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틀 깬 뮤지컬, 궤도이탈 '더 데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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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틀 깬 뮤지컬, 궤도이탈 '더 데빌'.
  • 시사주간
  • 승인 2014.08.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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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우스트·X·그레첸가 서로 엮이면서 만들어내는 심상과 심리가 부각.

[시사주간=문화팀]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창작뮤지컬 '더 데빌'이 기존의 뮤지컬 문법과는 다른 공식으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2일 베일을 벗은 '더 데빌'은 독일 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삼았다. 뉴욕 증권가가 배경이다.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 그를 점점 타락으로 몰아가는 'X', 그리고 X에게서 존을 지키고자 헌신하는 존의 여자친구 '그레첸'의 유혹과 선택을 그린 3인극이다.

개괄적인 줄거리는 이렇지만, 이야기는 중요치 않아 보인다. 존 파우스트·X·그레첸가 서로 엮이면서 만들어내는 심상과 심리가 부각된다. 이로 인해 관객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그레첸을 연기하는 뮤지컬스타 차지연(32)은 26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궤도를 벗어나고 틀을 깨는 작품"이라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이질적이고 낯설어 많은 얘기가 있지만 사실 그 또한 반갑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두렵다고 시도조차 안 한다면 장르의 다양성을 스스로 놓치기 때문"이다. "다른 뮤지컬도 훌륭하지만 이런 장르의 작품, 이런 색깔을 작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파우스트 역의 뮤지컬스타 송용진(38)도 "뻔한 작품을 하고 싶지 않아서 항상 새로운 형식의 작품에 출연하려고 했는데 '더 데빌'도 그런 작품"이라면서 "은유와 상징이 많은 작품이라 평소 연기 스타일을 바꾸려고 노력을 했다. 기존의 공연 스타일과 달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뿌듯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원작에서 파우스트의 마음을 정화하나 결국 비극을 맞이한 순결한 '그레첸'은 '더 데빌'에서도 같은 운명을 걷는다. 아이를 살해하고, 감옥에 갇혀 미쳐버리는 그레첸이 뮤지컬에서도 똑같은 길을 걷는다. 일부 관객은 '김기덕 영화'같은 여성 학대의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그만큼 그레첸이 당하는 강도는 꽤 세다.

'더 데빌'에서는 그러나 그레첸의 캐릭터가 가장 두드러진다. 극에서 이야기하는 바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남자친구인 존을 X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그레첸의 노력이 그녀가 전에 당했던 고통을 상쇄한다. 극 막바지에 이르면 그녀의 숭고함이 절정으로 승화되는 듯하다. 차지연과 그레첸 역에 더블캐스팅된 가수 겸 뮤지컬배우 장은아(31)는 순수와 광기를 오가며 등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헌신적인 연기로 설득력을 이끌어낸다.

차지연은 "무대가 철제로 돼 있어 날카로워 (그레첸 더블인) 은아 역시 온몸이 상하지 않은 데가 없지만 아프거나 미워보이지 않고 아름답게 보인다"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분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 전에는 우울증이나 이상이 올 것 같아 두려움과 걱정이 컸는데, 오히려 연기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고 있다. 성숙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사랑과 희생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에요. 희한하게 정신과 양혼이 맑아지고 있습니다."

장은아 역시 "그레첸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열렬히 헌신하는 여자"라면서 "그녀는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인간의 나약함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내가 평소에 눈물이 없는데 '더 데빌' 무대에만 오르면 눈물이 나고 치유가 된다"고 고백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은 엇갈리지만, '더 데빌'의 넘버들은 대체로 호평을 듣고 있다. 미국에서 뮤지컬·영화·방송 작곡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디 박과 '위키드' 등의 번역 작업과 '대장금' '미녀는 괴로워' 등을 작곡한 이지혜 작곡가가 공동작업한 넘버들은 사이키델릭 록·프로그레시브 록·하드 록 등 다양한 록의 색깔을 입고 장면마다 저마다의 감정을 노래한다. 존 파우스트의 '가디언 에인절', X의 '그 이름'과 '피와 살'은 처음 들어도 귀에 감긴다.

록밴드 '쿠바'의 보컬이기도 한 송용진은 "우디박의 록적인 음악과 이지혜 작곡가의 현대음악적인 면모가 충돌한다"면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더 데빌'에서는 그런 부분이 장점으로 작용,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고 짚었다.

'더 데빌'이 또 눈길을 끄는 점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3인극 록 뮤지컬인데 배역마다 내로라하는 뮤지컬배우들이 동시에 캐스팅됐다. X는 마이클 리·한지상·박영수·이충주, 존 파우스트는 송용진과 함께 김재범·윤형렬이 맡는다.

바른 이미지로 X를 맡아 전형화된 악마 연기를 벗어난 마이클리는 재미동포로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다 2006년 '미스 사이공'을 통해 한국 뮤지컬계에 진출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브로드웨이와 다른) 멀티 캐스팅 시트템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그는 "한국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이 같은 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게 됐다. 내 것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배우들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의 X도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더 데빌'은 11월2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볼 수 있다. '헤드윅'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의 록 뮤지컬로 호평 받은 이지나씨가 연출을 맡았다. 무대디자인 오필영, 조명디자인 원유섭, 음향디자인 김필수, 의상디자인 한승수. 러닝타임 135분(인터미션 포함), 16세 이상 관람가. 알앤디웍스. 클립서비스. 02-3496-8882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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