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이 북한 보위부에 벌금 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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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 북한 보위부에 벌금 문 사연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1.09.0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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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보위부는 최고의 비밀경찰기구다. 사진=시사주간 DB
북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보위부는 최고의 비밀경찰기구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한국에 온 탈북민 한 분이 입국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함경북도 회령에 있는 언니와 통화를 했다. 며칠 후 언니로 찍혀 있는 번호로 전화가 와 당연히 언니인줄 알고 받았더니 언니가 아니라 보위부라는 말에 오줌을 지릴 정도로 깜짝 놀랐다. 언니와 통화한 걸 보위부원이 감청을 했는데 언니를 닦달해 봐야 나올게 없다고 판단한 그는 그 전화를 그대로 한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너하고 통화하는 것 다 기록했으니 언니 감옥 보낼래 아니면 벌금 물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해서 벌금을 내겠다고 했더니 자기 계좌번호를 불러주더라는 것이다. 당시에 돈이 없어 길거리 전단지에 있는 23%대 대출을 받아 270만원을 보냈고, 수수료까지 30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이 탈북민은 그 후 월 20여 만원씩 갚았다고 털어놨다.

탈북민이 한국에 와 살아도 100% 한국인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하지 않고 죽은 듯이 살겠다고 하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부모형제 그리워 통화하다 보면 그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편으로는 송금을 해도 브로커가 떼어먹거나 이를 고자질해서 보위성원들이 들이닥쳐 빼앗는 경우도 있다.

양강도 혜산시 송봉동에 사는 60대 여성은 10년 넘게 송금브로커를 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이 여성은 남한에 있는 탈북가족으로부터 송금을 받은 주민들이 당국에 돈 받은 사실을 철저히 감춰야 한다는 점을 이용해 정해진 수수료 외에 근거 없는 숙박비, 식비, 통신비 명목으로 고액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 여성이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떼자 송금을 부탁하는 주민이 줄었고, 급기야 수입이 끊길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이 여성은 어쩌다 송금을 부탁하는 일이 생기면 탈북민 가족에게 돈을 전달한 후 이 사실을 담당 보위성원에게 알려 송금 받은 돈을 압수하도록 뒤에서 사주했다. 보위성원이 송금액을 빼앗아 오면 갈취한 돈의 절반을 자기 몫으로 돌려받는 방식으로 탈북민 가족들의 돈을 착취했다. 탈북민 가족은 한국 가족이 보내준 돈을 다 빼앗기거나 많아야 10% 정도를 손에 쥘 정도였다. 이에 참지 못한 주민들이 이 여성을 사법기관에 신고했으나 이 여성은 4만 위안(715만원)을 내고 무슨 일 있었냐는 둥 유유히 빠져나왔다.

·중 국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이 같은 일은 다반사다. 특히나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된 탓에 대북 송금수수료는 60%까지 올랐다.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40%를 받아도 감지덕지다.

남한에서 죽어라 벌어 송금해봤자 브로커들이 이리 저리 빼먹는 탓에 송금을 중지한 탈북민도 많고, 한다고 해도 100만원 이하가 대부분이다. 설령 일이 잘못돼도 고액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탈북민이 대북 송금을 할 경우 대부분 쉬쉬한다. 그나마 설문조사를 통해 액수를 가늠하는데 1회 송금에 100~300만원이 대부분이고 500만원 이상도 있다. 대북 송금을 한 탈북민 비율은 64%로 연간 100억원 이상이 올라간다고 추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정도 규모면 장마당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라고 말한다.

지금은 국경이 닫혀 있어 국내 입국 탈북민 수가 준 것처럼 대북 송금도 그만큼 줄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2분기 국내 입국 탈북민 수는 고작 2명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송금 브로커들이 활동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북한 국경이 18개월째 막히면서 더 이상 참지 못한 브로커들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고 보면 목숨과 바꿀 만큼 경제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는 셈이다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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