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N]베트남, 파병 50주년 행사,-정부에 행사 자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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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N]베트남, 파병 50주년 행사,-정부에 행사 자제 요청.
  • 시사주간
  • 승인 2014.01.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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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전우회 "그럴 바에야 우리가 하겠다"
▲ [시사주간=외신팀]

올해 베트남전 파병 5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공식 행사를 추진하던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일부에서 베트남 정부가 '월남전', '베트남전'과 같은 명칭을 50주년 기념식에서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한 이후 확인을 미룬 채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10일 일부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50주년 행사에서 베트남전 참전을 부각시킬 경우 양국 간 경제와 문화 교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를 준비하던 정부가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참전 50주년 행사에 두 가지 명칭 모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면 행사 자체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이 행사를 위해 6억여원의 예산까지 받아놓은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있다.

가장 난감한 상황에 빠진 것은 국가보훈처다. 외교부 등과 행사를 주관해 치러야 하는 마당에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일을 접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명칭 사용 자제 요청이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외교부 쪽에 문의하라는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보훈처 관계자는 10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베트남전 참전 50주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어떤 방향으로 할지, 내용은 어떻게 할지 검토 중일 뿐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베트남과의 외교문제는 보훈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범위도 아니고 말할 상황도 아니다. 외교부에 문의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에서 (베트남이 행사 자제 요청을 보훈처에) 이야기 한 것인지 사업부서에서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민감한) 외교문제라 답하기 어렵다.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인 만큼 앞으로 외교적 측면에서 외교부와 협의해 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행사 진행 여부와 관련해서는 "정부 주관으로 올해 처음 공식 행사를 하려고 예산도 받아놨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서 검토 중이기 때문에 정부 주관으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이 행사를 위해 내부에 T/F(테스크포스)를 꾸리고 이르면 7월, 늦어도 9월 50주년 행사를 정부 주관으로 처음 열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7월은 베트남전 파병을 위한 선발대가 떠난 달이고 9월은 본진이 공식 파병됐던 때다.

하지만 문제는 외교부 담당 국장조차 이 일에 대해 외교부가 관여하고 있지도, 관여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보훈처가 하는 일일 뿐이라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외교부 담당 국장은 이날 "국가보훈처 등을 중심으로 베트남 참전 50주년 기념행사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민간단체에서 매년 기념식을 해왔는데 올해가 50주년이니 좀 더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준비를 해 온 거 같다"면서도 "외교부가 그런 행사를 할 이유는 없다. 베트남 측의 입장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자는 것인데 그런 행사를 (외교부가) 할 이유가 있느냐. 베트남이 (행사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해 온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반면 국방부는 보훈처와 외교부가 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못 박았다. 위용섭 국방부 부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베트남 참전 50주년 행사를 보훈처에서 외교부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행사 자제 요청이 왔는지에 대해서는 "베트남에서 이 행사와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어떤 요청을 해 왔다거나 하는 사실은 외교부에 확인한 결과 없었다"고 보도를 부인했다.

그동안 베트남전 참전용사 관련 단체 주도로 열리던 행사를 정부가 5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치르려다 난관에 부딪히자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를 벌이는 양상으로 변질된 것이다. 특히 공식적인 외교 통로로 자제 요청이 온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 루트로 전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간 외교 관례에서는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민간단체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며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월남전 패배라는 패배의식을 정부가 스스로 뒤집어 쓴 채 베트남에 할 말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장의성 홍보부장은 "보도가 나간 이후 중대한 사안이라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참전해서 패했다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돈과 대한민국 군인이 참전해 싸웠지만 월남이 잘 못해 진 것이다. 전우들은 패배의 멍에를 쓰고 억울하게 물러나야 했다"며 "이념적으로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 지금의 베트남을 위해 정부가 백기로 투항하는 형국이다. 정부가 참전자들을 이렇게 어렵게 몰아가면 어디다 호소해야 하나"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지난해까지 회원들 호주머니를 털어 하다가 올해 정부가 5억9000만원 예산을 마련해 지원하겠다고 해서 행사지원을 하기로 했다"며 "전우 중에는 그럴 바에야 정부 대신 전우회가 예산을 받아 하는 게 베트남 정부와도 상관없지 않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베트남 정부의 '꼬장'에 말려서 전전긍긍하는 대한민국이 허약해 그렇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월남을 방문해 '우리가 적절치 않은 시대에 한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고 해서 일이 꼬여 베트남에서 뭐라 하면 정부가, 정치인들이 그냥 주눅이 든다"며 "목숨 아끼지 않고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우리가 강하게 나가면 알아듣는데, 정부가 무능하게 대응해서 답답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한편 故박정희 대통령 당시 정부는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4~1973년 8년6개월간 청룡·맹호·백마부대 등 8개 전투부대 32만4864명을 파병했다. 태국·호주·뉴질랜드 등 파병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병력을 보냈다. 하지만 이중 4960명이 전사하고 1만6000여명이 부상을 입을 만큼 전투는 치열했다. 지난해 말 타계한 故채명신 장군이 초대 주월한국군사령관이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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