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바뀌는데 취업은 안돼고 · 취준생들의 고단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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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바뀌는데 취업은 안돼고 · 취준생들의 고단한 삶
  • 강대오 기자
  • 승인 2017.12.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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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가능 연령 족쇄 묶여있는 준비생들 고민은 더 깊어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7 공공기관 취업 정보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채용 정보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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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강대오 기자] "새해를 맞는다기보단 백수 연차가 1년 더 느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토익 점수도 만료되는데 또 영어 공부부터 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하네요."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올해 첫 눈을 맞던 날 한숨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두 번째 맞는 겨울임에도 자신의 상황이 진전되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이 크다는 설명이다.

연말과 새해를 축하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청년 취업준비생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내년에도 채용 시장의 찬바람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늘어가는 나이가 마음을 더욱 다급하게 만든다. 

올 한해도 얼어붙은 채용 시장 분위기는 좀처럼 풀릴 줄 몰랐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 1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6%가 올해 키워드를 '채용규모 축소'로 꼽았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은 장기불황은 단기간에 호조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그 여파로 경직된 채용시장이 내년에도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서류를 100개 넘게 썼지만 면접은 열 번도 채우지 못했다고 말한 송모(29)씨는 "사기업들의 경우 내년에도 당장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된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까 생각도 드는데 경쟁률이 피터지기는 마찬가지라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 해가 넘어가면서 한 살 더 먹는다는 압박감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나이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활용하는 만큼 취업 가능 연령의 족쇄에 묶여있는 준비생들이 많다.

2주 후면 스물 아홉 살이 된다는 정모씨는 하루 하루가 초조하다. 정씨는 "30세 여성이 취업한 사례가 있는지 매일 검색해본다"며 "올해만 해도 면접 가서 '공백이 너무 길다', '여태까지 뭐했냐'는 질문을 들었는데 내년에는 얼마나 더 심해질 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30대도 넘어갈까 고민이라는 박모(29)씨도 한 해의 마지막을 붙잡고 눈에 띄는 곳마다 원서를 쓰고 있는 중이다. 박씨는 "국내 취업 나이의 마지노선이니 하는 기사가 뜰 때마다 너무 불안해서 밤에 제대로 잠도 못잔다"며 "부모님께 불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취업률과 사회적으로 경직된 채용 연한 풍조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취업의 어려움이 심해지고 나이와 성별 등의 장애물을 넘지 못하면서 청년들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문제 현상의 균형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W

kdo@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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