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스포츠토토' 새 주인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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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 거위, '스포츠토토' 새 주인은 누구?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4.03.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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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최대 관건 될듯.
사진 / 시사주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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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채원 기자] 국회의 벽에 가로 막혀 공영화가 무산됐던 체육진흥투표권(일명 스포츠토토) 사업이 새 주인을 찾아 나선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스포츠토토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업체들의 물밑 작업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이하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은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 간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 사전 규격'을 공개했다.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준이 1차 공개되면서 여러 업체들이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5월초 새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된다. 예정대로라면 두 달 간의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 7월3일이면 새 사업자가 탄생한다.

초대 사업자 타이거풀스와 (주)스포츠토토를 거쳐 새로 탄생할 제3기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 사업자 선정…향후 절차는?

공단이 '제안요청서 사전 규격'을 공개하면서 사업자 선정 작업이 시작됐다. 공단은 12일 조달청으로부터 '제안요청서 사전 규격'에 대해 관심을 표한 입찰 희망 업체들의 문의 사항을 전달받아 답변을 한다. 이 과정이 5일 정도 소요된다.

공단은 문체부와 합의를 해 투표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 관심을 보인 업체들이 제시한 의견을 수렴해 3월 셋째 주 중으로 '제안요청서 최종 규격'을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입찰의 시작이다. 이후 체육진흥투표권 발행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업체는 입찰제안서를 작성한다.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시행령 제35조(입찰공고의 시기)에는 입찰 사업의 추정가격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40일 이상 입찰제안서 작성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납입자본금 300억 이상(순운전자본 270억 이상)을 최소 자격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문체부와 공단은 대략 45일 정도의 기간을 고려하고 있다. 5월 2일 혹은 7일께 입찰 마감이 예상된다.

입찰제안서 접수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진다.

예비평가 성격을 띤 자격요건심사 과정을 거치고 나면 평가위원회가 구성돼 심사를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해 입찰제안서를 평가한다.

문체부와 공단은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 최종 규격'만을 제시하고, 자격요건심사부터 평가위원회 구성, 최종업체 선정까지의 업무는 조달청에서 담당한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업체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고 공단과 계약을 체결한다. 문체부와 공단은 5월 둘째 주 중으로 계약을 마무리짓고 새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주)스포츠토토)와 인수인계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스포츠토토와의 계약만료 시점인 오는 7월 2일까지 인수인계를 완료하고 그 다음날부터 새 사업자가 투표권발행 업무를 시작한다.

▲6~7개 희망 업체, 강화된 도덕성 기준 통과 관건

투표권 사업은 매년 400억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보장돼 돈방석에 앉는 그야말로 황금사업이다. 매년 매출액의 약 3%를 수수료로 챙기는데 (주)스포츠토토는 2012년 기준으로 2조843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사업운영비 등을 제하고도 430억원 정도를 벌었다.

이같은 알짜배기 사업권을 놓고 많은 업체들이 물밑에서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식 입찰이 시작되지 않은 관계로 어떤 업체가 입찰에 뛰어들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수업체가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와 공단 복수의 관계자는 "어떤 업체가 입찰을 타진 중인가는 알 수도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 입찰 과정에서의 공정성 훼손 등의 문제 소지가 있다"며 함구하고 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적극적으로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보광·유진·대상·휠라·오텍· 팬택 등 6~7곳이다.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도 자신이 지분 100%를 보유한 팬택씨앤아이를 중심으로 입찰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보광의 경우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옛 훼미리마트)라는 유통망을 앞세워 사업권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온라인 복권사업 노하우를 보유한 유진은 영업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대상은 식품 분야에서 쌓아온 신뢰를 내세워 어필하고 있다.

장애인 체육 후원에 앞장서 온 특장차 제작 전문 기업 오텍그룹도 지난 11일 강성희 회장이 입찰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오텍 측은 대폭 강화된 도덕성 및 사회적 신용 기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 밖에 군소업체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자본금 300억원 보유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문턱에 많은 업체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다.

관건은 수탁사업자 선정 기준이다.

문체부와 공단은 스포츠토토의 공영화가 무산될 것을 우려해 '투 트랙(Two Track)'으로 수탁사업자 선정 문제를 대비해 왔다. 지난해 회계법인 안진과 함께 제안요청서 준비에 공을 들여왔다.

4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한 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 사전 규격'을 보면 공단이 고민한 흔적이 많이 드러나 있다. 제안업체 자격 요건으로 도덕성 및 사회적 신용을 강조했다.

제안업체의 지분비율 5% 이상인 구성주주(모기업 주주 포함)는 물론 구성주주의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은 공고일 기준으로 최근 3년 이내에 법령 위반에 따른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어떠한 사실도 없어야 한다.

또 입찰 참여 업체 주주들 가운데에는 최근 3년 이내에 투표권사업 및 유사사업의 운영과 관련해서도 법령 위반에 따른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도 없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지방자치단체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상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업체는 수탁사업자 또는 수탁사업자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없다.

지난 2012년 임원의 비리가 밝혀져 실형을 선고받은 (주)스포츠토토와 역시 회사 임원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실형을 받은 (주)스포츠토토의 대주주 오리온은 이번 사업권 선정 과정에 참여할 입찰 자격이 없다.

일각에서는 기존 사업자인 오리온이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재입찰에 뛰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를 여러 개 만들어 최대주주의 지분비율을 5%미만으로 떨구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어도 입찰 자격에 위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왜 새 사업자 선정까지 이르게 됐나

투표권 사업권은 지난 1999년 입법 당시 업체 선정에서의 특혜시비, 자금편법운용 등 민간 위탁의 구조적 문제점이 우려됐지만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민간 위탁이 결정됐다.

(주)스포츠토토는 최초 817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해 2012년 말 기준으로 2474억원까지 커졌고 한해 평균 5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남기는 등 급성장해왔다.

이같은 알토란 같은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권 연장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 각종 관계기관을 향한 전방위적인 로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정학 경희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토토사업은 민간기업에 위탁할 때부터 태생적으로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체육 재정을 확충하는 좋은 제도임에도 빛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2012년 4월 검찰이 (주)스포츠토토와 대주주인 오리온그룹의 주요 간부들을 배임과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30부는 그해 10월 (주)스포츠토토의 김모 부장과 모기업 오리온의 조모 사장에게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일반 국민의 사행심을 전제로 운영되는 스포츠토토인만큼 그 어떤 사업보다 사업 주체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만 오리온그룹 경영진의 횡령과 비자금조성 문제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과 투명성 부분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국민체육진흥법 제25조 제2항 제3호와 동법 시행령 제31조(수탁사업자의 요건) 제3항 제1호에서는 '수탁사업자는 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도덕성과 사회적 신용이 있을 것'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오리온그룹 임원의 비리 행각이 드러나면서 공영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당초 공단은 2012년 9월30일자로 만료되는 (주)스포츠토토와의 위탁계약에 따라 사업권 연장심사를 통해 2011년 말 계약 연장을 승인했다.

하지만 2012년 4월 오리온그룹의 비리문제가 터졌고 문체부와의 협의 끝에 공단 직영 내부 방침이 세워지면서 (주)스포츠토토와 2012년 9월30일 공영화를 전제로 한 새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서 작성 시점인 2012년 9월30일부터 1년이 지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 2013년 10월1일부터 문체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사업자 해지통보를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공영화를 위해서는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문체부와 공단은 사업 운영방식 변화를 검토했고 2012년 11월 민주통합당 윤관석(54)의원이 공영화를 골자로 하는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처음 열렸던 국회 법안심사소위가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6월·7월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대치 정국을 넘어 지난해 12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세 차례 소위가 열렸지만 서로 이해 관계가 엇갈려 끝내 공영화 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문체부와 공단은 공영화 추진을 포기하고 지난 1월2일 (주)스포츠토토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 만료 기간인 7월2일까지 새 사업자 선정에 나서게 됐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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