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월드컵 영웅 '유상철' 데려간 췌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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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월드컵 영웅 '유상철' 데려간 췌장암
  • 박명윤 논설위원
  • 승인 2021.06.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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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서울대 보건학 박사] 2002년 韓ㆍ日 월드컵(FIFA World Cup) 4강 신화의 주역 유상철(柳想鐵, 1971년10월18일 서울에서 출생)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膵臟癌)으로 투병 중  6월 7일 4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2019년 10월 황달(黃疸) 증세로 입원했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2020년 6월 13차례에 걸친 항암(抗癌) 치료를 마친 후 병세가 호전됐다. 그러나 올해 1월에 갑자가 몸 상태가 나빠졌으며, 병원에서 암 세포가 뇌(腦)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최근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어 끝내 숨을 거뒀다.

필자가 집필한 건강서적 10여권 가운데 지난 2018년 3월에 발간한 <WELL-BEINGㆍWELL-DYING>(라이크출판사, 366쪽)은 국내외 저명인사들의 삶과 사인(死因)에 관하여 기술하였다. 췌장암으로 별세한 두 분도 포함되어 있다. 즉, 한국 경제의 거목(巨木)인 강봉균(姜奉均) 전 재경부장관은 2017년 1월 31일 향년 7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현대인의 삶을 바꾼 IT 거인(巨人), 혁신과 융합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2011년 10월 5일, 56세의 아까운 나이에 영면(永眠)의 길에 들어섰다.

2002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멀티플레이어(multi player)를 중시한 히딩크號에 탑승한 유상철은 2002년 6월 4일 부산에서 폴란드와 벌인 월드컵 D조 예선 첫 경기에서 20m 중거리 골 득점으로 2대0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Guus Hiddink, 75ㆍ네덜란드)는 “유상철, 당신은 한국에도 내게도 진정한 영웅(Sang Chul, You were a true hero to me and to your nation Korea)”이란 글귀가 포함된 추모 메시지를 히딩크재단을 통해 고인과 유족들에게 전달했다.

故人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올라운드 멀티 플레이어로 평가받으며, 한국 축구에서 홍명보와 함께 월드컵 공식 올스타에 선정된 한국 축구계의 전설 중 한명이다. 1990년 청소년 대표에 발탁됐으나, 1991년 20세 이하 세계 청소년대회에서는 남북단일팀 엔트리에 탈락했다. 1994년 3월 미국戰에서 A매치(International A Match)에 데뷔한 후 2005년까지 국가대표로 124 경기에 출전 활약했다. 선수 은퇴 후 춘천기계공고 축구부, 대전 시티즌, 울산대 축구부, 전남 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로 활동했다.

월드컵 영웅 유상철을 하늘나라로 데려간 췌장암(pancreatic cancer)이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腫塊, 덩이)이다. 췌장암의 90% 이상은 췌관의 샘세포에 암이 생긴 선암(腺癌)이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선암(膵管腺癌)을 말한다. 선암이란 선세포, 즉 샘세포에서 생기는 암을 말하며, 췌장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 췌장암이 대표적인 ‘악성암’인 이유는 장기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있어 전이가 잘 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가 2020년 1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에서 243,837건의 암이 새로이 발생했다. 그 중 췌장암은 7,611건(남자 4,020건, 여자 3,591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3.1%로 8위였으나, 그 해 췌장암으로 6,306명이 숨져서 사망은 5위를 차지했다. 남녀를 합쳐서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31.1%, 60대가 26.2%, 80대 이상이 20.5%의 순이었다.

췌장암은 65세 이후 고령층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老人)암이며, 유상철 감독처럼 40대에 발병하여 숨지는 경우는 드물다.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암 5년 생존율(2014-2018년)은 위암 77.0%, 갑상선암 100%, 폐암 32.4%, 대장암 74.3%, 유방암 93.3%, 간암 37.0%, 전립선암 94.4%, 췌장암 12.6%, 담낭 및 기타 담도암 28.8%, 신장암 84.1% 등이다. 췌장암의 병기별 5년 상대생존율은 국한(localized) 42.7%, 국소(regional) 17.0%, 원격(distant) 1.9%이다.

췌장은 위(胃) 위에 있는 십이지장의 파인 곳을 채우는 소화기(消化器)이며, 길이는 약 15cm, 무게는 약 100g이고 황색의 삼각형이다.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두부(머리 부분), 체부(몸통 부분), 미부(꼬리 부분)로 나누어지며, 두부는 담즙의 배출 통로인 담관과, 미부는 비장(脾臟, 지라, spleen)과 연결되어 있다. 두부에 췌장암이 발생하면 담관이 막히면서 황달(黃疸)이 나타날 수 있다.

췌장에는 췌관을 통해 췌장에서 만들어진 췌액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외분비(外分泌) 기능과 호르몬을 혈관 내로 방출하는 내분비(內分泌) 기능이 있다. 외분비란 땀이나 젖, 소화액 같은 분비물을 도관을 통해 신체 표면이나 위장관 속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말한다. 내분비는 몸 안에서 생성한 호르몬이나 생물학적 활성 물질을 도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몸속이나 핏속으로 보내는 작용이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성인의 경우 하루 1-2 리터 정도의 췌액(膵液)이 분비된다. 췌액은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amylase), 단백질을 분해하는 트립신(trypsin), 지질을 분해하는 리파아제(lipase) 등의 소화효소를 함유하고 있다. 췌액은 간(肝)에서 분비하여 담낭(膽囊)으로 보내는 담즙과 함께 십이지장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의 소화 흡수에 관여한다.

내분비와 관련된 췌장 세포들은 작은 무리를 지어 마치 섬(島)처럼 산재해 있기에 췌장섬 또는 랑게르한스섬(Langerhans islets)이라고 부른다. 췌장섬에서 혈당(血糖)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insulin)과 글루카곤(glucagon)이라는 정반대 기능을 가진 두 가지의 호르몬을 분비한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고, 글루카곤은 혈당을 높이는 역할을 하여 혈당치(血糖値)를 조절한다. 따라서 이 두 호르몬은 당뇨병(糖尿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췌장에 생기는 종양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한 양성 종양, 그리고 예후(豫後)가 매우 나쁜 악성 종양 등 유형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낭성종양(囊性腫瘍, 물혹)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악성으로 바뀌는 것도 있으며 여러 종류가 있다. 낭성종양에는 장액성과 점액성 남성종양, 췌관내 유두상 점액종양, 고형 가(假)유두상 종양, 림프 상피성 낭종과 낭종성 기형종 등이 있다. 악성 종양으로는 췌장 외분비 종양인 췌관선암종, 선방세포암종,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지만, 조기 진단이 어려운 까닭은 췌장암의 발생 기전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몇 가지 위험요인이 밝혀졌거나 추정되고 있는 정도이다. 유전적 요인으로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케이라스(K-Ras)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으며, 환경적 요인 가운데는 흡연(吸煙)이 발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췌장염(膵臟炎, pancreatitis)이 있으면 췌장암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췌장암의 원인 질환으로 본다. 만성 췌장염은 정상적이던 췌장 세포들이 염증을 앓는 가운데 섬유조직으로 변해가면서 췌장 전체가 딱딱해져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이다. 처음으로 만성(慢性)형으로 발병하기도 하고 반복적인 급성(急性) 염증이 만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서구(西歐)에서는 10만 명당 5-10명이 발생하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음주(飮酒)이다.

췌장암의 증상 가운데 많은 부분은 췌장 질환이나 소화기계 장애에서도 나타는 비특이적인 것들이다.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에게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췌장의 두부(머리 부분)에 생긴 췌두부암 환자들은 황달 증상을 보인다. 췌장암의 60-70%는 췌장 두부에 발생하며, 인접한 총담관의 폐쇄와 관련된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부분의 암은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어서 시간이 꽤 지나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의 임상적 증상이 위(胃)나 간(肝)에 질환이 있는 경우와 비슷하므로 이들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췌장암 진단을 위해 임상에서 사용하는 검사에는 혈액검사,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초음파검사,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ERCP), 내시경 초음파검사(EUS),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복강경(腹腔鏡)검사, 조직검사 등이 있다.

췌장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적절한 치료 방침을 세우기 위해 암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병기(病期, stage)를 판정한다. 췌장암의 병기 결정은 TNM 분류법을 따르며, T(tumor)는 원발 종양의 크기와 침윤 정도를 나타내고, N(node)은 주위 림프절로 퍼진 정도를, M(metastasis)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나타낸다.

TNM 분류법(classification)의 세 요소를 조합하여 췌장암 병기를 1-4기로 구분한다. 췌장암 1기는 암이 췌장에 국한되어 있고 전이가 없는 경우이며, 암이 주변 장기로 퍼져 있지만 주요 동맥 혈관의 침범이 없는 경우는 2기, 암이 주요 동맥 혈관을 침범하여 국소적으로 진행됐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3기, 그리고 암이 폐나 복막, 간 등 먼 장기로까지 전이했다면 4기로 분류한다. 

췌장암 치료 방법은 암의 크기와 위치, 병기,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선택한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경우에 따라 한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기도 하고, 여러 요법을 병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반응 평가 후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지만, 근치적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예후 또한 평균적으로 다른 암들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다. 수술 등 치료를 마친 후에도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하지는 않았는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수술 후의 재발은 1-2년 사이에 주로 일어난다. 재발 시에는 환자의 상태와 재발 위치 및 범위 등에 따라 치료 방법을 결정하며, 대개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며 경우에 따라 방사선치료를 병행한다.

췌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당뇨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인슐린 치료를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췌장은 소화액을 분비하는 장기이므로 췌장암 환자들은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식욕이 떨어지고 치료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구역질, 구토 등으로 음식물 섭취가 힘들어지는 수가 많으므로 지방 섭취를 줄이고 소화가 잘 되는 부드러운 고열량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아직은 확립된 췌장암 예방수칙이 없으므로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하여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것들을 일상생활에서 피하도록 한다. 즉, 흡연을 금하고, 고지방 및 고열량 식이를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식생활을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여 알맞은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당뇨가 있으면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당뇨병 환자는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성 췌장염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암환자는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담당 의료진을 믿으며 병을 이겨내겠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암 치료에서 가강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다.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의 치료에 잘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추적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가벼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여 적정 체중을 유지하여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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