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조작' 불사하는 채용성차별, '벌금 500만원' 끝?
상태바
'점수조작' 불사하는 채용성차별, '벌금 500만원' 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0.10 17:45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들의 채용성차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2016'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 분야''전동차 검수지원 분야' 채용 과정에서 여성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고의로 탈락시켰다는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기업들이 여전히 채용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67월 서울메트로 무기(안전)업무직 채용 면접시험에서 '모터카 및 철도장비 운전(일반) 분야'의 면접위원장이었던 A(2018년 퇴직)가 면접 실시 후 해당 분야 팀장으로부터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고 야간 근무시 여성용 숙소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현장 근무 여건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여성 응시자를 탈락시키기 위해 다른 면접위원들에게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커트라인인 '50' 미만으로 수정하도록 권고하고 자신도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고쳐 최종 서명 후 공사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성 응시자 4명이 최종 불합격했으며 특히 이 중 한 명은 평균 점수 87점으로 응시자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합격자는 철도기관사과를 수석 졸업했고 한국철도공사 철도 면허 및 관계 교육 수료, 인천 도시철도 2호선 시운전 참여 등의 경력을 보유해 점수가 높았지만 면접위원들이 점수를 고치면서 커트라인 미만자로 탈락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치러진 '전동차 검수지원(일반)' 분야 면접에서도 면접위원장(2017년 사망)이 여성 응시자의 점수를 커트라인 미만 점수로 수정하도록 지시했고 '배려심 부족' 등의 사유를 기재해 공사에 제출했다. 이로 인해 여성 응시자 2명이 역시 탈락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성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근무 환경의 열악함을 감안해서 점수를 조정했다는 것인데 감사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을 받았고 애초에 여성을 받기 어려운 분야임을 미리 말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아 이번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이제 많이 바뀌었는데 이를 환경에 적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환경을 바꾸는 데는 시간도 필요하고 예산도 필요하다. 다른 기업들도 이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국가기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지적을 하고 있기에 시간은 좀 걸려도 개선이 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공기업 및 민간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2017년 공기업 2곳과 2018년 금융사 4곳의 경우 채용성비를 사전에 정해놓거나 채용과정 중 점수를 조작해 여성지원자를 일부러 떨어뜨린 것이 적발됐고 2018년 가을에는 몇몇 보험사들이 성차별 여부 조사 중 채용관련 서류를 폐기해 은폐 의혹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남녀를 차별해서는 안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법은 채용에서 성차별을 해도 벌금이 적고 처벌 수위가 때문에 기업들이 차별에 대해 전혀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7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채용성차별 해소 방안'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고의, 반복적으로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등 성차별을 한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를 현행 5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하도록 법률을 재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명시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채용성차별 철폐 공동행동'은 지난 8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공기업, 금융사는 채용절차와 방식이 체계화되어 있고 내외부 감사시스템이 존재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하고 성별을 이유삼아 지원자를 떨어뜨리는 범법을 자행하고 있다. 이를 보노라니, 한국 사회의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서 여성 취준생들이 어떤 수모를 겪고 있을지 상상만으로도 참담할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시에 부당탈락자 구제와 재발방지를 포함한 채용성차별 근절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정부와 국회에 채용성차별 범죄의 심각성 인지와 함께 제대로 된 처벌제도와 근절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사회에 만연된 여성 차별 관행이 채용부터 시작되고 있다. 공기업조차도 '임신, 출산으로 지속성이 떨어진다' 등의 인식을 담당자나 CEO가 가지고 있고 법적 처벌이 있어도 처벌이 약하기에 기업들이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정말로 남성만 필요한 업무라면 그 이유를 분명하게 스스로 설명해야하는데 그걸 말하지 않고 '숙소가 없다' 등의 핑계만 댄다는 것은 정말 변명에 불과하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기업들은 관행을 스스로 바꾸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결국 사회적인 압력이 필요하다. 정부의 근절 대책도 사실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채용 성차별 발생 시 기업의 1년 수익을 초과한 금액을 벌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회사 운영에 타격을 입으면 안 되니까 차별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거운 처벌과 더불어 기업들이 단계별로 합격자의 성비를 공개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서류전형 때만 해도 여성이 더 많다가 면접때는 절반 이상으로 줄고 합격은 한두명에 불과한 것이 여성 취준생들이 느끼는 현실이다. 단계별로 합격자의 성비를 기업들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기준과 비율에 맞게 합격자가 나와야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