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원했지만 겨울을 살았다" 영화 '황금시대'
상태바
"봄을 원했지만 겨울을 살았다" 영화 '황금시대'
  • 시사주간
  • 승인 2014.10.05 13:2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샤오홍이라는 인물에 대한 저만의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사주간=김민지기자]
  "샤오홍이라는 인물에 대한 저만의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가 태어나서 죽기까지 전 과정을 영화에 담으려고 했죠. 단순히 작가로서 그의 삶만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희 영화가 샤오홍과 샤오쥔의 로맨스가 중심인 건 그런 이유입니다."

중국 배우 탕웨이(35)의 출연으로 영화제 개막 전부터 주목받은 쉬안화(67) 감독의 영화 '황금시대'가 3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다.

최근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탕웨이가 이 영화를 들고 부산을 찾는다는 소식으로 국내 관객의 관심이 쏠렸지만, 외국에서 '황금시대'는 홍콩 금장상 감독상 4회 수상에 빛나는 쉬안화 감독의 연출작으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쉬안화 감독은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며 홍콩영화 황금기를 열어젖힌 장본인이다. 베니스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되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황금시대' 역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스터스 부문에 초청받았다. 외신은 '황금시대'를 "관객을 매료하는 특별한 전기영화"로 평하기도 했다.

'황금시대'는 1920~30년대 활동한 중국의 천재 작가 '샤오홍'(탕웨이)의 전기영화다. 쉬안화 감독은 영화를 통해 말 그대로 샤오홍의 일대기를 다룬다. 일반적인 전기영화가 한 인물이 살았던 특정 시대, 특정 사건을 따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화는 그 당시 중국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샤오홍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과 홍콩 등 1만3000㎞를 이동하며 3600여 시간을 촬영했다. 총 제작기간은 5년이다. 시나리오 작업만 3년, 장소 섭외에 7개월, 촬영에 5개월, 후반 작업에 1년을 쏟아부었다.

긴 시간을 '황금시대'에 투자한 만큼 쉬안화 감독은 샤오홍의 내면과 격동기 중국을 거대한 스케일로 담아냈다.

'황금시대'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영화의 규모뿐만 아니라 샤오홍이라는 인물을 그리는 형식적인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는 샤오홍이 어떤 인물인지 묘사하기 위해 그의 운명의 남자 샤오쥔, 중국의 대문호 루쉰 등 샤오홍의 주변 사람들의 입을 빌린다.

등장인물이 직접 카메라를 보고 샤오홍과 그가 겪었던 일을 관객을 향해 설명해주는 방식이다. 초반부에서는 죽은 샤오홍이 자신이 언제 태어났고 언제 죽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쉬안화 감독은 이런 독특한 형식에 대해 "샤오홍이라는 인물을 여러모로 평가하는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샤오홍 주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평가했고 어떤 역사적 관점을 가졌는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샤오홍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보여주면서 관객이 샤오홍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실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쉬안화 감독이 이런 형식을 택한 것은 그만큼 샤오홍이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중국 현대문학의 보물로 일컬어지며 다른 작가들이 정치적인 글쓰기에 몰두할 때 농민이 느끼는 삶의 고통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샤오홍 자체도 그 당시에는 찾아볼 수 없던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신여성이었다.

계절을 통해 샤오홍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보여주는 것도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10여 년에 걸친 샤오홍의 삶을 보여주지만,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계절은 대부분 겨울이다. 매우 추운 겨울 풍경은 평생 외로웠던 샤오홍의 삶과 그의 쓸쓸한 죽음과 대비되면서 진한 감동을 남긴다.

쉬안화 감독은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니다. 샤오홍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배고팠던 당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겨울 장면을 넣은 이유도 있다"고 했다.

겨울 장면이 워낙 많다 보니 감독과 출연배우, 스태프는 모두 추위를 견디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쉬안화 감독은 "추울 때는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눈동자가 동상에 걸린 스태프도 있었다"고 전했다.

샤오홍을 연기한 탕웨이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시나리오 작가와 회의 결과 탕웨이의 연기력, 분위기 모두 샤오홍에 가장 적합한 배우였다.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였다."  SW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