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레고리 펙’ 남궁원 별세
상태바
‘한국의 그레고리 펙’ 남궁원 별세
  • 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 승인 2024.02.14 08:34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암(肺癌)
故 남궁원. 사진=홍정욱 SNS
故 남궁원. 사진=홍정욱 SNS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서구적 외모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南宮遠(본명 洪京日) 씨가 지난 2월 5일 오후 4시께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남궁원 원로배우는 수년 전부터 폐암(肺癌) 투병을 하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은 1934년 8월 1일 경기도 양평군에서 태어났다. 한편 미국 영화배우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은 1916년 캘리포니아주 San Diego에서 태어나 2003년 Los Angeles에서 향년 87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홍정욱 씨는 아버지(홍경일)를 추모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2월 5일에 올렸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아버지의 아들로서 자랑스럽고 행복했다”며 “애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또한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긴 3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 했다.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에는 고인의 출연작과 수상 내역, 이력 등을 담고 있다. 

고인은 중앙고 졸업 후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를 다닐 때부터 수려한 외모 때문에 ‘길거리 캐스팅’ 제안이 쇄도했다고 한다. 본인은 배우가 아닌 교수나 외교관을 꿈꿔 미국 유학을 준비했지만 암(癌) 진단을 받은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고자 영화 쪽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1958년 영화 ‘그 밤이 다시 오면’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고인은 이후 1999년 마지막 작품으로 ‘애’까지 배우로서 출연한 영화가 345편에 달한다. 

또한 연극에도 관심을 보여 1960년대 ‘로미오와 줄리엣’. ‘부활’, ‘닥터 지바고’ 등 연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주 활동 시기였던 1960-70년대 부일 영화상 남우조연상, 청룡영화상 인기남우상, 대종상 남우주연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 해럴드 명예회장 등을 지냈다. 노년에는 당대 함께 활동했던 배우 신영균, 윤정희 백건우 부부 등과 교분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남성적인 듬직한 스타일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 서구적 외모로 인기를 모은 대표적인 배우다. 고인은 1960-7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 1기를 장식한 배우이며, 같이 활동했던 배우로는 신영균, 윤일봉, 김지미 등 전설의 배우들이 있다. 고인은 한국영화 초창기에 거의 모든 영화에 나왔으며, 남궁원의 별세는 한국영화 르네상스(Renaissance) 1기의 문이 닫히고 있다는 의미로도 보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좌우 한 쌍으로 된 폐(肺, 허파)는 갈비뼈 안쪽에 있으며 길이는 약 25cm이고 우엽이 전체 용적의 55%를 차지한다. 폐 속에는 폐포(肺胞, 허파꽈리)라고 하는 공기주머니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다. 직경 0.1-0.2mm 정도인 폐포는 약 3억개에 달한다. 우리가 호흡을 할 때마다 크게 부풀었다가 다시 작아지며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한다. 한 번 호흡으로 담을 수 있는 최대공기량(肺活量)은 성인남자의 경우 약 5리터, 운동 시에는 7-10리터로 증가한다. 

폐암(Lung Cancer)이란 폐(肺)에 비정상적인 암세포가 무절제하게 증식하여 종괴(腫塊, 덩어리)를 형성하고 인체에 해를 미치는 것을 말한다. 폐암은 폐에 국한되어 발견되기도 하지만 진행되면 반대쪽 폐뿐만 아니라 임파선(淋巴節, lymphatic node)이나 혈액을 통하여 간, 부신, 신장, 뇌, 척수, 뼈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 폐에서 시작된 ‘원발성(原發性) 폐암’에 반해 간암, 유방암 등 다른 장기에서 발생하여 폐로 전이된 경우 ‘전이성(轉移性) 폐암’이라고 한다. 

통계청 사망원인(死因) 자료에 의하면, 폐암은 암 연관 사망률 1위이다. 폐암은 전체 암 사망자의 20% 이상을 차지하며, 그 비율이 매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22년 암종별 사망자수는 남자는 폐암 13,715명, 간암 7,423명, 대장암 5,255명, 위암 4,620명, 췌장암 3,813명 등의 순이다. 한편 여자는 폐암 4,869명, 대장암 3,909명, 췌장암 3,512명, 유방암 2,861명, 간암 2,786명 등의 순이다. 

폐암의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첫째 원인은 담배이다.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吸煙者)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위험이 1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평균 한 갑의 담배를 1년 동안 피었을 때 ‘1년갑’이라고 하는데, 흡연 갑년 수가 올라갈수록 폐암 위험이 비례해서 증가한다. 담배를 많이 피우고 오래 피울수록 폐암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폐암 중 10-20%는 흡연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폐암 발생 특징은 서양에 비해 비흡연자 폐암 비율이 높아 전체 폐암의 2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의 80% 이상이 비흡연자이다. 폐암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흡연과 더불어 고령화(高齡化)가 지목되고 있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는 우리나라에서 폐암으로 인한 보건 문제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폐암의 종류를 크게 소세포암(Small cell carcinoma)과 비소세포암(Non-small cell carcinoma)으로 나눌 수 있다. 전체 폐암의 1% 미만으로 발생하는 거대세포암(giant-cell carcinoma)은 주로 말초에서 큰 종괴로 나타나며 악성도기 심해서 빨리 진행된다. 그리고 폐에 원발성으로 발생하는 육종(sarcoma) 등 흔하지 않지만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형태의 폐암이 있다. 

소세포암은 전체 폐암 환자의 약 15-30%를 차지하며, 주로 기도(기관지, 세기관지)에서 처음 발병한다. 소세포암은 대개 기관의 표면이나 선을 따라 생성되어 대부분(4/5) 폐 중앙부에 생기고, 나머지는 말초에 생긴다. 악성도가 강해서 림프계통이나 혈액순환을 통해 조기에 전이되는 경향이 있다. 소세포 폐암세포는 대개는 작고 동그란 형태로 자라는데, 그 모양을 본떠 귀리 세포(oat cell)이라고도 한다. 

비소세포암에는 편평상피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 선암(Adenocarcinoma), 대세포암(Large-cell carcinoma) 등이 있다. 편평상피세포암은 폐 중앙에 주로 발생하며 흡연과 관련이 가장 많은 암종이다. 선암은 폐의 주변부에서 주로 발생하며, 여성이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병한다. 대세포암은 전체 폐암의 4-10%를 차지하며, 폐 포면에서 주로 발생한다. 

폐암 초기(early stage lung cancer)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흔히 있다. 폐암 환자의 15% 정도는 무증상일 때 폐암으로 진단된다. 암의 크기가 커지고 진행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좀처럼 낫지 않는 기침이나 가슴통증, 천명(喘鳴, 호흡 시 쌕쌕거리는 소리), 숨이 차는 현상, 피 섞인 가래, 목이 쉬는 것, 얼굴이나 목의 부종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폐결핵, 기관지염 등에서도 나타나며, 또한 모든 폐암이 증상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므로 전문의를 찾아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폐암 진단에는 흉부X선촬영 검사, 전산화단층촬영 검사(CT), 양전자단층촬영 검사(PET), 기관지내시경 검사(Bronchoscopy), 종격동경 검사(Mediastinoscopy), 세침흡입 생검(Transthoracic Needle Biopsy), 수술적 생검(Surgical Biopsy) 등이 있다. 흉부X선검사는 간단하고 쉽게 폐에 혹이 생겼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종양의 경우 잘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폐암(비소세포암)은 진행정도에 따라 1기에서 4기까지로 분류된다. 병기(病期) 1기는 암이 단지 폐에만 존재하고 임파절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2기는 암이 근처 임파절까지만 전이된 상태이며, 3기는 암이 종격동 또는 반대쪽 임파절까지 전이된 상태이며, 4기는 가장 진행된 폐암 상태를 말한다. 

비소세포암 치료법은 1기는 외과적 종양 제거 수술, 2기는 외과적 종양 제거 수술과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을 실시한다. 3A기는 외과적 종양 제거 수술전 혹은 후에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병행하기도 하며, 3B기는 드물게 수술 요법이 가능하지만, 주로 항암화학요법 혹은 방사선치료 또는 병행 치료를 실시한다. 4기는 항암화학요법 혹은 방사선치료, 또는 병행하여 치료한다. 

매년 8월 1일은 세계 폐암의 날(World Lung Cancer Day)이다. 폐암에 대한 인식을 최대한 높이고 스스로 폐암을 검사하도록 독려한다. 폐암 예방방법은 완전한 금연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또 간접 흡연을 피해야 한다. 지하층 거주, 지하상가나 업무지역, 지하철 등에서 라돈(radon) 노출을 줄이기 위해 환기를 자주해야 한다. 작업 환경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석면(石綿), 비소(砒素) 을 각종 발암 물질의 노출을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 폐암 전문가로 이진수 박사를 꼽는다. 이진수 박사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필자와 함께 보건학석사(MPH)학위를 1976에 취득한 후 도미하여 미국 최대의 암센터인 M.D. Anderson Cancer Center 교수를 역임했다. 귀국하여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Center) 제4대와 5대 원장(2008-2014)을 역임했다. 또한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이다. 

세계폐암학회(IASLC: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Lung Cancer)는 폐암 및 흉부 악성 종양에 관한 연구와 교육, 진료지침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학회이다. 세계폐암학회에서 발표하는 폐암 병기 설정은 세계 모든 나라가 사용하는 표준 지침이 될 정도로 높은 공신력과 권위를 가진다. 최근에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연욱 교수가 IASLC 다학제위원회(Multidisciplinary Practice Standards Committee) 위원으로 위촉됐다. SW

pmy@sisaweekly.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