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한주민이 먹는 옥수수는 중국 돼지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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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북한주민이 먹는 옥수수는 중국 돼지사료(?)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2.0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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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지금부터 딱 10년 전의 일이다.

남한에 온지 54일째 되는 날이라며 얼굴을 붉히던 탈북녀 김미진((36·가명)씨를 판문점 가는 길에 만났다. 그는 판문점 투어를 가는 외국인관광객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가이드 일을 했다.

그를 본 외국인관광객들은 정말 북한에서 왔느냐며 반색을 했고, 때론 북한 실상을 설명하다 격한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으로 직업군관인 아버지를 따라 어릴 때 강원도 접경지역에서 살았고, 소학교부터 고등중학교까지 11년간 의무교육을 마친 후 군 생활은 8년간 특무상사로 근무했다.

어느 날 할머니와 삼촌을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간 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사망하자 가세는 눈에 띄게 기울었고 급기야 남한으로 갔을 것이라는 보위부 등쌀에 몰래 중국으로 가 사망서류를 가져 오려다 두 번이나 잡혀 노동단련대를 전전했다.

그러다 탈북을 결심한 그는 어머니와 두 남동생을 남겨두고 브로커와 함께 야반도주를 했다. 두만강을 건너 연변에 도착해 친황다오(秦皇島)까지 간 후 중국인 농촌총각(42)에게 2만위안(340만원)에 팔렸다. 같이 간 사람들이 13000위안~14000위안(220~237만원) 했지만 그녀는 처녀의 몸이라 비교적 후한 값을 쳐줬다.

농촌총각에게 팔려간 그는 매년 10정보(3만평)나 되는 밭에 옥수수를 심고 가꿨다. 첫 해 가을걷이가 끝나자 옥수수가 가득 든 자루가 마당에 끝도 없이 쌓였다. 북한에 있을 때는 배고픈 군인이나 일반 주민들이 다 훔쳐가던 그 옥수수였다. 옥수수 밭에 감시초소를 두 개나 세워놓고 지키던 옥수수인데 여기서 이렇게 대하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그런데 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중국농촌에서는 겨울에 돼지를 풀어놓고 키우는데 하루는 몇 마리의 돼지가 옥수수 더미를 헤쳐 놓고 먹어도 누구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 많으니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북한에서는 저것도 없어 난리를 치는데 인민들이 중국 돼지보다 못한 생활을 한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벌써 10년 전의 수기인데 최근에 이를 뒷받침하는 뉴스가 나왔다.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옥수수 760(7600)을 들여왔다. 이는 전달에 비해 360% 이상 증가한 양이고, 20177월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어서 이유가 궁금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옥수수를 대량으로 들여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돼지열병으로 120만 마리의 돼지가 폐사했고, 돼지 사료로 사용하던 옥수수가 남아돌자 중국정부는 옥수수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이유로 북한에 다량의 옥수수를 공급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옥수수인데 중국에서는 돼지 사료로 쓰니 10년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게 없다.

최근에 온 탈북자에게 북한에서 옥수수는 ( )하고 빈칸을 채워달라고 부탁했더니 사회주의를 지켜주는 보루라고 했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먹여 살리는 소중한 식량이라는 소리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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