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카톡 단톡방 사회문제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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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카톡 단톡방 사회문제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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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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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장지환기자]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이 성희롱 도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대에 이어 최근 고려대, 서울대 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단톡방'이 성적 범죄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톡이 지닌 장점인 편리성과 경제성, 빠른 관계 형성 등이 성폭력적 대화를 주고받는 데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포도 따듯이 따먹어"…성희롱 장(場)된 카카오톡 단톡방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와 인문대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대 학내커뮤니티에 '서울대 인문대학 카톡방 성폭력 고발'이라는 대자보를 올렸다.

인문대 남학생 8명이 지난해 2월부터 8월까지 같은 과 동기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고 희롱하는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이다.

대자보에 따르면 해당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여자가 고프면 OO(동기 이름) 가서 포도 따듯이 툭툭 따먹어' '박고 싶다' 등 성적 수위가 높은 대화들이 오고 갔다. 또 '솔직히 OO 얼굴은 극혐(극도로 혐오한다)이다' '얼굴로 절구 찧을 수 있다. 노답' '몸이 좋은 여성들 봉씌먹(봉지 씌우고 먹다) 등 여성 동기들의 얼굴과 몸매를 평가하고 비하했다.

'동기가 늦는다'고 말하자 '으휴 ○○이 정말 묶어놓고 패야 함'이라며 여성 혐오적 발언도 있었다. 심지어 '과외가 들어왔는데 초등학교 5학년은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라…고딩이면 좋은데' 등 수위도 상당히 높았다.

앞서 고려대와 국민대도 카카오톡에서 여성 동기 등을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수차례 주고받아 문제가 됐다.

지난달 14일에는 고려대 남학생 8명이 1년 넘게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동기와 선·후배 여성에 대한 성희롱적 발언을 상습적으로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아 진짜 새따(새내기 따먹기)는 해야 하는데' '○○○ 주절먹(주면 절하고 먹는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용어)' 등 대화를 수차례 주고받았다. 지하철에서 여성들을 도촬(도둑촬영)한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학생들은 학내 게시판에 "(해당 내용을) 모두 인정하며 형사처벌을 포함한 징계를 달게 받곘다"고 사과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도 "철저히 사건을 조사하고, 학칙에 따라 엄정한 사후조치를 하겠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2월5일에도 국민대 한 학과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여자 후배의 사진과 이름을 거론하고 성적 대화를 주고받아 물의를 빚었다. 이 카톡 대화방에 참여한 남성은 3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편성·경제성·신속성 등 장점…단톡에 최적화됐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이 가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서의 특장이 힌편으로는 성희롱을 비롯한 성적 일탈의 장(場)으로 악용되는 데 최적화된 측면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카카오톡이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 내려 보편화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5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는 84.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카카오톡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따라 카카오톡을 통한 관계 형성도 신속하고 자유로워졌다. 예전에는 직접 만나서 친분을 쌓았다면 이제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쉽고 폭 넓게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일대일 뿐 아니라 단체채팅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관계 형성의 용이함은 그 속도가 더욱 가속화됐다.

여기에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SNS와 달리 카카오톡이 갖는 폐쇄적 대화 속성이 무분별한 성희롱 발언 등 부정적인 '끼리끼리' 문화에도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 위험이 적다는 보안성과, 친구 또는 지인들과의 대화라는 친밀성 탓에 범죄라는 인식을 거의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예전에도 성적 농담은 있었다"면서 "하지만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은 폐쇄적인 커뮤니티다 보니 (학생들의) 언어 표현이 지나치게 심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쟁 심리까지 더해져 대화가 더욱 자극적으로 흘러가는 경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으니 경쟁적으로 수위가 센 얘기를 하면서 상상작용을 일으킨다"라고 분석했다.

실시간 채팅의 장점과 맞물린 빠른 피드백도 카톡이 도구화된 요인으로 꼽힌다.

카카오톡은 실시간 채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방과 직접 대화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이유로 정제되지 않은 말초적 이야기, 내밀하거나 거친 대화, 타인에 대한 감정적 표현들이 거리낌 없이 오간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블로그나 이메일에는 기록이 남는다는 인식이 있어 책임감을 느끼지만 카카오톡에서는 상대방과 즉각적인 감정 표현이 이뤄지기 때문에 메시지의 휘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기록이 남긴 해도 다시 대화 내용을 뒤져본다거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다른 SNS보다 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예전에는 직접 대면해서 성적 대화를 주고받을 경우 그 근거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이제는 기록으로 남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단체 채팅의 특성상 참가자 다수의 의견, 주류 분위기와 배치되는 의사를 내비치기 어렵다는 측면도 '브레이크 없는 집단 성희롱'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학생 김모(25)씨는 "함께 과제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톡방이 개설된다"면서 "친해질 경우 단톡방이 계속 살아있는데 여기서 여럿이 주고 받는 말에 반대 의견을 꺼내게 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단체채팅방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수위 높은 성적 대화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조언한다.

임 교수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의 성폭력도 분명 언어폭력"이라며 "공상이나 상상을 넘어 입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게 되면 범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방을 물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방식을 매우 잘못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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