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의 대의 잇겠다" 야권 지도자로 부상한 나발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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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의 대의 잇겠다" 야권 지도자로 부상한 나발나야
  • 황채원 기자
  • 승인 2024.03.0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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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아나 나발나야. (사진=AP/뉴시스)
율리아나 나발나야. 사진=AP

[시사주간=황채원 기자] "지금 제가 앉아있는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어야합니다만 그 사람은 블라디미르 푸틴에 의해 살해당했습니다. 알렉세이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계속해 싸우는 것입니다.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정부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감옥에서 갑자기 사망한 후 그의 부인인 율리아나 나발나야가 전한 메시지다. 나발니 사망 당시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했던 나발나야는 "푸틴과 푸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그들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며 러시아 정부의 발표와 달리 나발니가 푸틴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진실로 믿어왔던 알렉세이의 말을 본따 여러분께 말합니다. 조금 밖에 못한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합니다. 이것은 당신을 겁주어도 된다고 그들에게 말하는 것입니다"라며 푸틴 정부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발나야는 경제학자 출신이지만 나발니와 결혼한 이후에는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나발니의 지인들은 나발니야가 생전 나발니를 정신적으로 도왔고 생각이 비슷했다고 밝히고 있다. 나발니가 러시아 정부의 억압 속에서 집회와 법정 공판을 벌일 때 그의 옆에 있던 이가 바로 나발나야였다.  2013년 남편 나발니가 첫 실형을 선고받자 "이 개자식들은 절대 우리의 눈물을 보지 못할 것이다"라며 독설을 하기도 했다.

2020년 나발니가 독극물 사고를 당하자 나발나야는 언론을 통해 해외에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호소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질 것 같았다.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2021년 나발니가 러시아 귀국 직후 체포됐을 때는 의연하게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것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발나야는 "알렉세이를 죽임으로써 푸틴은 내 마음, 내 영혼의 절반을 죽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절반이 남아있다"면서 "나발니의 대의를 잇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나발나야는 단번에 새로운 야권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지난 1일, 사망 2주 만에 열린 나발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러시아 본국 도착시 체포될 가능성이 높기에 그는 러시아에 올 수 없는 상태다. 

러시아는 오는 17일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데 푸틴의 5선이 사실상 유력해지고 있다. 그는 최근까지도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며 사실상 종신 집권을 결정지은 상태다. 하지만 나발니의 갑작스런 죽음과 높아지는 추모 열기는 푸틴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의를 잇겠다'고 주장한 나발나야의 존재감이 푸틴에게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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