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 묘연했던 ‘인민 호날두’ 한광성···북한 돌아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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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 묘연했던 ‘인민 호날두’ 한광성···북한 돌아간 듯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3.09.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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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절친 페이스북 폐쇄 확인
지난달 22일 고려항공 타고 귀국설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 명단 없어 
'인민 호날두'로 불린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지난달 22일 북한 고려항공을 타고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X(트윈터)
'인민 호날두'로 불린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지난달 22일 북한 고려항공을 타고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X(트윈터)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 A에 진출했던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이 지난달 중순 이탈리아를 떠나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RFA는 북한 스포츠 전문가인 이탈리아 마르코 바고치 씨를 통해 “이탈리아에 있는 한광성의 절친과 최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가 8월 중순 떠난 것을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그는 “한광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 메신저는 8월 중순 이후 사용할 수 없게 폐쇄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한광성의 페이스북 계정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다른 익명의 소식통도 한광성이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으로 떠난 뒤 북한 주민들과 함께 북한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북한이 3년 7개월 여만에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여객기가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주민 200여 명을 태우고 돌아갔는데 한광성도 이때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국가대표팀을 지도했던 요른 안데르센 감독도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그가 더이상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최근에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당시 안데르센 감독이 파악했던 한광성의 마지막 거주지는 이탈리아였다.

한광성은 2017년 칼리아리 유니폼을 입고 이탈리아 축구 1부리그인 세리에 A에서 골을 넣으며 주목받았고, 2019년 세계적인 축구 명문 구단인 유벤투스로 옮겼다.

하지만 국제 프로무대에서 활약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한광성은 더이상 해외무대에서 뛸 수 없게 됐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활동 폭이 좁아진 한광성은 2020년 1월 카타르 프로팀 알두하일로 이적했지만 그해 소속구단으로부터 계약만료를 통지받고 이탈리아로 돌아갔고, 결국 지난달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월 CNN은 2020년 카타르에서의 활동을 끝으로 한광성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까지 확인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탈리아 로마 주재 북한 대사관에 한광성의 귀국 여부를 묻는 전자우편 문의를 보냈지만 대사관 측은 묵묵부답이다.

한편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사이트인 마이인포가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축구 선수단 명단에 한광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외 노동자들이 귀국한 후 감시와 자기비판, 강도 높은 사상 교육을 하는 북한정권의 특성상 당분간 한광성을 국제대회에 내보내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평양 엘리트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과정 중인 탈북자 이현승 씨는 “과거 해외 노동자나 공무원들이 귀국하면, 노동당 각 부서로부터 2~3개월간 정치사상 학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국경이 열려 해외 공무원들, 노동자들이 (북한에) 들어가면 이 사람들은 최소 3개월 이상의 강도 높은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국가보위부, 당 세포 여러단위들의 강습을 받고 사상 단련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유럽 리그까지 진출하며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그가 돌연 자취를 감춰 그의 행방을 둘러싼 축구팬들의 궁금증은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 사진=X(트위터)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 사진=X(트위터)

◆한광성은

1998년 7월 25일 평양에서 태어난 한광성은 ‘인민 호날두’로 불리는 축구 스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초기인 2013년 엘리트 축구선수 양성을 위해 설립한 평양국제축구학교에 입학해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학하고 2015년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ISM) 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는 유럽무대에서 공격수로서의 재능을 드러냈다.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에 A 소속 칼리아리 유소년 구단에 입단했다. 이후 프로로 승격해 정식 데뷔한 지 1주일 만에 첫 골을 기록해 재능을 입증했다. 칼리아리 유소년 코치였던 막스 칸지는 CNN 인터뷰에서 “한광성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지 20분 만에 동료 코치 마리오에게 ‘그는 훌륭하다, 1부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의 유소년팀 동료였던 니컬러스 페닝턴은 “수줍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정말 뛰어난 선수였다”고 했다. 이어 “한광성은 가족이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는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귀국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한광성은 북한과 관련한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거의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14년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결승에서 한국을 2-1로 꺾고 북한의 우승을 견인하며 주목받았다. 2015년 국제축구연맹(FIFA) 칠레 U-17 월드컵에서는 북한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2016년에는 한국의 이승우와 함께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1998년생 최고 축구 유망주 50명에 이름을 올렸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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