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 잘하면 술이 석잔, 잘못하면 뺨이 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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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 잘하면 술이 석잔, 잘못하면 뺨이 석대
  • 시사주간
  • 승인 2022.03.2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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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옛 동주(東周)에는 중매자를 하찮게 여기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중매자는 남녀 모두에게 좋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집에 가서는 “처녀가 굉장한 미인이오”라고 하고 여자의 집에 가서는 “남자의 집이 굉장한 부자요”라고 한다. 동주의 풍습에서는 자유연애를 하다가 결혼하지 못한다. 중매자가 중매를 서지 않으면 늙어서도 시집을 갈 수 없다. 만약 중매를 마다하고 스스로 미모를 자랑한다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돼 시집가는 일은 더욱 힘들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하는 중매자에 의지했다.

결혼하는데도 이처럼 요령이 필요했다. 이런 이치를 모르면 어떤 일도 처리할 수 없으며 시세에 순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면 이처럼 사람을 속이는 데에도 의지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문재인-윤석열 회합이 마침내 성사됐다. 청와대 유영민 비서실장, 이철희 정무수석,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중매자들이다. 이들 중매자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속 사정을 다 알기는 힘들다. 지난 25일 감사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감사위원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말은 어느정도 사실일 것 같다. 최근 중앙선거관리 위원장 노정희에 대한 사퇴촉구안이 내부에서 나온데다 감사위원 임명에 대한 반대까지 조직 내에서 나오자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노 위원장 문제는 ‘모르쇠’로 뭉개버렸으나 감사위원 문제까지 그렇게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철희 정무수석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간 문제가 된 현안은 언급하지 않고 ‘조건 없는 회동’ 등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장 실장이 화답했고 유영민 비서실장이 장 실장에게 한 번 더 전화를 걸어 확정했다고 한다.

그동안 양측의 힘겨루기와 온갖 억측에 국민들은 난감해 했다. 떠나는 자와 들어오는 자 간의 이견은 늘 있어 왔다. 그 갈등은 편협적이지 않다. 누가나 자기를 지키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 일이 개인을 떠나 국가의 일로 확장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번 일을 성사시킨 중매자들도 사실 전권을 위임받은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난감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과 당선인의 의중을 받드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감사위원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고. 그간 문제가 된 현안도 언급하지 않는 조건 없는 회동’ 으로 실타래가 풀렸다. 만찬을 하며 약주도 겸하는 형식이라니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눠보기 바란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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