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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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복대박]자갈치 난장(61)
  • 시사주간
  • 승인 2017.08.0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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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로 사라지는 그런 꿈을 수십번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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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이윽고 낮은 포복하는 간첩처럼 숨죽이며 거칠고 퍼런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빗발은 마선장을 향해 절규하는 아내의 모습같기도 하고 죽었다던 딸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였다.
 
마선장은 자신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해경에 걸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는 평생 교도소에서 썩게 될 것이었다.아내의 목에 칼을 꽂던 날부터 이때까지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없었다.
 
목숨이 붙어 있어서 산다고 했지만 마음은 늘 빙초산에 절여 놓은 것처럼 쪼그라들어 있었다. 경찰이 잡으러 오고 도망가고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그런 꿈을 수십번도 더 꾸었다.
 
그런 날은 종일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소주를 깠다.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 되었을 때 누가 와서 죽여줬으면 하고 바랐던게 한 두 번 아니었다.
 
아니 그대로 고꾸라져 식은 방귀를 뀐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니만큼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미제사건으로 끝날 공산이 컸기 때문에 조금만 더 버텨 보리라 생각했다. 죽은 동생이름으로 행세하고 있어서 몇번의 불심검문에도 살아 남았지만 진짜 걸려 들면 지문검사에서 바로 발각될 게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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