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 보다 더 무서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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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감소 보다 더 무서운 건
  • 박지윤 기자
  • 승인 2024.01.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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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도 통합도 쉽지 않아
주변 상권 피해 막심…학생 통학거리 문제도
인근학교 통합 운영방안도 현장서 한계 많아
'도시형 캠퍼스' 대안…현실화까지 시간 걸려
서울시교육청, 2035년 육성 종합계획 마련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서울 초·중·고교가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 통학거리 문제와 주변 상권 피해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폐교를 쉽사리 추진하기 어려운 데다 학교끼리 통합하는 방안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소규모 학교로 분류되는 서울 초·중·고등학교는 총 119개교에 달한다. 

이 중 도봉고등학교, 덕수고등학교, 성수공업고등학교 3곳은 통폐합이 결정돼 올해 문을 닫는다. 도봉고와 성수공고는 오는 3월부터 완전히 운영을 중단하고,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해있던 덕수고는 송파구 북위례택지개발지역으로 옮겨갔다. 

2022년 기준 도봉고는 197명, 덕수고는 100명, 성수공고는 54명으로 세 학교 모두 전교생이 200명을 넘지 못했다. 

학생 수가 적어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폐교 수순을 밟진 않는다. 주변 상권 피해와 학생 원거리 통학 가능성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고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얻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18년 폐교된 서남대학교의 경우 주변 상가 78곳이 문을 닫고 원룸 42곳도 폐업하는 등 상권이 황폐화됐다. 학교의 폐교가 주변 상인들의 생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폐교된 학교 학생들은 통학 거리가 멀어져 학습권이 침해당할 여지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초등학교의 통폐합 결정은 중, 고등학교보다도 까다롭다. 현행 국토교통부 훈령은 도시지역의 초등학교의 통학거리를 1.5㎞ 이내로 정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의 경우 걸어서 통학할 수 있는 곳에 학교가 있어야 한다”며 “반면 중학교, 고등학교는 통학거리를 대중교통 기준 30분 이내로 보고 있어서, 통폐합 여지가 초등학교보다는 넓다. 지난해 2월 폐교된 화양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장안초등학교 등 주변학교로 분산 배치할 수 있어서 통폐합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할 교육청이 폐교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교직원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학생 수 감소가 계속됐던 도봉고도 교사와 학부모의 반대로 폐교가 결정되기까지 진통이 상당했다고 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도봉고의 경우 서울 공립고등학교 중에서는 거의 최초 (폐교) 사례였기 때문에 학생 수가 적더라도 학교를 이어가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내부적인 노력이 있었다"며 "교육청은 전체적인 학생 수급 현황을 고려해 통폐합이 맞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장 교사들은 아이들을 꾸준히 받아서 교육 활동을 해보자는 의지를 보였었다"고 설명했다. 
 
폐교 외에 학교를 통합하는 방안도 있다. 인근 지역 중학교와 고등학교 또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합친 형태인 '통합운영학교'를 운영하는 방안이 그 예다. 

서울의 경우 '이음학교'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송파구의 해누리초등학교, 중학교와 강동구의 강빛초등학교, 중학교가 통합된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통합운영학교 역시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급 간 교육과정과 학생 생활지도 방식이 달라 실질적인 통합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의 경우 입시보다는 지덕체를 고르게 발달시켜 건전한 인격체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두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입시에 교육의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상 초등학생과 중학생 교원 자격조건도 달라, 학교급이 다른 교원들 간 교차 지원도 불가능하다. 초등학교 교사가 중학생을 가르칠 수 없고 중학교 교사가 초등학생 학급을 맡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시교육청에서는 분교를 활용하는 형태인 '도시형 캠퍼스'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도시형 캠퍼스는 새롭게 학교를 짓는 '신설형'과 기존 학교를 바꾸는 '개편형' 2개 유형으로 나뉘며 총 6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0월 사업계획을 발표해 아직도 공모가 진행 중인 만큼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하는 신설형의 경우 실제 학교가 설립되기까지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캠퍼스 설립을 시작한다고 해도 최소한 2028년에야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불안 요인도 있다.
학생 수 부족에 시달리는 학교가 있는 반면 재개발 지역이나 특정 학군 선호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넘쳐나 고민거리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관내 과대 학교는 총 31개교에 달한다. 초등학교는 학교당 학생 수가 1500명을 넘을 때, 중고교는 1200명을 초과할 때 과대학교로 분류한다. 

시교육청은 과밀·소규모 학교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정규모 학교를 육성하기 위해 2035년까지의 종합계획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개별적으로 학교를 접촉해 사업을 진행했는데, 앞으로는 종합계획에 전부 담아 2035년까지 진행되는 학교들을 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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