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수어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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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수어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2.06.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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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가 자신의 농인 가족을 위해 수어로 노래를 하고 있다. 사진=영화 ‘CODA’)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가 자신의 농인 가족을 위해 수어로 노래를 하고 있다. 사진=영화 ‘CODA’)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지난 3월 진행된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션 헤이더(Sian Heder) 감독의 영화 ‘코다’(CODA)가 작품상과 남우조연상(트로이 코처), 각색상을 수상했다. 영화 ‘코다’의 아카데미상은 장애인 관련 소재의 영화가 수상을 한 것은 물론 가려져 있었던 코다의 문제를 알렸다는 의의가 있다.

코다(CODA)는 'Child of Deaf Adult'의 약자로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자란 청인(聽人) 자녀를 말한다. 영화 ‘코다’에서 주인공 루비는 부모와 오빠 모두 농인인 집안의 유일한 청인이다. 루비는 부모와 오빠의 귀의 역할 만이 아니라 대변자 역할을 하며 아동기를 보냈다. 그러다보니 다른 아동보다 일찍 철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루비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며 음대에 가고 싶어 한다. 문제는 대학에 진학하면 부모의 통역을 돕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루비의 부모는 진학을 반대하고 이로 인하여 가족 간에 갈등을 겪는다.

영화는 이러한 과정을 담담하게 코믹한 요소를 곁들여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울림이 큰 영화이다. 하지만 아쉬운 면도 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농인을 위한 수어통역 등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시대적인 상황이 있겠지만) 농인에 대한 수어통역 지원을 개인의 몫으로만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 이후 나라마다 수어를 언어로 인정하는 법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UN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되며 농인에 대한 수어통역 등 의사소통지원은 더 이상 개인의 못이 아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2008년 국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그리고 2016년 2월 “한국수화언어법”이 공포되었다. 

이처럼 수어통역 등 농인을 위한 지원체계가 갖추어 가고 있지만 영화 ‘코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현실이다.

한 장애인단체가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정부에 수어정책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활동가
한 장애인단체가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정부에 수어정책의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김철환 활동가

수어교육은 물론 수어통역이나 주기적 상담 지원이다.

수어통역기관인 수어통역센터는 197개소(한국농아인협회, 2021)이다. 수어통역센터에 상주하는 수어통역사(청인, 농인통역사)는 1천여명 정도이다. 문제는 농인의 수에 비하여 수어통역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2020년 정부에 등록한 청각·언어장애인(정부 통계라 농인과 청각·언어장애인을 분리하지 않았다)은 41만8180명이다. 

이를 산술적으로 보면. 수어통역센터당 평균 2,123명의 청각·언어장애인에게 수어통역 등을 지원해야 한다. 수어통역사 1명당 지원해야하는 청각·언어장애인도 평균 429명다. 지역에 대한 편차도 심한데 인천시의 경우 수어통역센터 1곳에서 지원해야하는 청각·언어장애인은 24,725명이며, 대구시는 수어통역사 1인당 1,329명의 청각·언어장애인을 지원해야 한다.
물론 41만명의 청각·언어장애인 가운데는 수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서비스를 지원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농인 가정에 상담지원은 고사하고 수어통역이나 수어교육 등을 재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화언어법”(제12조)에서 농인 등 가족을 위하여 수어교육, 상담 및 관련 서비스 등 지원하도록 하고 있지만 재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농인에 대한 수어통역 등 지원인력 부족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간추린다면 네 가지로 묶을 수 있다.

첫째, 수어정책이 이원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수어통역은 보건복지부가, 수어 언어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맡고 있다 보니 부처가 확실하지 않은 정책의 경우 추진되기 어렵다. 둘째, 수어통역센터 운영지원을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는데, 예산 증액에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획기적인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 

셋째, 정부가 수어통역센터의 특성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수어통역센터는 지역의 다른 복지시설과 다르게 출장 통역 등을 기본으로 하여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수어통역사들의 지위나 수어통역사들의 대우가 높지 않다. 그리고 수어통역사들이 사무처리 등 부가적인 업무가 많아 수어통역에 집중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영화 ‘코다’는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대한민국 농인들의 삶은 영화처럼 아름답지 않다.  정부가 이를 바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농인들이 겪는 현실을 올바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정부 간 긴밀한 협업은 물론 중앙정부 예산 투입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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