경우 법률상 회수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고, 앞서 이 업무를 맡은 팀 역시 회수 실적이 거의 없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또 자신에게 부여된 업무는 상당부분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이라 조합이 불가능한 목표를 부과했고, 자신 외에 회수 실적을 이유로 징계를 내린 적이 없는 점에 비추어 직권면직은 부당한 조치라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법원은 조합의 조치에 객관적 사유가 결여됐다고 판단하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합은 원고의 직급, 연봉, 업무경험 등을 고려해 목표를 부여했다고 주장할 뿐 왜 공제·특수채권 회수 업무를 부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직원과 비교 시 합리적인 수준인지 등 객관적인 기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무실에서 홀로 근무했던 A씨의 여건상 실적 달성을 위한 여건이 불리하다는 점도 짚었다. 창구 직원의 경우 고객을 상대로 모집행위가 가능하기에 이를 비교해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조합이 과거 채권 회수 실적이 상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반해 실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점도 재판부는 짚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재입사 이후 15년 이상 근무한 점에 비춰 조합은 근무 성적이나 근무 능력이 부족한 경우 개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해 원고를 배려할 의무가 있고, 그럼에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 해고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하지만 조합은 원고에게 일반직원과 마찬가지의 직무교육 기회만 제공했을 뿐, 업무실적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바 없다"고 밝혔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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