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반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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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반발 왜
  • 성재경 기자
  • 승인 2024.01.1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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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성재경 기자] 정부가 30년 이상 지난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는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대거 내놓은 가운데,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던 단지들이 반발에 나섰다.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서리협)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발표한 1·10대책에 대해 "이번 대책은 주택 정책임에도 전국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며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은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재개발 추진 요건 완화 △1기 신도시 재정비 신속 추진 △소형주택 세제 지원 △지방 미분양 주택 세대수 제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리협 측은 이번 대책에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 완화만 포함되고 리모델링 방식을 택한 단지들에 대한 정책은 언급되지 않았다며 역차별을 주장했다.

서리협은 "이번 주택 정책은 윤 대통령 대선공약에 따라 주택공급을 위한 리모델링 제도 개선 및 활성화 방안 역시 포함됐어야 함에도 재건축과 재개발의 규제만 완화되는 등 대선 공약과 다른 정책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정부는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신속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 안전진단 및 안전성 검토 절차 개선, 리모델링 수직·수평 증축 기준 정비 등 법·제도적 개선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이어 "서울의 고(高)용적률 단지의 경우 종상향이 되더라도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전국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약 140여개 조합, 약 120여개 추진위원회가 있는데, 윤 정부는 40만가구,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공동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실제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내 4217개 공동주택 단지 중 3096개(세대수 증가형 898개, 맞춤형 2198개)는 재건축 사업이 불가능한 리모델링 대상 단지다.

서리협은 "정비사업은 단순히 노후도, 용적률만으로 사업성을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각 단지의 상황에 맞는 주택정비사업 방식을 택해 추진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노후화되는 주택에 재건축만이 정답이 될 수 없다. 윤 정부에게 대선 당시 국민과 약속한 공약을 이행해 주길 재차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의 안전진단 기준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서울시는 지난해 가구 수가 증가하지 않는 '1층 필로티+1개 층 리모델링'도 수직증축으로 간주한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1차 안전진단만으로 추진할 수 있던 수평 증축 리모델링도 앞으로는 2차 안전진단까지 받도록 했다. 이로 인해 용산한가람, 잠원한신로얄 등 서울 내 리모델링 추진하는 단지 76곳 중 22곳이 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추가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리모델링 사업은 곳곳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 강변현대 리모델링 조합은 2022년 5월부터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1년 반 넘게 건설사를 찾지 못하고 결국 지난달 해산 절차에 돌입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8단지는 지난 2022년 7월 쌍용건설을 시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쌍용건설이 이를 포기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과도하게 몰리게 되면 사회적 비용 낭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리모델링과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재건축 진입문턱 완화로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 선호현상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특히 비슷한 시기 다수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일제히 진행되면, 사업 후반기 이주·멸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될 텐데 이는 임대차 시장의 가격불안 요인이 되거나, 리모델링 또는 대수선 보다 자원 및 사회적 비용 낭비 우려를 지적하는 환경단체의 목소리도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SW

sjk@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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