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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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교육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23.11.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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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로즈 케네디 여사.
故 로즈 케네디 여사

[시사주건=주장환 논설위원] 케네디가의 성공을 이야기하자면, J.F 케네디의 어머니 로즈여사의 가르침을 빼놓을 수 없다. 로즈는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철저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조기 교육시켰는데, 식구들이 모두 모이는 식사시간을 잘 이용했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밥상머리 교육’이다. 아이들은 여기서 정의, 도덕, 봉사, 노블리주 오블리제 등의 덕목을 배워 나갔다. 로즈여사는 늦어도 4~5세까지 발표, 토론, 지식획득의 교육을 마쳤는데 특정 화제를 한 사람이 독점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으며 의견을 당당하게 발표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터치볼, 요트, 테니스, 수영, 골프, 댄스 등 신체단련 운동과 더불어 로즈는 아이들을 위해 독서 리스트 수십 권을 만들어 읽게 했다. 로즈는 카테고리게임, 앰버서드게임, 간접질문게임 등으로 상상력을 훈련시켰다.

또 아이들이 낙담하고 있으면 그것을 긍정적인 쪽으로 이끌고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용감하게 도전하도록 만들었다. 체벌은 바로 시행하되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시간교육도 철저했다. 내가 남을 기다리는 게 싫다면 남에게도 기다리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셋째 아들 로버트는 얼마나 교육을 철저히 받았는지 친구와 요트를 타다가 약속시간에 늦어질 것 같자 요트에서 뛰어 내려 헤엄쳐 와서 시간에 맞췄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리더십이 뛰어 났으며 만능스포츠맨이었던 큰 형 조와 병약했던 잭은 서로 아웅다웅했으나 일부러 이런 경쟁관계를 만들어 발전을 꾀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경쟁 속에도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게 했다. 이것은 나중에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어 국내문제와 국제관계를 처리해나갈 때 큰 힘을 발휘했다.

밥상머리 교육은 이처럼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풍이 엄격한 집안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을 매우 중시했다. 따분한(?) 유학자 집안에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나왔다. 이들은 주로 인의예지에 기반한 잔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제대로 배우고 듣고 자란 집안의 아이들은 입을 함부로 놀리지 않았다. 욕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상스러운 말을 들으면 어떤 이는 귀를 씻었다(洗耳)고 하지 않는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 잘못’이라는 취지의 발언했다. 그는 한 행사에서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서 도덕심이나 예의가 없다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이 전 대표 뿐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딸딸이’ ‘암컷’ 등의 발언을 한 최강욱 의원이나 한동훈 장관에게 ‘어린 놈’이라고 쏴붙인 송영길 전 의원,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발목때기(발모가지의 전라도 방언)를 분질러 놨어야 한다”고 한 민형배 의원 등 보다는 낫다. 아무튼 이 나라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귀를 씻고 싶은 일이 넘쳐 흐른다. ‘정치인 도덕 교육 강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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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게임은 가령 세익스피어극의 등장인물을 카테고리로 정해 누가 M을 말하면 지명된 사람은 맥베드나 맥타프 같은 M으로 시작되는 인물을 말해야 하는 것이다. *앰버서드게임은 누군가가 방밖으로 나가서 역사상 인물을 결정한다. 가령 한 사람이 줄리어스 시저가 되고 다른 사람은 루즈벨트부인이 되는 식으로 해서 방으로 돌아와 각기 그 인물이 된 듯 대화를 시작한다. 이때 다른 사람은 그 인물을 추정해서 질문을 하는 식이다. *간접질문게임은 우리나라 스무고개와 비슷한 것이다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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